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경 사설 깊이 읽기] "인구증대·기업유치로 지역 활성화시키는 게 지자체의 책무죠"
[사설] 새 출범하는 전국 지자체, '지역 경쟁' 개척자 돼 보라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 당선자들이 내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역과 기초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총 4016명의 지역 엘리트들은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자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시대적 책무는 잊은 채, 구태의연한 ‘지방 권력’ 놀음이나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여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6·13선거가 자치 행정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광역의 서울·경기·부산만 봐도 단체장은 물론 의회까지 더불어민주당 독무대가 됐다. 서울시 의회 110석 중 102석, 경기도 의회 142석 중 135석, 부산시 의회 47석 중 41석이 여당이다. 시·도의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 건전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할지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행태들은 “지방 권력이 무소불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5년째 표류해온 서울 상암동 롯데 복합쇼핑몰 건설이 엊그제 또 퇴짜 맞은 게 그런 사례다. 또다시 ‘골목상권 보호’ 논리에 밀려 일자리 5000개가 날아갈 판이다. 같은 논란으로 개점이 연기·무산된 쇼핑몰과 대형마트는 포항 창원 부천 군산에도 있다. 모두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최종 결정한 일이다. 부산시장 당선자는 ‘6조원짜리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언급해 단박에 정치쟁점으로 만들어버렸다. 전임 도지사의 ‘채무 제로(0) 달성’에 대한 경상남도의 논란을 보며 비생산적 ‘적폐청산’ 바람이 지역에서도 일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지역의 새 일꾼들은 급변하는 현실을 냉철히 보기 바란다. 거제, 군산, 울산 동구 등 기업이 쇠락한 곳과 화성 평택 당진 서산처럼 역동적 기업들이 활력을 불어넣어온 지역의 극명한 대비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시장 도지사뿐 아니라 기초 의원들까지 모두가 봐야 한다.

요체는 ‘지역 경쟁’이다. 인구 증대, 기업유치 확대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경쟁에서 불리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나름의 지방특화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시·군 중에서도 인구 100만 명을 넘은 수원 창원 고양 용인 정도면 이제는 스스로 성장·발전 모델을 만들며 자치행정 문화를 선도해가야 한다. 더 나아가 중국 일본의 유망 지역과 국제 경쟁에도 나서야 한다. 7기 지방 선량(選良)들이 지역 경쟁을 주도하는 ‘세일즈맨’으로 제대로 변신한다면 일당독주인들 비난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임기 시작에 대한 축하는 4년 뒤로 유보한다. <한국경제신문 6월30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4년 임기 새로 시작한 지자체
자립기반 갖추기에 힘 모아야
일자리 만들기 선의 경쟁으로
경제 살리고 재정수입도 늘려야


[한경 사설 깊이 읽기] "인구증대·기업유치로 지역 활성화시키는 게 지자체의 책무죠"
‘지방자치단체’인가, ‘지방정부’인가. 지방자치의 강화나 지역 발전과 관련된 논의를 할 때 시·도나 시·군·구 같은 지방 행정조직의 법적 위상을 놓고 종종 제기되는 이슈다. 개헌론이 나왔을 때도 이를 계기로 ‘지방정부’로 지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앙정부’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지방정부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광역이든 기초든 지자체가 ‘정부’라는 명칭을 쓸 만큼 자립의 기반과 역량을 갖췄는가 하는 점이다. 떨어지는 재정자립도는 국가 재원의 배분방식(세금 체계)에도 큰 요인이 있다고 치자. 그럼에도 지방행정이 복잡다기한 현대 대한민국 사회를 리드할 만큼의 수준이 됐는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삼 정부 때 부활했던 민선 지방자치제가 지난 6·13 선거로 7번째의 총선거를 치렀다. “지역 단위 풀뿌리 민주주의까지 퇴행적인 정치에 오염되고 있다”는 비판을 비롯해 숱한 부작용과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가 거꾸로 갈 것 같지는 않다. 선거를 통한 직접 정치, 자율과 책임 행정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의는 그만큼 크고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에 기반하는 지방자치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지방권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주민의 삶에 진정 도움이 되고 지역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원리 원칙은 또 무엇인가. 이런 관점에서 7월부터 4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새 지방권력이 반드시 염두에 두고, 집중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지역 경쟁’을 선도하는 개척자가 돼야 한다는 게 이 사설의 주장이다. 과거 왕조시대의 ‘아전’이나 전근대적인 ‘토호’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에 앞장서는 ‘지방 CEO’나 ‘지역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발전이라지만, 한마디로 경제적 번영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전 세계적 물결에 따라 비도시 지역의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한 것이 한국의 현상만도 아니다. 인구를 더 늘리긴 어렵다 해도 최소한 적정 수준으로 유지를 하는 게 그 첫 단계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 마련이다. 기업을 비롯해 크고 작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인구 증대의 첩경이고 핵심이다. 더 나은 인프라,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찾아 나서는 게 투자자의 기본 속성이다. 이렇게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돌게 하며, 지방재정의 수입을 올리면서, 살기 편리한 지역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지방권력의 시대적 책무인 것이다.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