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고객의 수요를 만들어라
점점 커지는 수요매출관리 중요성, ‘수익 직결’ 소비자 분석하고 홍보 계획·할인정책 등 최적화
2004년 12월, PC산업의 상징이던 미국의 IBM이 PC사업 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IBM의 PC사업부문 매각은 기존 제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서비스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서비스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요한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좋은 사례는 없다고 생각된다.서비스산업의 부상과 더불어 과거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라는 신분야를 개척한 IBM이 오늘날에는 서비스 사이언스(service science)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서비스란 고객접점관리를 통한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가치 창출 활동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객이나 기업이 기대하는 서비스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서비스 이론과 현실의 차이 혹은 고객의 기대 수준과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 간 존재하는 격차를 과학적인 접근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의 산물이 서비스 사이언스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경영학·컴퓨터공학·산업공학·사회과학·법과학 등과 같이 이미 확립된 분야의 학문을 통합적으로 응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법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서비스산업은 서비스의 무형성이란 특징 때문에 재고 비축으로 소비자의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없다. 이는 매출 기회 상실이나 혹은 과도한 서비스 능력(capacity)의 보유로 인한 비용 유발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서비스업에서는 수익성 최대화를 위한 수요관리 기법인 수요매출관리(DRM)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수요매출관리란 무엇인가. 기업이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고객이 사주던 시대를 지나 풍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기업들에 수요관리는 지속적인 관심사가 돼왔고 그 개념 또한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단순한 수요예측에서 수요를 창조한다는 개념을 넘어 오늘날에는 ‘돈이 되는’ 고객의 수요를 관리한다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했다. 즉 오늘날 기업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수요관리의 특징은 바로 ‘수익(profit)’이다. 기존의 단순한 수량 중심 수요예측에서 벗어나 수익 관점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돈이 되는’ 고객의 수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매출관리’라고 일컬어지는 DRM(Demand and Revenue Management)은 수요관리에 고객의 정보를 반영함으로써 수요를 최적화하고 수익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수익성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수요관리 기법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과거 고객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가격정보와 판매촉진 방법을 도출해 기업의 기대수익을 예측하고 수요관리를 지원한다.
현재 및 미래 고객의 수요를 예측하고 수요 창출, 판매 및 공급 사슬을 매출 및 이익으로 최적화하고자 하는데 고객군마다 세세한 최적 가격을 설정해 단가 및 판매량의 최적화와 수요 조절에 목적을 두고 있다. 가격 변경이나 프로모션 등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지극히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량을 필요로 하므로 이 복잡한 시스템 체계를 수학적으로 모델화하고 시장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서비스 사이언스 시대의 수요매출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창출에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고객 집단은 누구며, 이 집단의 행동 패턴이 어떤지, 어떤 방법으로 이 집단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를 분석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이와 같은 수요매출관리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들은 고객 전체 시장을 유의미한 기준으로 잘게 쪼개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어떤 판촉활동 및 가격 정책을 써야 하는지를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는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시장분석기법을 적용해 서비스 사이언스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