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크 포인트
‘염일방일’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사마광(司馬光)은 중국 북송시대의 재상이자 역사가로,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자치통감(資治通鑒)을 편찬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총명함으로 그 이름을 떨쳤는데, 채 열 살이 되기 전부터 독서에 빠져 하루를 보냈을 정도로 남다름을 보였다. 그의 총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고사성어 ‘염일방일(拈一放一)’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루는 어린 사마광이 정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이들의 키보다 훌쩍 큰 커다란 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마침 항아리에 빠지고 말았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 빠진 아이는 허우적거리며 힘들어했고,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본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사다리와 밧줄로 아이를 꺼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누가 항아리를 가져다 놓았는지부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아이를 구하다 항아리가 깨지면 변상을 해야 하는지 등. 아이의 구조는 뒷전으로 밀린 채 안타까운 시간만 허비되고 있었다. 이때 사마광이 나섰다. 주변에 있던 돌을 주워 항아리를 깨뜨린 것이다. 그러자 항아리 속 물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사경을 헤매던 아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린 사마광이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위해서는 항아리쯤은 포기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염일방일’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친구와 만나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어떠한 직업을 가질 것이며 누구와 결혼해 아이는 몇 명 낳을 것인지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인생이란 어쩌면 매 순간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학문이다. 비용 대비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 대가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즉, 기회비용은 어떤 하나를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대안 중 가장 가치가 큰 대안 또는 대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총합을 말한다.
염일방일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마광은 친구의 목숨을 위해 항아리를 깨뜨리는 선택을 내렸다. 즉, 항아리가 친구를 구하기로 결심한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기회비용의 전부는 아니다. 만약 깨진 항아리의 주인이 변상을 요구하면 물어주어야 하는 항아리 값도 기회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여기에 깨진 항아리가 혹 국가의 보물이라도 된다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할지 모른다.
경제학에서는 깨어진 항아리를 명시적 비용, 항아리값과 법적인 책임을 묵시적 비용이라 하고, 이 두 비용을 모두 합친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즉, 기회비용은 회계장부 등에서 눈으로 확인 가능한 가시적 의미의 명시적 비용과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암묵적 또는 비금전적으로 발생하는 묵시적 비용을 모두 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묵시적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명시적 비용만을 고려하면 선택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결국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효용을 최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묵시적 비용에 합리적 의사결정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
‘염일방일’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사마광(司馬光)은 중국 북송시대의 재상이자 역사가로,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자치통감(資治通鑒)을 편찬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총명함으로 그 이름을 떨쳤는데, 채 열 살이 되기 전부터 독서에 빠져 하루를 보냈을 정도로 남다름을 보였다. 그의 총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고사성어 ‘염일방일(拈一放一)’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하루는 어린 사마광이 정원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이들의 키보다 훌쩍 큰 커다란 항아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마침 항아리에 빠지고 말았다.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 빠진 아이는 허우적거리며 힘들어했고,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본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사다리와 밧줄로 아이를 꺼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누가 항아리를 가져다 놓았는지부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아이를 구하다 항아리가 깨지면 변상을 해야 하는지 등. 아이의 구조는 뒷전으로 밀린 채 안타까운 시간만 허비되고 있었다. 이때 사마광이 나섰다. 주변에 있던 돌을 주워 항아리를 깨뜨린 것이다. 그러자 항아리 속 물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사경을 헤매던 아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린 사마광이었지만 사람의 목숨을 위해서는 항아리쯤은 포기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염일방일’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친구와 만나 무엇을 먹을 것인가와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어떠한 직업을 가질 것이며 누구와 결혼해 아이는 몇 명 낳을 것인지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인생이란 어쩌면 매 순간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경제학은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학문이다. 비용 대비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대가가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 대가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즉, 기회비용은 어떤 하나를 선택할 때 포기하게 되는 대안 중 가장 가치가 큰 대안 또는 대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총합을 말한다.
염일방일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사마광은 친구의 목숨을 위해 항아리를 깨뜨리는 선택을 내렸다. 즉, 항아리가 친구를 구하기로 결심한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기회비용의 전부는 아니다. 만약 깨진 항아리의 주인이 변상을 요구하면 물어주어야 하는 항아리 값도 기회비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여기에 깨진 항아리가 혹 국가의 보물이라도 된다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할지 모른다.
경제학에서는 깨어진 항아리를 명시적 비용, 항아리값과 법적인 책임을 묵시적 비용이라 하고, 이 두 비용을 모두 합친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즉, 기회비용은 회계장부 등에서 눈으로 확인 가능한 가시적 의미의 명시적 비용과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암묵적 또는 비금전적으로 발생하는 묵시적 비용을 모두 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묵시적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명시적 비용만을 고려하면 선택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결국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어 효용을 최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묵시적 비용에 합리적 의사결정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