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기업 농업 진출막아 세계적 기업 없어
■ 체크 포인트

우리나라는 대기업 진출이 그 산업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시장도 농축산업도 영세상인과 농민들의 반대로 기업의 진출이 막혀 있다. 식품시장이 발전하는데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먼 산 쳐다보듯이 외국계 기업에 다 빼앗기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발전인지 생각해 볼 시기다.
[Focus] 세계 식품시장 6조달러! 'IT+자동차'보다 크다
세계 식품 100대 기업 중 한국은 고작 한 곳

이 데이터의 출처는 영국 리서치업체 데이터모니터와 마켓라인이다. ‘식품산업 주요지표’는 국내외 식품 관련 통계정보를 수집·가공해 식품 관련 주요 산업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작성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은 올해 6조300억 달러(약 6887조원)로 추정됐다. 이는 세계 IT시장(3조4238억 달러)과 자동차시장(2조125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크다. 70억 인구의 먹거리 수요를 따라갈 만한 산업이 없는 셈이다.

이 외에도 주목할 자료는 세계 식품기업의 순위다. 미국 포천 2000대 기업 중 식품 관련 기업(담배 포함)은 116개다. 네슬레가 매출 1001억 달러로 세계 최대 식품기업(전체 30위)이다. 이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코카콜라, 펩시코, 필립모리스 등의 순이다. 한국 기업으론 KT&G가 93위, CJ제일제당이 108위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세계 식품시장이 IT시장보다 2배 가까이 큰 데도 우리나라 기업 중 세계적인 기업 수가 너무 적다. 대기업이라고 말하는 CJ제일제당과 담배를 생산하는 KT&G가 겨우 식품기업 100위 근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최근 LG CNS가 새만금에 스마트농장을 세우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2013년에도 동부팜한농이라는 회사가 경기 화성 화옹간척지에 아시아 최대 규모 유리온실을 조성해 생산되는 토마토 전량을 일본으로 수출하려다 사업을 포기했다. 이들이 사업을 접은 이유는 다름 아닌 농민단체들의 반대였다.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 회사들이 농업분야에 진출하면 농민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 반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 두 회사의 계획은 내수용 농작물이 아니라 수출용 농작물 생산이었다. 심지어 LG CNS는 농작물 생산이 주가 아니라 스마트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해외업체들에 스마트팜 관련 기자재를 공급해 매출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농민단체들의 막무가내 반대 앞에 무력했다. 돼지 사육에도 기업의 진출을 막고 영세 농가만 사육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있다. 국내 돼지 농가의 71%가 회원으로 있는 대한한돈협회는 총회에서 축산법에 ‘기업의 축산업 참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두도록 추진하겠다고 의결했다.

기업 진출 막아서 한국 농업은 성장했나

대기업이 농업이나 축산업에 진출하면 영세농가가 다 죽는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리고 해외로 80% 이상 수출한다는 것은 대기업의 거짓일 뿐이라는 주장도 사실일까? 둘 다 아니다. 우리는 그 사례를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삼성전자가 그렇다. 1969년에 삼성과 일본의 전자회사인 산요전기는 합작을 통해 삼성전자를 설립하기로 하고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당시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은 삼성전자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제품의 80% 이상을 수출할 것이라는 것은 무조건 거짓이고 삼성전자로 인해 우리나라의 중소 전자부품업체들이 망할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부는 삼성전자 설립을 승인했고 그렇게 삼성전자가 태어났다. 현재 삼성전자 제품 중 89%는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발전으로 한국의 중소 전자부품 업체들도 덩달아 발전했다.

기업이 들어오면 농업은 죽는 게 아니라 성장한다는 것은 많은 농업 선진국들이 입증하고 있다. 기업 진출을 막아서 한국 농업은 성장했나? 한국에서 세계적인 식품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