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끝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시간. 문제를 풀어가던 수험생들은 독서(비문학) 영역이 시작되는 27번 문제 앞에서 멈칫 했다고 한다. 수험생에게 비문학은 언제나 골치 아픈 영역이지만 올해는 더욱 더 그랬다고 한다. 최근에 출제된 적이 전혀 없는 경제 지문이 무려 2500자에 달할 정도로 길었던 데다 환율, 금리, 통화량, 구매력평가설 같은 낯선 경제 개념이 잔뜩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문에 걸린 문제는 32번까지 6개나 됐다. 이 문제를 직접 풀어본 박진우 씨(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3년)는 “평소 경제지식을 접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매우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 1등급 점수가 93~94점으로 대폭 낮아진 것은 이 경제 지문 탓이었다는 게 학원가 분석이다.

수능 국어를 ‘불국어’로 만든 경제 지문의 핵심 개념은 테샛(TESAT)과 생글생글에서 자주 거론하는 것들이다. 환율, 금리, 환율과 수출·수입, 구매력평가설 등의 주제는 테샛과 생글생글의 단골 메뉴다.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는 “시험 다음날 이 경제 지문이 학교에서 화제가 됐다”며 “생글생글을 열심히 읽은 학생들은 훨씬 덜 생소했을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생인 이정훈 씨는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인 테샛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이 문항들이 ‘꿀 문제’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어 비문학 출제 범위는 워낙 넓어 학생들이 따로 공부하기 쉽지 않다. 과학, 철학, 정치, 국제, 경제 등 다방면에서 지문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지문 변화와 생소한 개념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런 영역을 가장 많이 다뤄주는 생글생글을 평소에 읽고, 경제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테샛을 접해야 한다. 올해 국어를 ‘불국어’로 만든 지문과 문제 해설을 4, 5면에서 만나보자.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