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의 동업 허용문제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자격사는 회계사 변리사 의사 세무사 등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 자격증 소지자를 말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의사와 함께 의료사건 전문 법무법인을 차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회계법인이 변호사를 고용해 회계감사 외에 관련 소송까지 맡는 것도 불법이다. 기재부는 이런 식의 영업 칸막이를 다 허물어 제한을 두지 말자는 입장이다. 새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 방안의 하나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서비스 업종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반면 법무부는 변호사의 공공성 훼손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한다. 전문 자격사 사이에도 논란이 분분하다. 전문자격사 간 영업 칸막이 유지는 필요한가.
○찬성
“변호사 독립성 보호장치 필요"
전문자격사 간의 영업 칸막이가 필요하다는 쪽은 법무부다. 칸막이를 없애고 동업을 허용하자는 기재부 주장에 오래전부터 반대해왔다.
법무부가 칸막이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번호사법에 있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변호사법 34조4항(‘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과 5항(‘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아니 된다’)을 통해 변호사만 변호사를 고용할수 있도록 명문화해 두고 있다.
법무부는 이 조항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제한이 없어지면 변호사들의 고객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 이해 충돌 방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변호사가 법원·검찰과 더불어 사법 체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오랜 인식에서 기반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회가 공익성, 공공성을 내세우며 칸막이 유지에 찬성하는 것도 그런 전통에서다. 대부분 변호사가 개인 사무실이나 법무법인(로펌)을 설립해 사실상 영업을 하고 본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는 직업관이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변호사업의 본질에 대한 변호사업계 특유의 자부심이나 우월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반대
“칸막이 없애면 일자리 늘어"
기재부는 법으로 전문자격사들 영업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앞서 2009년에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때도 법무부와 법조계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기재부가 이번에 이 안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고급 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이다. 가뜩이나 노동·고용 정책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가중되고 있는 판에 새로운 고급 일자리가 생길 부문도 적극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변호사를 직업적으로 과잉보호하는 것은 ‘한국적 전통’의 하나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가 변호사와 비(非)변호사의 동업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변호사가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는 관점은 기재부만의 시각이 아니다. 변호사법 자체가 그렇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로비스트가 합법화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입법이나 정부의 정책 과정에 자칫 잘못 관여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됐다.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영업 칸막이는 깨는 게 맞다. 동업을 허용했을 때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논리다.
○ 생각하기
"지대(rent) 보장보다 국민 편익이 우선돼야"
엄격한 법 규정과 달리 법무법인에 회계사와 변리사가, 회계법인에 변호사가 근무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회계사·변리사가 이익을 직접 분배받을 수는 없지만 자문료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로펌들은 특허법인과 ‘업무 제휴’로 법규를 피해가며 사실상 동업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변호사법 34조가 변호사업계 편한 대로 해석되면서 틈이 많은 규제조항으로 전락돼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실을 냉정히 보면서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 변호사의 특권적 지위 해소 등 다양한 측면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시 변호사’ 배출이 끝났고 로스쿨 변호사가 쏟아져나오는 점도 변수다. 전문자격증이란 결국 지대(rent)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민편익이 우선돼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변호사 독립성 보호장치 필요"
전문자격사 간의 영업 칸막이가 필요하다는 쪽은 법무부다. 칸막이를 없애고 동업을 허용하자는 기재부 주장에 오래전부터 반대해왔다.
법무부가 칸막이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번호사법에 있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변호사법 34조4항(‘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과 5항(‘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아니 된다’)을 통해 변호사만 변호사를 고용할수 있도록 명문화해 두고 있다.
법무부는 이 조항이 변호사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제한이 없어지면 변호사들의 고객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 이해 충돌 방지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변호사가 법원·검찰과 더불어 사법 체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오랜 인식에서 기반한 것이다.
대한변호사회가 공익성, 공공성을 내세우며 칸막이 유지에 찬성하는 것도 그런 전통에서다. 대부분 변호사가 개인 사무실이나 법무법인(로펌)을 설립해 사실상 영업을 하고 본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는 직업관이기는 하다. 그러면서도 변호사업의 본질에 대한 변호사업계 특유의 자부심이나 우월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반대
“칸막이 없애면 일자리 늘어"
기재부는 법으로 전문자격사들 영업행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한 마디로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앞서 2009년에도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때도 법무부와 법조계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기재부가 이번에 이 안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고급 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이다. 가뜩이나 노동·고용 정책을 비롯해 여러 가지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가중되고 있는 판에 새로운 고급 일자리가 생길 부문도 적극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변호사를 직업적으로 과잉보호하는 것은 ‘한국적 전통’의 하나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가 변호사와 비(非)변호사의 동업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변호사가 여러 측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는 관점은 기재부만의 시각이 아니다. 변호사법 자체가 그렇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로비스트가 합법화돼 있지만 한국에서는 입법이나 정부의 정책 과정에 자칫 잘못 관여하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됐다.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영업 칸막이는 깨는 게 맞다. 동업을 허용했을 때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논리다.
○ 생각하기
"지대(rent) 보장보다 국민 편익이 우선돼야"
엄격한 법 규정과 달리 법무법인에 회계사와 변리사가, 회계법인에 변호사가 근무하는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회계사·변리사가 이익을 직접 분배받을 수는 없지만 자문료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로펌들은 특허법인과 ‘업무 제휴’로 법규를 피해가며 사실상 동업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변호사법 34조가 변호사업계 편한 대로 해석되면서 틈이 많은 규제조항으로 전락돼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실을 냉정히 보면서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 변호사의 특권적 지위 해소 등 다양한 측면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시 변호사’ 배출이 끝났고 로스쿨 변호사가 쏟아져나오는 점도 변수다. 전문자격증이란 결국 지대(rent)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민편익이 우선돼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