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타이드(pink tide)’는 남미 국가들의 좌파정권을 일컫는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까지 남미 12개 국가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 나라가 모두 좌파정권이었다. 한데 급진 좌파를 상징하는 ‘붉은 물결’에 빗댄 ‘핑크 타이드’가 말 그대로 썰물처럼 밀려나고 있다. 남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국가들이 하나둘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때 중국 인도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 국가로 위세를 떨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는 지난 1일 의회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좌파 정책을 펴온 호세프는 실업 급여와 저가 주택 공급 등 인기영합적 정책에 국영은행 돈을 무분별하게 빼내 재정회계법을 위반한 혐의로 탄핵 대상이 됐다. 망가진 경제, 만연한 부패도 그가 대통령직에서 내쫓긴 빌미가 됐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과테말라 좌파 정권이 중도 우파에 권력을 내줬고, 11월에는 남미 2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에서도 중도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올 6월 치러진 페루 대선에서도 중도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베네수엘라는 좌파 마두로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지만 중도 우파 야권이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남미 좌파정권이 무너지는 바탕에는 포퓰리즘이 깔려 있다. 잇단 퍼주기식 정책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허약해지고, 자원 강국들마저 줄줄이 빈곤국가로 추락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남미 국가들은 무분별한 복지논란에 휩싸인 우리에게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