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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 수출(2015년 689억달러)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에요 ㅠㅠ
미국 국경조정세 알아봅시다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 수출(2015년 689억달러)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에요 ㅠㅠ
미국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경조정세(BAT·Border Adjustment Tax)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에는 법인세를 매기지 않는 반면 미국이 수입하는 제품에는 세금부담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수출을 늘리고 수입은 줄이며, 해외로공장을 옮긴 미국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한다는 것이지만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들은 ‘변형된 보호무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금 낮출테니 미국 기업들 돌아오라”
미국의 국경조정세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공화당 세금개혁안에 포함됐지만 당시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분위기여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경조정세는 현재의 미국 과세체제가 미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내 제조업체들에 세금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수출을 늘리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되돌아 오게(리쇼어링·reshoring) 하는 게 목적이다.
국경조정세는 관세와는 전혀 다른 ‘국경에 따른 법인세 조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35.3%로 경쟁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한 ‘생산지 기준 과세’ 체계를 채택해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해외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하는 게 유리했다. 이런 과세 구조 때문에 1960년만 해도 미국계 글로벌 회사 85%가 미국 내에 본사를 두었으나 지금은 30%로 줄었다는 게 공화당의 판단이다.
법인세율 35%→20%로…수출품은 과세 제외
국경조정세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현재 35%인 법인세율을 20%로 낮추고 과세 기준을 ‘소비지 기준’으로 바꾼다. 기존에는 ‘생산지 기준’이어서 미국에서 생산한 것이면 내수용이든 수출용이든 구별하지 않고 법인세를 매겼다. 한데 국경조정세를 적용하면 수출품은 과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그만큼 수출기업의 수익이 늘어난다. 반면 수입품은 판매이익에 부과하던 기존의 세금 계산방식이 바뀌면서 세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기존에는 수입비용(원가)을 세금 계산에서 공제해 줬지만 국경조정 방식에선 수입비용을 공제하지 않고 판매관리비 등만 뺀 ‘현금 흐름’에 과세한다. 예를 들어 수입가격이 5000원인 제품을 1만원에 팔고 판매관리비 2000원을 지불했다면 현 세금체계에서는 수입비용 5000원을 공제받고 이익 3000원에 대한 법인세 35%를 적용하면 세후 순익이 1950원이 된다. 하지만 국경조정세를 적용하면 수입비용 5000원을 공제받지 못해 법인세가 20%로 낮아져도 세후순익은 1400원으로 줄어든다.
가열되는 찬반논란…무역분쟁 확대 가능성도
공화당은 8월말까지 국경조정세 입법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경조정세를 놓고 미국내에서조차도 찬반논란이 뜨겁다. 월마트, 홈디포 등 수입업체나 나이키, 리바이스 등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들은 울상이다. 소매 수입업체들도 세금 부담을 우려해 국경조정세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국경조정세를 크게 반기고 있다. 보잉, GE, 다우케미칼, 하니웰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25개 기업은 국경조정세를 지지하는 단체인 ‘미국 제품 연합’을 결성할 정도다.
경제학자나 언론들도 찬반이 엇갈린다. EU(유럽연합) 등은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 수출(2015년 689억달러)이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내 수입품 가격 급등으로 휴대폰, 가전, 생활용품 등 소비재 수출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10%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조정세가 8월에 미 의회를 통과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원은 공화당이 의석수로는 우세(100석 중 52석)하면서도 당내에서도 반대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