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크 포인트
사람들에게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산 축적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이기 때문이죠. ‘주식’과 ‘부동산’은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 투자대상을 바라보는 감성은 전혀 다르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걱정을 하지만, 이에 반해 부동산은 일종의 로망(Roman)이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투기라는 단어를 들이대기보다는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한 사람으로 칭송한다. 은퇴한 사람이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합쳐 집을 장만했다면 집이라도 있어야 든든하다고 격려한다. 신입사원이 재테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부동산 청약통장을 개설했다면 다들 성실한 친구로 여긴다. 이러한 인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이렇게 상이한 태도를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실제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 수익률은 훨씬 떨어지면서 변동성만 높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하버드대학교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는, 10만 달러를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을 때 어떠한 수익률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에는 10만달러의 투자 금액이 27만 5,000달러에서 29만 9,000달러 수준으로 대략 2.5배~3배 정도 상승하였다.
이에 반해 주식시장에 같은 기간 동안 1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대략 5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였다. 국내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와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2004년 6월 71.0이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지수는 10년 뒤인 2014년 101.5로 4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85.79에서 1994.96으로 무려 153.9% 상승에 이르렀다. 결국 주식 투자가 아파트 투자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맹목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산 축적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토지란 왕이나 귀족만 소유할 수 있는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토지를 소유하게 된 귀족은 해당 토지를 계속해서 자손들에게 물려줌으로써 토지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제적 혜택을 특권화하기 일수였다.
주택 내지 토지를 아무나 살 수 없었던 것은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부의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철저히 백인만을 대상으로 집행되었다. 주로 흑인 내지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좀처럼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흑인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과 흑인 거주 지역은 담보물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택 담보 대출을 집행하였던 연방은행에서 제작한 당시 지도를 보면, 백인 거주지의 경우 A, B, C 등급으로 표시된 반면, 흑인 거주 지역은 D 등급으로 표기되었다. 따라서 신용 등급이 낮은 지역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흑인들에게 원천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많은 이민자들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로망이었다.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저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을 희망한다.” 라는 연설과 함께 10년 내로 대출업체를 통해 소수 인종 550만 명에게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아메리칸 드림 지원법(American Dream Downpayment Act)에 서명한다. 이는 저소득 계층의 주택 구입을 보조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으로 인해 시중 은행은 저신용자들의 대출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충분히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었으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만 활성화되었다.
이로 인해 두 세기 전 미국에 흘러들어왔던 많은 흑인노예의 후손들과 역시 한 세기 전부터 불법이민자로 미국에 흘러들어왔던 많은 라틴계 사람들의 후손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인류의 오랜 열망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사람들에게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산 축적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이기 때문이죠. ‘주식’과 ‘부동산’은 가장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 투자대상을 바라보는 감성은 전혀 다르다.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걱정을 하지만, 이에 반해 부동산은 일종의 로망(Roman)이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투기라는 단어를 들이대기보다는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한 사람으로 칭송한다. 은퇴한 사람이 퇴직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합쳐 집을 장만했다면 집이라도 있어야 든든하다고 격려한다. 신입사원이 재테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면 다들 걱정하지만 부동산 청약통장을 개설했다면 다들 성실한 친구로 여긴다. 이러한 인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 이렇게 상이한 태도를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실제 주식은 부동산에 비해 수익률은 훨씬 떨어지면서 변동성만 높기 때문에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하버드대학교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교수는, 10만 달러를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을 때 어떠한 수익률 차이를 보이는지를 비교 분석해 보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에는 10만달러의 투자 금액이 27만 5,000달러에서 29만 9,000달러 수준으로 대략 2.5배~3배 정도 상승하였다.
이에 반해 주식시장에 같은 기간 동안 10만 달러를 투자할 경우, 대략 5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하였다. 국내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와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2004년 6월 71.0이었던 전국 아파트 매매지수는 10년 뒤인 2014년 101.5로 43.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85.79에서 1994.96으로 무려 153.9% 상승에 이르렀다. 결국 주식 투자가 아파트 투자에 비해 3.5배가량 높은 수익을 거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맹목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동산 투자는 단순히 재테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재산 축적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인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사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얼마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토지란 왕이나 귀족만 소유할 수 있는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토지를 소유하게 된 귀족은 해당 토지를 계속해서 자손들에게 물려줌으로써 토지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제적 혜택을 특권화하기 일수였다.
주택 내지 토지를 아무나 살 수 없었던 것은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부의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철저히 백인만을 대상으로 집행되었다. 주로 흑인 내지 흑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좀처럼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흑인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것과 흑인 거주 지역은 담보물건이 불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주택 담보 대출을 집행하였던 연방은행에서 제작한 당시 지도를 보면, 백인 거주지의 경우 A, B, C 등급으로 표시된 반면, 흑인 거주 지역은 D 등급으로 표기되었다. 따라서 신용 등급이 낮은 지역의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흑인들에게 원천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많은 이민자들에게 부동산은 여전히 로망이었다. 2002년 10월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이 저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을 희망한다.” 라는 연설과 함께 10년 내로 대출업체를 통해 소수 인종 550만 명에게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아메리칸 드림 지원법(American Dream Downpayment Act)에 서명한다. 이는 저소득 계층의 주택 구입을 보조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으로 인해 시중 은행은 저신용자들의 대출심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충분히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었으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만 활성화되었다.
이로 인해 두 세기 전 미국에 흘러들어왔던 많은 흑인노예의 후손들과 역시 한 세기 전부터 불법이민자로 미국에 흘러들어왔던 많은 라틴계 사람들의 후손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인류의 오랜 열망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