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음 역행동화는 한마디로 뒤에 있는 ‘이’모음의 영향으로 앞음절에 ‘이’음이 첨가되는 현상이다. 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다. 원칙을 알고 나면 나머지는 응용해 쓰면 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말에서 ‘이’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다른 말들에 적용해 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무지렁이’일까, ‘무지랭이’일까? 이 밖에도 헷갈리는 게 꽤 많다. 아기와 애기를 비롯해 오라비와 오래비, 가자미와 가재미, 노랑이와 노랭이, 쓰르라미와 쓰르래미, 창피하다와 챙피하다 따위는 사람에 따라 유난히 헷갈리는 단어들이다. ‘이’모음 역행동화를 이해했다면 설령 이들의 정확한 표기를 몰랐다고 해도 맞는 말을 찾아 쓸 수 있다. ‘이’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기 전의 형태가 표준이다. 그러니 모두 앞의 말을 고르면 틀림이 없다.

다만 예외는 따로 알아둬야 한다. 접미사로 쓰이는 ‘-내기’와 ‘남비’ ‘동댕이치다’는 이미 굳어진 말로 보아 ‘이’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난 형태를 표준으로 삼았다. 여기에 접미사인 ‘-쟁이/-장이’를 구별해 쓸 수 있으면 된다. 우선 ‘-내기’는 본래 어형이 ‘-나기’였으나 사람들이 ‘풋나기’ 등을 오히려 어색해하므로 ‘-나기’를 버리고 ‘-내기’로 통일했다. 예컨대 ‘서울내기, 시골내기, 신출내기, 풋내기’라 적는 게 맞고 ‘-나기’라고 하지 않는다.

‘냄비’와 ‘동댕이치다’는 본래 ‘남비’ ‘동당이치다’로 적던 것이었으나 1988년 새로운 표준어사정 원칙이 나오면서 ‘냄비’ ‘동댕이치다’로 바꿔 적기로 했다. 사람들의 발음이 이미 그리 굳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장이’와 ‘-쟁이’는 좀 복잡하다. 우선 ‘장인(匠人)’이란 뜻이 살아 있는 말은 ‘-장이’로 적고, 그 외는 ‘-쟁이’로 적는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이 구별은 수공업적인 기술자에게는 ‘-장이’를 쓴다는 것이 요체다. ‘대장장이’를 비롯해 ‘미장이, 유기장이, 땜장이, 칠장이, 기와장이, 간판장이, 옹기장이, 양복장이’ 등이 그에 해당한다. 그 외에는 모두 ‘-쟁이’를 쓰면 된다. ‘봉급쟁이, 멋쟁이, 안경쟁이, 코쟁이, 소금쟁이, 겁쟁이, 난쟁이, 빚쟁이, 요술쟁이’ 등이 ‘-쟁이’에 포함되는 말들이다. ‘점쟁이, 침쟁이, 환쟁이, 글쟁이, 편집쟁이, 광고쟁이’ 따위는 수공업적 기술자로 보지 않으므로 ‘-쟁이’로 적는다는 것도 함께 알아둬야 한다.

‘-장이’와 ‘-쟁이’의 구별법을 알았다면 응용문제를 풀어보자. ‘갓장이’와 ‘갓쟁이’는 어느 말이 맞을까. 두 가지 다 쓸 수 있다. 다만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갓장이’는 갓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에 비해 ‘갓쟁이’는 갓을 멋들어지게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제 ‘한복장이’와 ‘한복쟁이’의 구별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복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고, 그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한복장이’다. 그러나 한복을 멋지게 즐겨 입는 사람을 가리킨다면 ‘한복쟁이’다.

장난을 심하고 짓궂게 치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은? ‘개구쟁이’다. ‘개구장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