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일본 올해도 노벨상
장인문화·장기연구 풍토가 바탕
한국은 과학상 한명도 없어
올해로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616명이 됐다. 물리학상 213명, 화학상 184명, 생리의학상 219명이다. 최근엔 연구네트워크를 구축한 2~3명의 공동수상이 많아졌다. 일본과 한국의 기초과학 경쟁력은 마치 성인과 어린아이처럼 격차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이 근대 열강의 놀이터로 전락한 1900년 전후 일본은 이미 국가적으로 물리학 연구에 몰두했다. 이는 194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장인문화·장기연구 풍토가 바탕
한국은 과학상 한명도 없어
30~50년 장기연구가 기본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는 유카와 히데키다. 핵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메존(중간자)’을 발견한 공로로 1949년 물리학상을 받았다. 유카와의 스승이 ‘일본 현대물리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니시나 요시오다. 니시나는 영국 독일 등 당대 최고 과학자들과 교류하며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이미 여러 대의 ‘가속기’ 개발을 주도했다. 가속기는 ‘노벨상 수상의 필요조건’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연구장비다. 유카와와 함께 니시나의 또 다른 제자인 도모나가 신이치로는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리처드 파인먼’이 1965년 도모나가와 공동 수상했다.
일본은 올해로 스물네 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 분야는 기초과학 분야가 압도적이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이 5명이다. 일본이 소재 등 기초과학이 강한 이유를 잘 설명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100년 이상 축적된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초과학 정책은 그대로 이어지는 정치 문화도 또 다른 이유다. 기초과학 일본 수상자는 2000년대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노벨상 수상 패턴은 30대 연구를 시작해 40~50대에 연구를 완성하고, 60대 들어 ‘노벨상 수상 사전 징후’인 울프상, 래스커상, 카블리상 등을 받고 60대 후반~70대 노벨상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대체로 특정 연구성과를 낸 뒤 그 성과로 상을 받기까지 30여 년이 걸린다. 예외는 있다.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그래핀 연구를 완성한 지 5년 만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본 야마나카 신야 역시 2006년 역분화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한 지 6년 만인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세계적 ‘공동연구 네트워크’ 중요
장기 대형 연구가 쉽지 않은 연구풍토가 한국의 노벨상 수상의 걸림돌로 꼽힌다. 5년 주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과학기술 정책이 대표적이다. 30~50년 장기연구가 필요한 노벨상 수상에 불리한 여건이다. 나눠먹기식 연구개발도 마찬가지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2017년 공공연구과제 6만1280개 중 1억원 미만 과제가 60%에 달한다.
빈약한 공동연구 네트워크도 문제로 꼽힌다. 연구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본 독일 영국 등 수상자 배출국과의 국제협력이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 연구자는 노벨상 수상자급과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를 이끄는 주요 연구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 석학들과의 연구협력을 촉진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
NIE 포인트
일본이 기초과학에서 강한 이유를 토론하고 정리해보자. 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공적을 알아보자. 나라 경제에서 기초과학 경쟁력이 왜 중요한지, 한국이 기초과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