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佛 마크롱이 한국 정부에 주는 '개혁 리더십' 교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최근의 재정통계는 마크롱 정부 출범 열 달 만에 나온 ‘경제정책 성적표’라고 해도 좋을 만하다. 프랑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10년 만에 유럽연합(EU)의 건전성 권고 상한선인 3% 아래로 내려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마크롱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공약을 달성한 데 대해 “기업 친화 정책이 효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자산가에 대한 감세, 법인세 단계 감축안 등 마크롱의 조세개혁은 이미 여러 번 화제가 됐다. 감세가 바로 세수(稅收) 확대로 이어진 것을 보면, 세율과 조세 수입 관계를 규명한 ‘래퍼 곡선’이 타당한 이론이라는 사실이 마크롱 정부의 조세정책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하면서 프랑스 성장률을 5개월 만에 1.8%에서 2.2%로 올려 잡은 것도 마크롱의 개혁에 대한 평가로 해석된다.
마크롱의 개혁 리더십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노동·공공개혁이다. ‘원조 평등주의 국가’로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노조 권한 축소 및 해고 요건 완화, 철도 부분 민영화, 공무원 감축 등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개혁과제는 하나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철도노조와 공무원들은 전국적 대규모 파업과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66% 득표로 대통령이 된 그의 지지율이 한때 30%로 떨어지는 등 ‘정치인 마크롱’의 개인적 타격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는 탈(脫)원전 공약까지 철회하는 용기를 보였다.
마크롱 개혁은 ‘장기 저성장, 고실업에 빠진 프랑스에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하자면 노조 등 이해집단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여론 눈치보기나 정파적 유불리 계산도 큰 걸림돌이다. 이런 ‘용기있는 리더십’은 프랑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선거 때 지지층이었다는 이유로 노조를 과도하게 의식해 고용시장을 한층 경직시키고 재정으로 ‘관제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3월29일자> 프랑스와 한국을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같은 대통령 중심제인 데다 현재 대통령들 집권 시기가 지난해 5월로 같다는 점에서 종종 비교도 된다. 양국 모두 장기 저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난제와 씨름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국가적 리더십은 사뭇 다르다.
경제 살리기에 나선 젊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리더십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마크롱의 개혁은 노동과 공공부문을 거쳐 교육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제도 있겠지만,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점이 돋보인다.
마크롱 집권 10개월여 만에 주목할 만한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최근 프랑스 통계청이 발표한 재정통계가 그것이다. 이 나라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유럽연합(EU)의 건전성 권고 상한선인 3%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만성 재정적자에 빠진 프랑스가 10년 만에 EU 기준을 달성함으로써 건전 재정의 기반을 닦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분석했듯이, 외국 투자기업까지 찾아가는 등 마크롱은 기업 친화 행보를 해왔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인 자산가의 세금을 깎았고, 25% 수준인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감세안도 내놨다. 감세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세금은 더 많이 걷혔으며(‘래퍼 곡선’ 이론), 그 결과로 나랏살림이 건실해진 것이다.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3월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세계 경제 전망을 하면서 프랑스 성장률을 올려 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OECD는 만성 저성장국 프랑스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5개월 만에 2.2%로 ‘대폭’ 높였다. 경제성장률의 등락은 일자리 증감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대혁명 때부터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웠을 정도로 ‘평등’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다. 좌·우파의 집권 경쟁도 오래됐다. 그만큼 사회주의 정치·정책의 전통도 강하다. 그런 여건 속에서 마크롱은 노동개혁에 나섰다.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고 기업의 해고 권한을 보강해준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분적이지만 철도 민영화, 공무원 감축 계획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마크롱 정부는 추진 중이다. 결국 철도노조와 공무원이 대규모 파업에 나서고, 66% 득표로 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로 떨어져도 개혁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와중에도 그는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인 전력”이라며 탈(脫)원전 공약까지 철회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바른 리더십이라면 진정 국가사회를 발전시키는 길로 앞장서 가야 한다. 정치적 지지 기반의 눈치보기나 대중적 인기는 잊고 정면 돌파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개혁의 리더십에 주목한다. 최근의 재정통계는 마크롱 정부 출범 열 달 만에 나온 ‘경제정책 성적표’라고 해도 좋을 만하다. 프랑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10년 만에 유럽연합(EU)의 건전성 권고 상한선인 3% 아래로 내려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마크롱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공약을 달성한 데 대해 “기업 친화 정책이 효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자산가에 대한 감세, 법인세 단계 감축안 등 마크롱의 조세개혁은 이미 여러 번 화제가 됐다. 감세가 바로 세수(稅收) 확대로 이어진 것을 보면, 세율과 조세 수입 관계를 규명한 ‘래퍼 곡선’이 타당한 이론이라는 사실이 마크롱 정부의 조세정책에서도 확인된다. 앞서 OECD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을 하면서 프랑스 성장률을 5개월 만에 1.8%에서 2.2%로 올려 잡은 것도 마크롱의 개혁에 대한 평가로 해석된다.
마크롱의 개혁 리더십에서 더욱 주목할 대목은 노동·공공개혁이다. ‘원조 평등주의 국가’로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노조 권한 축소 및 해고 요건 완화, 철도 부분 민영화, 공무원 감축 등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일련의 개혁과제는 하나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철도노조와 공무원들은 전국적 대규모 파업과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66% 득표로 대통령이 된 그의 지지율이 한때 30%로 떨어지는 등 ‘정치인 마크롱’의 개인적 타격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는 탈(脫)원전 공약까지 철회하는 용기를 보였다.
마크롱 개혁은 ‘장기 저성장, 고실업에 빠진 프랑스에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하자면 노조 등 이해집단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여론 눈치보기나 정파적 유불리 계산도 큰 걸림돌이다. 이런 ‘용기있는 리더십’은 프랑스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선거 때 지지층이었다는 이유로 노조를 과도하게 의식해 고용시장을 한층 경직시키고 재정으로 ‘관제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3월29일자> 프랑스와 한국을 직접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같은 대통령 중심제인 데다 현재 대통령들 집권 시기가 지난해 5월로 같다는 점에서 종종 비교도 된다. 양국 모두 장기 저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난제와 씨름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국가적 리더십은 사뭇 다르다.
경제 살리기에 나선 젊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리더십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마크롱의 개혁은 노동과 공공부문을 거쳐 교육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제도 있겠지만,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을 밀어붙인다는 점이 돋보인다.
마크롱 집권 10개월여 만에 주목할 만한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최근 프랑스 통계청이 발표한 재정통계가 그것이다. 이 나라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로, 유럽연합(EU)의 건전성 권고 상한선인 3%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만성 재정적자에 빠진 프랑스가 10년 만에 EU 기준을 달성함으로써 건전 재정의 기반을 닦게 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분석했듯이, 외국 투자기업까지 찾아가는 등 마크롱은 기업 친화 행보를 해왔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인 자산가의 세금을 깎았고, 25% 수준인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감세안도 내놨다. 감세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세금은 더 많이 걷혔으며(‘래퍼 곡선’ 이론), 그 결과로 나랏살림이 건실해진 것이다. 경제가 선순환 구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 한다. 3월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8년 세계 경제 전망을 하면서 프랑스 성장률을 올려 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OECD는 만성 저성장국 프랑스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8%에서 5개월 만에 2.2%로 ‘대폭’ 높였다. 경제성장률의 등락은 일자리 증감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대혁명 때부터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웠을 정도로 ‘평등’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다. 좌·우파의 집권 경쟁도 오래됐다. 그만큼 사회주의 정치·정책의 전통도 강하다. 그런 여건 속에서 마크롱은 노동개혁에 나섰다.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고 기업의 해고 권한을 보강해준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분적이지만 철도 민영화, 공무원 감축 계획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마크롱 정부는 추진 중이다. 결국 철도노조와 공무원이 대규모 파업에 나서고, 66% 득표로 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로 떨어져도 개혁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와중에도 그는 “원전이 가장 친환경적인 전력”이라며 탈(脫)원전 공약까지 철회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올바른 리더십이라면 진정 국가사회를 발전시키는 길로 앞장서 가야 한다. 정치적 지지 기반의 눈치보기나 대중적 인기는 잊고 정면 돌파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