#새로 나온 책 읽기
-
화학을 이루는 세 기둥은 물리화학·유기화학·무기화학…연금술로 철을 금으로 못만드는 건 다른 원자구조 때문
연금술의 기원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하여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이슬람을 통하여 발전한 후 11세기 말에 십자군 원정을 통해 중세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금’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매우 한정된 자원이었고, 금이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던 시대였기 때문에 부유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맞아떨어져 연금술은 많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받았다.연금술사들은 모든 물질은 물, 불, 흙, 공기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금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비율만 알면 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값싼 금속을 금으로 만들고자 실행했던 수많은 실험과 연구는 끝내 실패하고 만다.현대 화학의 초석이 된 오류의 학문오늘날 우리는 연금술이 불가능한 이유를 안다. 일반 금속을 황금으로 바꿀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원자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세계의 모든 존재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단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심지어 금속인 황금도, 기체인 산소도 똑같이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도대체 무엇이 황금을 황금으로, 산소를 산소로 만드는 걸까? 그것은 바로 양성자 수가 원소의 종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원소의 양성자 수가 몇 개냐에 따라 그 원소의 주기율표 자리가 정해진다. 주기율표에 배열되어 있는 원소의 배열 기준은 바로 원자번호다. 이 원자번호는 양성자 수와 일치한다. 주기율표를 살펴보면, 산소는 8번이다. 산소가 가진 양성자가 8개라는 뜻이다. 황금은 79번이니 양성자가 79개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만
-
'비트코인'같은 가상화폐·암호화폐는 통화 될 수 없어…통화란 '국가가 가치 보증하고 강제로 유통한 화폐'죠
1971년 닉슨 쇼크 이후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물가도 같이 상승하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형태의 불황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전 세계로 퍼졌다. 기업 간의 경쟁이 사상 초유의 규모로 심화되면서 선진 공업국은 신속하게 인건비가 낮은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옮겼고, 1967년부터 1987년까지의 20년간 글로벌 경제의 버팀목인 다국적 기업의 해외 투자 잔액은 아홉 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들의 자금과 기술력을 이용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아시아의 신흥공업경제지역(NIES)이 급성장을 이루었다.아시아 금융 위기는 왜 일어났을까?그러나 1990년대 후반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 ‘달러 강세’ 쪽으로 방향키를 전환하고, 높은 국채 이자로 전 세계에서 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달러 환율이 폭등해 1995년에 달러당 79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3년 후에는 147엔으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호경기에 취해 있던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경제는 재난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사건이 바로 ‘아시아 금융 위기’다.1980년대 이후 경제의 세계화라는 물결을 타고 급격하게 성장을 이룩한 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가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후에도 달러와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해왔다. 아시아 국가들 입장에서는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려면 값싼 달러와 연동되는 편이 바람직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갑작스럽게 달러 강세로 전환한 탓에 수년 만에 달러가 80%나 비싸졌다. 그러자 한국의 원화, 태국의 바트화 등도 덩달아 급등했고, 수출이 점차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된다.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
20세기 美경제 성장하면서 '파운드'에서 '달러'의 시대로…돈으로 보면 남북전쟁은 '노예해방' 아닌 '관세해방' 싸움
이번에는 대항해 시대로부터 350년 후, 신대륙에 새로운 경제 중심지를 구축한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1776년 7월 4일 건국한 이래, 중앙 정부를 강화해 ‘보통 국가’를 만들려는 북부와 주의 자치권을 유지하려는 서부, 영국의 방직업에 의존하는 면화 플랜테이션 농장주가 중심이 된 남부. 이 3자의 골은 메워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부 주들이 아메리카 남부 연합[(또는 남부 맹방(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결성해 미합중국에서 탈퇴함으로써 1861년 남북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남북 전쟁의 진상과 링컨의 죽음미국이 공업 국가로 이행하는 가운데, 시장을 지배하며 부국강병·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기업인 중심의 북부와 사유재산과 가족을 지키는 게 우선인 남부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교과서 등을 보면 1861년에 발발한 남북 전쟁을 ‘노예 해방 전쟁’으로 기술한 책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호관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미합중국에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남부의 11개 주가 독립하려 한 전쟁이었다.남부는 흑인 노예를 이용한 플랜테이션으로 면화를 생산함으로써 영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므로 이익이 발생하는 자유무역을 원했다. 그러나 북부는 남부가 면화 수출로 벌어들이는 많은 자금을 재원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자, 무력으로 남부의 독립을 저지하려 했다. 이것이 바로 양쪽 군을 다 합쳐 약 62만 명의 사망자를 낸 남북 전쟁의 실태다.한편 북부 출신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은 재무부에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미합중국 지폐를 발행하게 했다. 이 지폐는 녹색 잉크로 인쇄되었으므로 보통 ‘그린백(greenb
-
중국 북송시대 처음 지폐 등장…원나라는 지폐만 사용, 10세기 이슬람에서 사용된 어음이 유럽 지폐의 원형
당나라 말기부터 북송 시대(960~1127)에 걸쳐 강남 지역이 활발히 개발되면서, 경제의 중심은 보리보다 생산력이 수십 배나 높은 쌀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자, 거래 시에 쓸 동전이 심각하게 부족해졌다.북송에서 세계 최초로 지폐가 출현한 까닭이때 변방인 쓰촨에서 민간 금융업자가 무거운 철전 대신 종이로 만든 어음을 유통시켰는데, 그 편리성에 주목한 북송의 지방 관료가 교자 발행권을 상인에게서 빼앗아 수중에 있던 철전으로 발행액의 상한을 정한 다음, 지폐를 발행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지폐, ‘교자(交子)’다.이후 지폐는 남송을 거쳐 몽골인이 세운 원나라(1271~1368)로 계승됐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인은 동전의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통화를 ‘교초(交)’라는 지폐로 제한하면서, 원나라는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나라 전체가 지폐를 사용한 지폐 제국이 됐다.<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원나라를 ‘종이’로 경제를 움직이는 놀라운 제국이라고 소개하며, 지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그들은 어디에 가든지 이 지폐로 모든 것을 지급한다. 진주, 보석, 금, 은을 비롯해 온갖 물품을 지폐로 살 수 있다. 그들은 갖고 싶은 물품은 무엇이든지 사들이고, 돈을 낼 때는 이 지폐를 사용한다.”마르코 폴로에게 원나라 사람들이 종잇조각으로 상당히 고가의 물건을 무엇이든 손에 넣는 행위는 매우 경이로운 사건이었던 것이다.이슬람 세계의 ‘어음’이 유럽에서 ‘지폐’가 되다아시아와 달리, 유럽에서는 민간 상인이 어음을 변형해 지폐를 발행하게 된다.인도양이 개발되고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
신대륙 銀 유입으로 경제중심 지중해서 영국으로 이동…'만유인력 법칙' 밝혀낸 뉴턴이 '금본위제' 기반 만들어
1540년대가 되자 페루와 멕시코에서 은광이 발견되며 엄청난 양의 은이 채굴되기 시작했다. 특히 잉카 제국이 버려둔 페루의 포토시 은광(현재의 볼리비아)은 1545년 재개발되자마자 순식간에 세계 최대의 은광으로 변모한다. 그 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스페인으로 유입된 은은 연간 20만㎏을 넘었을 뿐 아니라 옛 잉카 제국의 강제 노동 제도를 이용해 채굴했으므로 값이 매우 쌌다.신대륙의 ‘은(銀)’이 유럽의 경제 중심을 바꾸다이처럼 은이 대량으로 스페인에 흘러들어갔지만 스페인이 그 70%를 일련의 종교 전쟁에 탕진하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은이 유럽 전체로 퍼졌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100년간 은 가격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장기 인플레이션(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었는데, 이를 ‘가격 혁명’이라고 한다.자산 가치가 점차 하락하면서 유럽은 상공업자가 더욱 활약하게 됐다. 원래 상업은 1453년에 비잔티움을 무너뜨린 오스만 제국이 유럽을 압도할 정도로 그 기세가 대단했지만, 16세기 후반이 되자 유럽 경제의 활성화에 밀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무역이 점점 쇠퇴하고, 이후 유럽 경제의 중심은 지중해에서 북해 중심의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이동하게 된다.넘쳐나는 돈이 일으킨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17세기, 본래 지중해 동부에 자생하던 튤립을 정원에 심게 되면서 튤립은 네덜란드에서 ‘궁정의 꽃’으로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각종 구근이 수입됐고 품종 개량이 이뤄지면서 2000종류가 넘는 다양한 모양과 빛깔, 무늬를 가진 튤립 구근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소가치가 큰 구근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자
-
경제 기타
서아시아는 은덩이·동아시아는 별보배고둥이 화폐 시초…로마제국은 '질 낮은 화폐'가 인플레 부추겨 멸망했죠
약 4000년 전, 세계사의 첫 번째 무대가 된 서아시아에서 황허강 중류지역에 이르는 건조 지대의 곡물을 생산하는 농지 주변이나 초원에는 보리를 생산하지 못하는 목축민이 많이 살았다. 이들은 보리를 얻지 못하면 생존할 수가 없었기에 점차 농민과 목축민 사이에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넓은 지역에서 물물교환이 성행하자, 이를 도와주는 ‘상인’이 출현했다. 상인은 여행을 하며 양자를 중개했으므로, ①소지하기 편하고 ②부패하지 않아 ‘가치’가 안정되어 있으며 ③농민과 목축민 모두 받기를 거부하지 않는 ‘교환증’이 필요해졌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화폐’다.최초의 돈이 금 아니라 ‘은’이었던 이유서아시아에서는 은조각(은덩이)을, 황허강 중류 지역에서는 별보배고둥 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했다. 그런데 어째서 은덩이와 별보배고둥 껍데기가 화폐로 선택된 것일까?금속을 뜻하는 ‘메탈(metal)’은 그리스어의 ‘메탈론(mtallon)’에서 파생한 말이나, 본래 ‘달’을 의미했다고 한다. 서아시아에서 ‘달’은 차고 이지러짐에 따라 ‘시간’의 경과를 알려주는 신비한 존재이자 영원성의 상징이었고, 사람들은 금속 중에서 은을 달과 가장 가깝다고 여겼다. 이렇게 은덩이는 외양과 희소성이 ‘가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냈고, 점차 교환 시에 물품의 ‘교환증’으로서 물품순환을 관장하게 되었다.한편 동아시아에서는 남중국해에 서식하는 자그마한 별보배고둥 껍데기가 화폐의 역할을 했다. 별보배고둥 껍데기는 여성의 생식기와 출산을 떠오르게 하는 까닭에, 대가족이 중심이 되어 조를 재배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