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창의적 인재양성 인프라 주도해야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43) 창조적 혁신과 모방적 혁신
혁신(革新)은 새로워지는 것이다. 새로워지기 위한 아이디어를 남으로부터 얻었는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해낸 것인지에 따라서 모방적 혁신과 창조적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벤치마킹’으로도 불리는 모방적 혁신은 쉽고 비용도 적게 들며 이미 검증됐으므로 실행상의 위험도 작다. 창조적 혁신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거나 개발하기가 힘들고 기술개발 등 많은 투자가 요구되며 실행 시 예상치 못한 위험도 따른다.

자연현상에 입각한 기술 분야의 모방적 혁신은 그대로 모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개입되는 경영 분야의 혁신은 의식, 관행, 역량, 변화에의 저항감 등을 고려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질적이고 양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매우 높은 것은 모방적 혁신 단계에 있기 때문이며,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낮은 것은 창조적 혁신 단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대체적으로 모방기라고 볼 수 있는 1960~1980년대에는 고도성장기를 맞이했다가 창조적 혁신기로 이전하는 1990년대 이후에는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한편 오늘날 태풍의 눈인 4차 산업혁명은 획기적이고 극적인 창조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런 도약적 혁신에 익숙하지도 않고 역량도 부족하며 관련 인재 공급을 위한 국가적 교육 인프라도 부족하다. 우리의 주입식 교육과 비차별적 대중교육 및 집단주의적 사고는 창의성 발휘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창조적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은 다양한 출신과 문화, 창의적 교육의 중시, 개인의 개성 중시, 최강의 대학 연구경쟁력, 혁신에 대한 보상 등 도약적 혁신을 격려하는 인프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국가다.

그러나 기존의 우위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직면하고 새로운 시대적 혁신 흐름에 대응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도약적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즉 전통산업의 경쟁력을 지켜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첨단산업이나 신생산업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단시간에 도약적 혁신이 강한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창의성 인재 육성 가치사슬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것은 기업들의 정책 변화와 정부 지원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혁신의 담당 주체인 기업은 미래를 위해 창의적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인사정책을 취해야 한다. 비록 현재 창의적 인재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겠지만 기업이 창의적 인재의 채용을 늘린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면 창의적 교육을 강화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대학이 창의적 소양을 지닌 신입생 선발을 늘린다면 그에 따라서 창의성 교육을 중시하는 초·중·고교나 학원도 늘어날 것이다. 시장에서 수요가 없다면 정부 주도의 공급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종 수요자인 기업이 창의성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을 선도해야 한다. 현명한 소비자가 경쟁력 있는 공급자를 키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학과 초·중·고교 입시 및 교과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해주는 정책을 취하면 된다.

새로운 업종이나 상품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은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아니라 벤처기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신기술을 싼값에 얻기 위해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하거나 기술 아이디어만 빼내는 등 벤처 생태계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한 미국이 단기 경영에 치우치다가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반성이 있었다.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43) 창조적 혁신과 모방적 혁신
우리나라도 오너가 직접 관여한 큰 투자결정에는 장기적 관점의 의사결정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이 있으나, 단기 업적에 치중하는 실무적 업무 수준에서는 단기 경영에 급급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단기 업적 지향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장기적 시야를 갖춘 오너들의 상생적 인수합병(M&A) 정책일 것이다.

정규석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