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삼성·애플, MS·IBM …
필요에 따라 경쟁·협력 병행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兩强) 삼성과 애플. 두 회사는 해마다 ‘갤럭시’와 ‘아이폰’ 신작을 내놓으며 불꽃 튀는 마케팅 전쟁을 벌인다. 상대방을 은근슬쩍 깎아내리는 비교 광고는 물론 떠들썩한 특허 소송전까지 불사한 걸 보면 앙숙도 이런 앙숙이 없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의 많은 부품을 삼성에서 납품받고, 삼성 역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애플에 의존한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상황에 따라 주적이 되기도, 우군이 되기도 하는 묘한 관계인 셈이다.필요에 따라 경쟁·협력 병행
삼성과 애플처럼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이뤄지는 관계를 ‘프레너미(frienemy)’라 부른다. 친구(friend)와 적(enemy)을 합친 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 교수인 테리 앱터가 《베스트 프렌즈》라는 책에서 처음 썼다. 친구가 잘 되길 응원하면서도 내심 자신이 뒤처지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인간의 이중적 심리를 표현하면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프레너미의 등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 같은 융합형 산업에서는 전통적인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같은 업종의 경쟁사끼리도 과감히 손을 잡아야 할 때가 많이 생긴다. 기술의 진보가 빨라지고,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승자독식 현상이 강해지는 점도 이런 흐름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
프레너미라는 개념은 산업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활용된다.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은 외교 분야의 대표적인 프레너미로 꼽힌다. 세계를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지만 다른 나라들을 견제해야 할 때는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다. 거대 기업과 선진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합종연횡에서 ‘세상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 금주의 시사용어
프레너미(frienemy) -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 서로 협력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경쟁하는 관계를 가리킨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