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쉽게 배우는 방법 중 하나는 해당 분야에서 흔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용어를 명확히 구분지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세포’와 ‘바이러스’가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구분지어 보면 세포의 개념을 명확히 숙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적인 측면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설명할 때 흔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인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경제와 역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도모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경제성장은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이전에 비해 특정 국가가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냈다면 흔히 이를 해당 국가의 경제가 성장(growth)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기존보다 더 많이 투입하여 생산을 증가시키거나 동일한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우이다. 경제성장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흔히 사용하는 경제지표인 GDP(국내총생산)를 기반으로 한 GDP 증가율 내지 1인당 GDP 같은 지표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GDP는 주어진 기간 내에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을 의미한다. GDP의 이 같은 정의에는 크게 다섯 가지 중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주어진 기간’을 기반으로 GDP가 집계된다는 것은 특정 기간에 이루어진 생산 활동만을 측정한다는 의미로, 보통 GDP 집계 기간은 1년이다.
다음으로 GDP는 ‘한 나라 안의’ 경제활동에 주목한다. 여기서 ‘한 나라 안에서’라는 의미는 GDP가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일어난 생산활동이면 내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 GDP에 포함시키지만, 해외에서 유발한 생산활동의 경우 아무리 내국인이 수행한 생산활동이라 하더라도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GDP는 여러 경제활동 중에서 ‘생산’ 활동에만 주목한다. 해당 기간에 수행된 경제활동 중에서 생산과 무관한 분배활동 내지 거래활동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GDP는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에만 주목한다. 특정 국가가 빵 하나를 만들었을 때, 빵 하나만 GDP에 포함시켜야지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된 중간산출물인 밀가루, 밀 등을 별도로 GDP에 포함시킬 경우 이중계산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치로 GDP는 해당 연도에 새로이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만 평가한다. 1인당 GDP는 국내총생산인 GDP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는 개인에게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국내총생산이 배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경제성장의 개념과는 달리 ‘경제발전’은 해당 국가의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측면까지 모두 포괄해 판단하는 개념이다. 앞서 설명한 ‘경제성장’은 얼마만큼의 생산요소를 투여하여 얼마만큼의 생산을 달성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개념이다. 이런 경제성장의 관점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 법률, 사회 문화적 요인 등에 대한 고려가 투영되어 있지 않다.
경제성장과 달리 경제발전은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은 유엔에서 국제사회의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천명한 MDGs 프로젝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MDGs란 2000년 유엔이 국제사회가 균등하게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일조하기 위해 수립한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말한다. 당시 유엔은 MDGs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목표로 다음과 같은 8가지를 선정하였다. ①절대빈곤과 기아 퇴치 ②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③여성의 권한 확충 ④유아 사망률 감소 ⑤산모의 보건 상태 개선 ⑥말라리아와 같은 질병 퇴치 ⑦환경보호 ⑧글로벌 동반 성장을 위한 관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는 발전(development)이라는 개념은 성장(growth)과 달리 다양한 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개념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경제가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특정 국가가 발전된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다양한 물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물적 기반만으로는 해당 국가가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갖추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앞서 소개한 유엔 MDGs에서도 경제발전의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유아사망률 감소, 산모의 건강, 질병퇴치와 같은 보건 의료 환경 측면이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융도시인 런던, 시카고, 뉴욕의 도시 빈민가 남성의 평균 건강수명이 52.2세로 조사되었다. 이는 GDP 기준으로 세계 138위에 해당하는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르완다 남성의 평균 건강수명 55세보다 짧다. 이런 사실은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이 동반되는 개념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고 경제발전과 경제성장이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정 국가가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들이 보유한 생산요소들의 물리적 결합 내지 조합만을 변형함으로써 달성되는 성과는 아니다. 토지, 자원, 자본 등과 같은 기초 생산요소를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본과 기술환경, 기업가정신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은 해당 국가가 어떤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성장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토양이며, 경제구조의 발전적인 모습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 두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왔던 것은 이 두 개념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ID 전문연구원 >
경제성장은 일반적으로 특정 사회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이전에 비해 특정 국가가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냈다면 흔히 이를 해당 국가의 경제가 성장(growth)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토지, 노동,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기존보다 더 많이 투입하여 생산을 증가시키거나 동일한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우이다. 경제성장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데 흔히 사용하는 경제지표인 GDP(국내총생산)를 기반으로 한 GDP 증가율 내지 1인당 GDP 같은 지표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GDP는 주어진 기간 내에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을 의미한다. GDP의 이 같은 정의에는 크게 다섯 가지 중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먼저 ‘주어진 기간’을 기반으로 GDP가 집계된다는 것은 특정 기간에 이루어진 생산 활동만을 측정한다는 의미로, 보통 GDP 집계 기간은 1년이다.
다음으로 GDP는 ‘한 나라 안의’ 경제활동에 주목한다. 여기서 ‘한 나라 안에서’라는 의미는 GDP가 한 국가의 영토 내에서 일어난 생산활동이면 내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모두 GDP에 포함시키지만, 해외에서 유발한 생산활동의 경우 아무리 내국인이 수행한 생산활동이라 하더라도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GDP는 여러 경제활동 중에서 ‘생산’ 활동에만 주목한다. 해당 기간에 수행된 경제활동 중에서 생산과 무관한 분배활동 내지 거래활동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GDP는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에만 주목한다. 특정 국가가 빵 하나를 만들었을 때, 빵 하나만 GDP에 포함시켜야지 빵을 만드는 데 사용된 중간산출물인 밀가루, 밀 등을 별도로 GDP에 포함시킬 경우 이중계산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치로 GDP는 해당 연도에 새로이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시장가치만 평가한다. 1인당 GDP는 국내총생산인 GDP를 전체 인구로 나눈 값으로 이는 개인에게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국내총생산이 배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경제성장의 개념과는 달리 ‘경제발전’은 해당 국가의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측면까지 모두 포괄해 판단하는 개념이다. 앞서 설명한 ‘경제성장’은 얼마만큼의 생산요소를 투여하여 얼마만큼의 생산을 달성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개념이다. 이런 경제성장의 관점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 법률, 사회 문화적 요인 등에 대한 고려가 투영되어 있지 않다.
경제성장과 달리 경제발전은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은 유엔에서 국제사회의 균형있는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천명한 MDGs 프로젝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MDGs란 2000년 유엔이 국제사회가 균등하게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일조하기 위해 수립한 밀레니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말한다. 당시 유엔은 MDGs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세부 목표로 다음과 같은 8가지를 선정하였다. ①절대빈곤과 기아 퇴치 ②보편적 초등교육 달성 ③여성의 권한 확충 ④유아 사망률 감소 ⑤산모의 보건 상태 개선 ⑥말라리아와 같은 질병 퇴치 ⑦환경보호 ⑧글로벌 동반 성장을 위한 관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이는 발전(development)이라는 개념은 성장(growth)과 달리 다양한 사회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개념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경제가 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경제가 발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특정 국가가 발전된 경제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다양한 물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물적 기반만으로는 해당 국가가 이전보다 발전된 모습을 갖추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앞서 소개한 유엔 MDGs에서도 경제발전의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유아사망률 감소, 산모의 건강, 질병퇴치와 같은 보건 의료 환경 측면이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융도시인 런던, 시카고, 뉴욕의 도시 빈민가 남성의 평균 건강수명이 52.2세로 조사되었다. 이는 GDP 기준으로 세계 138위에 해당하는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르완다 남성의 평균 건강수명 55세보다 짧다. 이런 사실은 경제성장과 경제발전이 동반되는 개념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고 경제발전과 경제성장이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정 국가가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들이 보유한 생산요소들의 물리적 결합 내지 조합만을 변형함으로써 달성되는 성과는 아니다. 토지, 자원, 자본 등과 같은 기초 생산요소를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본과 기술환경, 기업가정신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은 해당 국가가 어떤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경제성장은 경제발전을 이루는 중요한 토양이며, 경제구조의 발전적인 모습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 두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왔던 것은 이 두 개념이 서로 긴밀하게 연관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ID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