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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동안 남한은 경제대국이 됐고 북한은 최빈국이 됐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자.
지난 2014년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한반도 밤사진. 남쪽에서는 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깜깜하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야간 사진에 나타나는 불빛은 경제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한반도 밤사진. 남쪽에서는 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북한은 평양을 제외하고는 깜깜하다. 미국항공우주국은 “야간 사진에 나타나는 불빛은 경제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구에는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가 많이 있다. 이 중에는 가난했다가 잘살게 된 나라가 있고, 반대로 잘살다가 가난해진 나라도 있다. 무엇이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만드는 것일까?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연구하고 책으로 썼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강대국의 흥망’ ‘국가의 부(富)와 빈곤’ ‘위대한 탈출’ ‘총·균·쇠’ 같은 책들은 그런 연구의 결과물이었다.

‘국가는 왜 실패할까’

책마다 초점이 약간 다르지만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르는 잣대에 대한 설명은 비슷하다. 바로 자유의 정도(程度)다. 부자 나라는 정치, 경제적 자유도가 높은 반면 가난한 나라는 정치, 경제적 자유도가 낮더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에 대한 설명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스모글루)라는 책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종, 국민성, 지리적 위치, 기후, 자원이 국가의 빈부를 가르는 원인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런 것들보다 사유재산권, 시장경제, 경쟁, 법치, 작은 정부, 헌법의 안정성이라는 제도가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즉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를 잘 갖춘 나라는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빈곤의 늪에서 허덕인다는 결론을 저자는 내리고 있다.

이 책에는 남한과 북한을 예로 들고 있다. 제3장 ‘38선의 경제학’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북한은 인종적, 국민적, 지리적, 자원적 차이가 거의 없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유전자를 지닌 두 나라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포용적 정치, 경제 제도의 존재 여부였다고 그는 설명한다. 분단 이후 남북한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북한은 착취적 정치, 경제적 제도로 일관해 왔고, 남한은 보다 더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북한에는 개인과 기업을 분발시키는 사유재산권과 시장경제, 경쟁, 법치가 없다. 중앙당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설계하는 체제다. 인간의 복잡한 욕망과 필요를 일당 독재당이 어떻게 알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까? 지난 70년간 북한은 비효율성과 생산성 저하 속에서 몰락을 거듭했다.

남북한을 가른 ‘38선의 경제학’

[Cover Story] 어떤 나라가 잘 살고 못 사는가?…경제적 자유가 많을수록 잘 산다
반면 남한은 경쟁과 사유재산, 시장경제를 통해 혁신을 거듭해 세계 6위(2015년)의 수출국이 됐다. 정치적으로 선거를 통해 정부를 뽑는 민주주의가 정착됐고, 경쟁과 사유재산권을 통해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가발과 쥐털을 수출했던 1960년대의 빈국에서 이젠 부자 나라 반열에 들어 있다. “남한의 성공은 북한 주민보다 머리가 뛰어나기 때문도, 자원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설명한다. ‘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동시에 높아질 때 강대국이 될 조건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군사력만 있고 그것을 뒷받침할 경제력이 없으면 도태한다고 저자인 폴 케네디는 지적한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군사대국이자 경제대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런 애스모글루는 남북한과 비슷한 지역으로 미국의 노갈레스와 멕시코의 노갈레스를 또 하나의 예로 들었다. 노갈레스는 원래 동일한 마을이었는데 한쪽은 미국으로 흡수됐고, 한쪽은 멕시코 지역으로 남았다. 미국 노갈레스 지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훌쩍 넘는 반면 멕시코의 노갈레스는 1만달러밖에 안 되는 이유가 남북한의 사례와 같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스페인이 영국에 진 이유, 네덜란드가 패권을 잡은 이유, 중국이 유럽에 밀린 이유, 미국이 급부상한 이유도 모두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의 유무로 설명했다.

3면과 4면에서 다룬 남미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 자원, 지리, 인종이 핵심 변수라면 남미 국가들은 큰 격차 없이 잘살아야 정상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은 훌륭한 기후와 자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인종과 국민성이 나빠 일을 안 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것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못 된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 국민의 지적능력이 최악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런데도 서부 라틴은 잘살고, 동부 라틴은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최악의 국면에 빠져 있다.

자원·인종·기후가 부자 못 만든다

세계 최악의 나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 좌파정부가 판을 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회주의 국가는 모든 것을 국유화하고 모든 것을 중앙통제정부가 정하는 그런 나라다. 거대한 중앙정부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짜 복지를 퍼붓는다. 공짜 복지는 일할 의욕을 꺾고, 이는 산업의 몰락, 생산성 저하를 가져온다. 일하지 않아도, 경쟁하지 않아도 정부가 공짜 돈을 준다. 혁신을 해 무엇인가를 개발해도 소유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석유라는 자원은 극단적인 정치 권력 다툼을 만들어낸다. 석유자원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상대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자원의 저주다. 남미에서 쿠데타가 잦은 이유다. 풍부한 자원은 정치를 타락시키고 헌법을 유린하게 된다. 3면에서 본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잘사는 길은 그래서 분명하다. 자유를 넓혀야 번영의 길이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