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 실전까지 (1) 논술에 대한 이해
2020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로 5년, 10년의 안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논술 전형은 그동안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으로 여겨지며 사교육 부담을 덜고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돼 왔다. 그러나 이는 시대적 흐름과 반대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이다. 가까운 예로 일본에서는 2020학년도부터 논술 문제를 대학입학공통시험에 포함시킨다. 한국의 논술 축소·폐지 방향과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소양을 갖춘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직까지는 논술이다. 미래 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육 방법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다양한 교과목을 아우르고 통섭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은 논술이 유일하다. 따라서 입시에서 논술 전형이 축소·폐지되는 것과 별개로 논술 공부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생글생글에서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논술 기초부터 대입 실전까지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논술은 글솜씨가 아닌 ‘논증력’
‘논술’은 일반적 글쓰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문학적 글쓰기, 수려한 문장으로 글을 쓰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흔히 백일장에서 수상 실적이 많은 학생들, 글깨나 쓴다는 소리를 들었던 학생들, 독서량이 많아 배경 지식이 많다고 자부하는 학생들이 논술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는 논술에 필요한 역량 중 극히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논술은 독해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하며 자신의 주장을 논증적으로 개진하는 글쓰기다. 따라서 타고난 글 솜씨가 없어도, 독서를 많이 하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논술을 통해 얼마나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해왔는지,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학생인지, 기본적인 교과학습이 제대로 돼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논술문제는 고교 교육과정 내서 출제
대입논술 문제는 복수의 제시문과 논제로 구성돼 있다. 제시문은 3~6개 정도, 논제는 2~3개 문항으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다양한 영역의 제시문을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엮어내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제시문은 논설문, 설명문과 같은 비문학부터 소설·시와 같은 문학, 도표와 그림 등 다양한 텍스트로 등장한다. 따라서 하나의 개념을 다양한 영역,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단편적으로 암기한 내용으로 접근해서는 출제자의 의도, 주제의식을 파악할 수 없다. 논제 역시 제시문 독해, 이해를 확인하는 문항부터 논리적인 연관성,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문항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출제된다.
한편 2015학년도 대입 수시에서부터 논술문제는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 내에서 출제하도록 돼 있다. 선행학습이 필요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 교육부는 해당 대학의 입학정원 및 지원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강경하게 관리하므로 대학 입장에서는 이를 준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출제 원칙에 의해 논술 문제, 주제의식은 교과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며 제시문 역시 기본적으로 교과서나 EBS 교재를 활용해 출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수험생이 논술시험이 쉬웠다고 평가하거나 익숙한 제시문과 문제의식이었기 때문에 편하게 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체감이 합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어디선가 본 제시문이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라 단순하게 암기해 답안으로 작성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같은 제시문이라도 함께 등장하는 다른 제시문과의 연관성에 따라 의미를 분석하고 주어진 문제 상황에 적용해 사고를 전개해야 하므로 아는 내용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주관적 생각 아닌 ‘논제 파악’이 핵심
실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논제의 요구를 벗어난 내용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정말 힘들게 작성한 답안이지만 출제자 및 채점자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글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냈는지, 논제의 요구에 따라 각 제시문의 논리적 연관성을 파악했는지, 논제의 요구에 맞는 형식과 내용으로 구성된 답안인지, 그런 내용이 이왕이면 창의적이고 설득력을 갖췄는지, 단어 선택 및 문장 구성이 적절한지뿐이다.
이 때문에 논술 공부는 ‘독해능력 향상(정확한 읽기), 논리적인 연관성 파악하기(논리적 사고), 논제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 숙지, 각각의 논제 유형에 맞는 답안 작성하기’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김은희 < 로지카논술 원장 ogicanonsu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