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공략하기② "바뻐요"가 아니라 "바빠요"라 적는 이유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지난 6월6일은 현충일이기도 했지만 계절적으로는 망종(芒種)이었다. 망종은 ‘까끄라기 망(芒), 씨 종(種)’으로 이뤄진 한자어다. 이때 망은 ‘벼나 보리 따위의 껄끄러운 수염’을 말한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24절기 중 하나인 이 날을 전후해 보리는 충분히 익어 베어내고 논에는 모를 심는다.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치는 이 무렵이 농부들에겐 한 해 중 제일 바쁜 시기로, 본격적으로 농번기에 들어간다.

농부들은 자연히 “바쁘다 바뻐!”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이때 말하는 ‘바뻐’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마음이 너무 아퍼요.” “거짓말하는 것은 나뻐!” 일상에서 흔히 말하는 ‘아퍼’ ‘나뻐’ 같은 것도 모두 같은 오류로,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이다.

한글맞춤법은 제16항에서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어미를 ‘-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 어’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말의 특성 중 하나인 모음조화를 풀이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를 규정 그대로 외워선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모음조화란 한마디로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어간의 끝음절 모음이 양성모음, 즉 ‘아, 오’일 때는 어미도 양성인 ‘-아’로 적는다는 게 이 규정의 요체다. 그 밖의 모음, 즉 음성모음(‘애, 어, 외, 우, 위, 으, 의, 이’ 등)일 때는 이어지는 어미도 음성인 ‘-어’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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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적으로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모음조화가 파괴된 형태로 말하고 쓰곤 한다. 가령 ‘잡아’를 [자버]로, ‘얇아’를 [얄버]로, ‘앉아라’를 [안저라] 식으로 발음한다. 이것은 표준 형태가 아니며, 당연히 표기도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발음을 잘못한다고 해서 실제 표기까지 이들을 ‘잡어’ ‘얇어’ 식으로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쁘다, 아프다, 나쁘다’ 같은 말은 어법을 정확히 모르면 자칫 ‘바뻐, 아퍼, 나뻐’ 식으로 잘못 적기 십상이다. 이들은 모두 ‘으’불규칙 용언인데, 활용할 때 어간의 일부가 줄면서 공통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학교문법에서는 이를 불규칙 활용이라 하지 않고 보편적 음운현상인 ‘모음충돌회피’의 하나로 본다). 이 과정을 모르면 모음조화 원칙을 적용하는 데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간 말음이 음성모음인 ‘(숨이) 가쁘다’ ‘바쁘다’가 활용을 하면 우선 모음조화에 따라 어미 역시 음성인 ‘-어’가 붙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단어는 모두 활용할 때 어간의 ‘으’가 줄어지는 특성이 있다. ‘으’불규칙 용언의 특징이다. 즉 ‘가쁘+어’ → ‘가ㅃ+어’로, ‘바쁘+어’ → ‘바ㅃ+어’로 된다. 이때 잇따라 모음조화가 일어나면서 어미로 붙는 음성모음 ‘어’가 양성모음 ‘아’로 바뀌어 ‘가빠’ ‘바빠’가 된다. 본말이 줄어지면서 남은 어간의 형태에 따라 어미의 양성/음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빠’를 [가뻐]로 읽고 적는 경향은 발음상의 모음조화 파괴 탓도 있지만 기본형이 ‘가쁘다’ ‘바쁘다’처럼 어간 말음이 음성모음인 까닭도 있는 것 같다. 즉 기본형만 생각해 어간이 음성모음 ‘으’로 끝났으므로 무조건 어미도 음성모음 ‘-어’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으’가 탈락하는 불규칙 용언임을 모르는 데서 생기는 오류인 셈이다. 따라서 본말이 줄어지는 단어는 남아있는 형태를 중심으로 어미가 활용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중요하다.


뿌리를 알면 머리에 쏙쏙, 만화와 연관된 표현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패션왕] 그리고 [미생]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네, 모두 웹툰이 원작인 영화와 드라마입니다. 또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모두 만화가 원작인 캐릭터들이지요. 이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화는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만화와 관련된 표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웹툰(webtoon)’이란 단어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그런데 카툰은 주로 유럽에서 쓰이는 말이고, 미국에서는 주로 ‘코믹스(comics)’ 또는 ‘코믹 스트립(comic strip)’이란 단어를 주로 사용한답니다.

또, 우리가 흔히 ‘만화영화’라고 부르는 ‘애니메이션(animation)’이라는 단어는 ‘정신’ 혹은 ‘생명의 숨결’을 뜻하는 라틴 어원 ‘아니마(anima)’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래서 생명이 있어 살아 숨 쉬는 ‘동물’을 영어로 animal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animated라는 단어는 ‘생기 있는’ ‘기운찬’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animated discussion이라고 하면, ‘활기찬 토론’이란 표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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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상용되는 용어 중 하나인 ‘코스프레’는 영어 단어인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를 일본식으로 줄여서 부르는 말이랍니다. 코스튬 플레이는 ‘costume(복장)’과 ‘play(놀이)’를 합친 조어로 만화 주인공처럼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해서 만화 캐릭터를 흉내 내는 것을 뜻합니다.

조금 색다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만화의 한자 ‘漫畵’를 풀어보면, 漫은 ‘생각나는 대로, 함부로, 멋대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畵는 ‘그리다’는 의미랍니다. 그래서 이 두 개의 글자를 합쳐보면, ‘생각나는 대로 그린 그림, 함부로 그린 그림, 멋대로 그린 그림’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좀 더 확대해보면, ‘맘대로 자유롭게 그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중국식 ‘만화경(萬華鏡)’을 뜻하는 독일어는 ‘Guckkasten(국카스텐)’이라고 합니다.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복면가왕]에서 9연승을 한 ‘음악대장’ 하현우 씨가 속한 그룹 이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웹툰을 가장 좋아하나요? 저는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양한 웹툰을 챙겨보는 웹툰 마니아지만, 그래도 김양수 씨의 [생활의 참견]을 영어로 번역해보는 게 꿈이랍니다. 저도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열심히 영어 공부할 테니 여러분도 힘내서 꼭 기말고사 대박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