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벤처요람 만들어 일자리 많이 창출해야죠"
○ 반대 "예산 지원한다는 이유로 정부 개입땐 효과 없어요"
벤처기업, 특히 막 탄생한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정부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꼭 도움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전시행정의 하나일 뿐이며, 자생력도 없는 정부 의존형 약체 기업만 양산해 내는 것이 될까.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구호 아래 역점 정책으로 추진해 온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존폐 논란이 일자 유망 벤처에 대한 지원 문제로 논란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청년창업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반대 "예산 지원한다는 이유로 정부 개입땐 효과 없어요"
○ 찬성
전국의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 정부 들어 세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부가 해도 해야 할 일이라는 관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할 청년 전진기지가 돼 이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벤처기업, 특히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은 정부가 어느 정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어차피 정부 예산으로 수많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세제·금융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조금만 지원받아 기업의 토대를 갖춰 나가면 그게 경제 성장이요, 가장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정부가 지역별로 조성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창업보육센터라든가 테크노파크 등 창업 관련 유관기관과 협업을 주선해 주는 등 네트워크의 핵심 공간도 된다. 창업 멘토링과 경영 컨설팅, 법률과 특허 상담 등 여러 지원도 가능하다. 이런 환경은 정부가 아니면 민간에서 조성하기는 힘들다.
창업 쪽에서 성과도 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이곳을 거친 창업자가 속속 나오고, 국제적으로도 주목하는 공간이 됐다.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도 창업과 미래형 산업에서나 가능하다는 게 선진국들의 경험인 만큼 이런 공간을 더 확대하면서 정부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 반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창업 열기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그대로다. 창업의 중요성, 특히 4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기술형 스타트업 육성은 어느 나라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정책적 과제다. 창업 활성화는 굳이 국가의 정책 목표가 아니더라도 대학 등 고등교육의 중점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은 다른 얘기다. 정부가 직접 예산 지원을 하고 관료들이 그 빌미로 온갖 간섭을 해서는 될 창업도 어려워진다. 규제 위주의 낡은 행정관행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하면 단지 지원으로 그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개입과 간섭을 일삼는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만 해도 처음 시작부터 지나칠 정도로 정부 주도로 진행된 사업이다. 시장의 자율기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관청과 공무원 중심의 운영은 비효율을 초래하고 적잖은 부작용도 잉태한다. 정부 주도는 형식적인 실적 내기에 매달리면서 투입되는 자본에 대한 회수 가능성을 무시하거나 책임 문제를 소홀히 하기도 쉽다. 성공적인 벤처기업은 시장 기능에 따라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자연히 몰려드는 건강한 벤처 생태계에서 나온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그런 곳이다. 한국에서는 판교 정도를 넘어서는 남쪽으로는 벤처기업인들이 잘 가려고 하지도 않는데 정부는 전국 18곳에 균형을 짜맞추듯 인위적으로 센터를 만들었다. 이것부터가 작위적이다. 지원 방식을 확 바꿔야 한다. 근본은 규제 철폐다.
○ 생각하기
"벤처생태계 조성은 절실…간섭·규제는 최소화해야"
창업을 통한 일자리 확충은 시대적 대세다. 스타트업의 육성도 사회적 과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쪽은 물론이고 벤처생태계에 다 맡기자는 쪽도 정부가 지원 자체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다.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간섭과 개입을 경계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규제 혁파로 이어진다. 벤처기업의 성공 여부는 시장 기반의 건강한 벤처생태계 조성 여부에 달렸다. 그래야 강하고 오래갈 진짜 성공 벤처가 나온다. 그렇게 본다면 박근혜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는 최소한의 지원만 하고 간섭, 실적, 지도 같은 것을 배제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