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근로자 삶의 질 개선하고 실업문제 해결에도 도움”
○반대 “급격한 법제화 부작용 많고 일자리 늘어날지도 회의적”
국회가 갑자기 법정 근로시간 단축안을 내놨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4개 정당이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바꾸겠다고 나선 것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는 4년간, 그 이상 규모에는 2년의 유예 기간을 준다지만 기업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인건비 상승에 대한 걱정은 중소기업 쪽이 훨씬 크다. 인건비 외에도 부작용이 너무나 많은 정책을 정치권이 급작스럽게 추진하면서 평지풍파가 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옳을까.
○찬성 ○반대 “급격한 법제화 부작용 많고 일자리 늘어날지도 회의적”
기본적으로 한국의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766시간을 크게 웃돈다.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46시간) 다음으로 일하는 시간이 길다. 일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에서 논의가 출발했다. 노사 간 자율 합의 사항으로 둬서는 시행이 어려운 사항인 만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의 청년실업난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법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이를 강제로 지키게 하면 기업은 근로자를 더 뽑을 것이고, 이는 실업난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아니라 ‘일자리 나누기’의 해법이긴 하지만 어떻든 일자리는 더 생긴다는 논리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2015년)에 따르면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면 최대 27만명의 추가 고용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 찬성 쪽의 입장이지만,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기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노사정위원회는 2015년 9월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되 4년간 주당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식으로 단계적 단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대로 느리게 가기에는 청년실업 등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갑자기 나섰다.
○반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문제는 노동 관행, 급여체계 등 다양한 문제들과 연관이 돼 있다.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에도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만큼 신중하게 노사 양측을 포함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할 사안이다. 정치권이 제멋대로 정하고 따라오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라는 논리다. 근로시간을 국가가 개입해 법으로 강제할수 있느냐는 것이다. 근로자와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하며,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권, 즉 ‘사적 자치’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효과도 의심스럽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을 창출했다는 사례보다 오히려 감소했거나 제자리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기업들의 자동화, 글로벌화로 추가고용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 게 현대 산업사회의 특징이다. 일자리는 기업의 혁신, 자유로운 투자, 기업가정신의 고취에서 나오는 것이지 강압적인 나누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반대의 논리다.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대기업·공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고용시장에서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근로시간에 대한 개념도 한국에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대개 선진국에서 근로시간은 작업 시간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단순히 출퇴근 시간인 경우가 많다. 노동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얘기인 만큼 장시간 근로라는 전제부터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프랑스가 과거 주당 35시간으로 줄였지만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 지난해 주간 최대 60시간으로 늘렸다.
○ 생각하기
"정치권은 기업경영에 간섭하지 말아야"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사용자측뿐 아니라 노조도 일단은 반대다. 사용자측은 추가비용이 문제이고, 노조는 실질적 임금감소를 그 이유로 든다.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의 단축이 명분상의 효과를 실제로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치가 노사간의 문제,기업경영에 쉽게 개입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더구나 4차산업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중이다. 고용시장도 급격히 변하는 중이다. 산업현장의 실상은 도외시한채 노사 모두에 부담을 떠안기는 선거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많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