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11년 만에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진행됐다. AP통신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만나려고 경계선을 넘어 역사를 만들었다”며 “세계의 마지막 냉전 대치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도 많다.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합의

판문점 선언에는 “올해 종전(終戰)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한 후 65년이 흐르면서 사실상 종전이 이뤄졌지만,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확정하려는 ‘정치적 선언’이다. 1953년 정전협정서엔 마크 클라크 국제연합(UN)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군 사령관이 서명했다. 한국은 정전협정의 형식적 당사자는 아니지만 실질적 당사국이기 때문에 북한과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민간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도 금지하기로 했다. 남북이 잦은 충돌을 빚어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했다. 나아가 군사분계선에서 각각 2㎞씩 설정했으나 유명무실해진 비무장지대(DMZ)에서 GP(소초)와 병력, 중화기 등의 철수를 검토하기로 했다.

경의선 철도와 주요 도로 연결하고 현대화

판문점 선언엔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10·4선언’에서 합의된 경제협력 사업을 재추진하자는 문구가 포함됐다.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던 양국 간 경제협력 재개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당시 남북이 합의한 경제협력 사업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협의 및 추진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협력사업 진행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남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주요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도로와 철도가 연결되면 자동차 또는 대륙횡단열차로 중국과 유럽까지 갈 수 있다.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등 자원을 수입하거나 중국과 육상 교역도 할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도 추진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도발 등에 대응해 2016년 2월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실질적 경제협력 사업은 비핵화 전제돼야

개성공단 재개 등 경제협력 사업은 남북 간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엔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제재하고 있어서다. 북한에 대한 석유 수출과 대량 현금 제공 등을 금지하기로 결의했고, 회원국의 북한 내 금융 업무까지 중단시켰다. 미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를 해결할 첫걸음은 조만간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북·미 양국은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간첩 협의로 장기간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을 침공하지 않고 김정은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겠다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트럼프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게 비핵화”

북·미 회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비핵화 방법과 시기다. 미국과 북한은 과거 제네바 합의 등 수차례 합의와 의무 불이행, 합의 파기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는 게 비핵화”라고 못박았다. 성과가 없다면 회담에 가지 않거나, 도중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반면 김정은은 기존 핵무기 폐기나 핵무기 생산 등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미국은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협상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은 CVID에 대한 약속과 이를 검증할 사찰,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재가입 등을 협상 초반부터 요구할 전망이다.

미사일 문제에는 주변 국가의 이해 관계도 걸려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먼저 요구해 미국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 인 포커스]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北의 실질적 비핵화 뒤따라야 성공
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