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시민 주도 8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내놓은 ‘미세먼지 10대 대책’에 이어 두 번째 대책이었다. 새 대책의 핵심은 ‘원인자 부담 원칙’이었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차량 소유자에게 벌칙을 주고 차량 2부제에 참여하는 운전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도로 교통량이 줄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는 계산이다.그러나 이날 언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10대 대책의 핵심이었던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겠다’는 정책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세 차례(15·17·18일)에 걸쳐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요금을 면제해 줬다.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늘어 승용차 운행이 줄고 그 결과 미세먼지가 감소할 것이란 계산이었다. 서울시 전망과 달리 정책 효과는 거의 없었다. 도로 교통량은 평소보다 1~2%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곧바로 실효성 논란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 정책에 드는 예산이 하루 5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결국 두 달도 안 돼 이 정책을 폐기했다.
미세먼지가 뭐길래
미세먼지가 뭐길래 이런 논란이 불거진 걸까.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입자다. 지름이 10㎛ 이하면 ‘미세먼지(PM10)’, 2.5㎛ 이하는 ‘초미세먼지(PM2.5)’로 분류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과 비교하면 PM10은 6분의 1, PM2.5는 24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원인은 ‘자연적 발생원’과 ‘인위적 발생원’ 두 가지로 나뉜다. 흙먼지나 꽃가루 같은 물질은 자연적 발생원이다. 봄철 기승을 부리는 황사도 크기가 10㎛ 이하라면 미세먼지로 분류된다. 인위적 발생원으로는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꼽힌다. 초미세먼지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가스 물질이 공기 중 물질과 반응해 생긴다.
미세먼지 농도는 과거에 더 높아
미세먼지는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비염, 각막염, 기관지염, 천식 등 질환을 일으킨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너무 작아 코점막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폐 속 깊이까지 침투해 폐포를 손상시킨다. 폐포에 달라붙은 초미세먼지는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축적돼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진폐증은 폐에 분진이 쌓이면 생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호흡곤란을 겪다 사망할 수도 있다.
유해성은 심각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게 발단이 됐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오히려 과거에 더 높았다. 서울 공기 ㎥당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995년 78㎍, 2000년 63㎍, 2005년 58㎍, 2010년 49㎍, 2017년 44㎍ 등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해외 영향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발생원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제는 중국과 북한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평상시 30~50%, 고농도시 60~80%가 국외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서울연구원은 55%,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은 67%,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48%가량이 국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중국과 북한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연히 국내 배출원도 줄여야 한다. 경유차 사용을 줄이고 제조업과 발전 시설에서 질소와 황 함량이 적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과 같은 임시방편은 효과가 없다”며 “이보다는 배출원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영향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북극과 적도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서 한반도를 관통하는 바람이 약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한반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이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