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산업 로봇에 소득세 걷어 실직근로자 복지에 쓰자”
○반대 “기술 발전은 과세 아니라 장려정책 펴야 옳다”
로봇에 과세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아직은 주로 해외에서다. 2016년 유럽 의회에서 한 의원이 로봇세 도입 법안을 낸 데 이어 2017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같은 주장을 하면서 관심사가 됐다. 유럽의회는 로봇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의결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대선 공약으로도 나왔다. 혁신의 상징인 로봇에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은 타당한가.
[시사이슈 찬반토론] 로봇세 부과 주장은 타당한가
○ 찬성

로봇세 논쟁을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시킨 것은 빌 게이츠다. 그는 신문 기고, IT 전문지 인터뷰 등을 통해 20년간 로봇이 많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면 급속한 자동화 속도를 늦추면서 복지기금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한마디로 과학화 기계화 자동화 과정에서 밀리는 비전문 노동자 계층을 위한 재원 마련 필요성에서 시작된 논의다. 실직 근로자를 노인이나 어린이를 돌보는 서비스 분야에 투입하고 로봇세를 그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됐다.

학자나 이론가들의 이 같은 주장은 당장 일자리를 잃는 계층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에 따른 빈부 격차를 해소하자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인공지능인 구글의 홈이나 아마존의 알렉사로 인해 가정부가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이미 자율주행차 택시회사들은 택시기사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들기도 한다.

프랑스 대선 한 후보는 기본소득세 도입에 필요한 재원용으로 로봇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출발점도, 지향점도 다른 경우이긴 하다. 부를 창출하는 곳에 과세가 당연하다는 논리도 여기에 가세한다. 로봇세에 따르는 저항감을 고려해 일시적인 소득세 형태로 부과해야 하며, 실직 근로자들이 재취업을 위해 다른 기술을 배우는 데 필요한 재원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반대

많은 경제학자가 로봇세에 반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로봇의 정의가 무엇이며,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게 맞는 얘기냐’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항공기 탑승권 발급 기계나 모바일 뱅킹,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같은 시스템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었지만 이런 기술에 과세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로봇으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만큼 로봇에 대해 단지 일자리 약탈자로 몰아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로봇 생산업계에서는 로봇 보급이 많은 사회에서 실업률이 오히려 더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령 독일 일본 한국은 근로자 1만명당 로봇이 300대에 달할 정도로 로봇 보급률이 세계 최고지만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낮은 편이라는 얘기다.

인류의 혁신과 기술 진보에 세금을 매길 수 없기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산업혁명 때 대량실업을 초래했다고 방직기나 증기기관에 세금을 매겼더라면 지금과 같은 기술 발달과 문명 진보가 가능했겠느냐는 문제 제기다. 오히려 보조금을 줘서라도 신기술은 더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로봇이든 무엇이든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부를 확대한 기업은 이미 기업이 내는 법인세에다 기업종사자들이 따로 내는 소득세로 이중과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항변이다. 세금의 억제적 성격에 주목하면서 로봇이라는 신기술에 대해서는 장려정책이 더 맞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 생각하기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로봇세 부과 주장은 타당한가
로봇, AI(인공지능)가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진실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지만 일자리가 넘쳐 청년들이 골라 취업하는 사회가 됐다. 전통적인 은행 업무의 90%가 기계로 대체됐지만 은행원은 줄지 않았다. 경제 과학이 발전할수록 직업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뿐이다. 물론 실직자는 나올 수 있고, 그에 대한 재취업 교육 등 지원대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세금 신설이 정해진 해법은 아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부의 증대에 따라 세금도 늘어나는 과세시스템은 이미 가동 중이다. 복지 등 정부 지출 구조조정, 작은 정부로의 이행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게 지름길이다. 혁신의 현장에 세금을 부과하기보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혁신을 장려하고 유도할 것이냐에 더 고민해야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도 성장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