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주의 시사용어

역세권

인천국제공항역에서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 역세권이 뜨고 있다. 정차역인 서울·공덕·홍대입구역 역세권이 외국인의 숙박·쇼핑 거점으로 떠오르면서 일대 상가와 주거시설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2월7일자 A25면
홍대입구에 게스트하우스 200곳 생긴 이유는? 지하철 뚫리면 돈이 몰린다…'역세권의 경제학'
역세권은 보통 전철역 반경 500m, 도보 10분 이내 지역을 뜻해요. 스세권·포세권·학세권 등 재미난 신조어도 많아요.

최근 공덕역 근처엔 중대형 호텔이, 홍대입구역 인근엔 200곳이 넘는 게스트하우스가 줄줄이 들어섰다. 서울역 역사(驛舍)에 있는 대형마트는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급증해 10%를 넘어섰다. 공항철도 개통 후 이들 역세권의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신문 기사나 부동산 광고에 자주 나오는 역세권이라는 말은 ‘전철역 주변 지역’이라는 뜻이다. 범위가 명확히 규정된 건 없지만, 통상 역에서 반경 500m 이내거나 걸어서 10분 정도에 닿는 거리를 역세권으로 친다.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이 잘 발달하고 출퇴근이 편리해 주거 수요도 몰린다. 노선 2~3개가 교차하는 환승역 주변은 ‘더블 역세권’ ‘트리플 역세권’이라 해서 더 주목받는다. “길 뚫리면 돈 몰린다”는 부동산시장의 속설을 잘 보여준다.

강남역은 지난해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 19만9596명으로 국내 지하철역 중 1위인데, 인근 상권의 월 임대료 역시 1㎡당 72만2820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서울 역세권 아파트 매매가는 2년 전보다 14.9%, 전세가는 18.9% 올라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같은 기간 분양된 역세권 아파트의 청약경쟁률(평균 30.52 대 1)은 비역세권(3.49 대 1)보다 아홉 배가량 높았다.

역세권의 영향력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 ‘버블 붕괴’ 당시 역세권 건물은 상대적으로 시세 하락이 작았다.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선 같은 4성급이라 해도 타임스스퀘어 42번가역에서 도보 5분 이내인 호텔과 10분 이상인 호텔의 숙박비가 10만원 이상 차이 났다.

물론 모든 역세권이 다 뜨는 건 아니다. 수도권 지하철역은 꾸준히 늘어나 681개에 이른다. 역과 가까워 인기리에 분양되고도 학교, 병원, 마트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찬밥’이 된 아파트단지가 적지 않다. 역 근처는 공해, 교통 정체 등이 심한 단점도 있어 옥석을 잘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세권의 개념에서 파생된 재미난 신조어도 많다. 주변에 좋은 학교가 있으면 ‘학세권’,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스타벅스와 가까우면 ‘스세권’, 대형 복합쇼핑몰 근처는 ‘몰세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엔 포켓몬고 아이템이 잘 잡히는 ‘포세권’이 화제가 됐다. 다소 장난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입지의 중요성’이 다양한 영역에서 통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