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심각한 병력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폐지해야"
○반대 "병력 부족만을 이유로 폐지한다는 건 근시안적 발상"
국방부가 이공계 병역특례 제도 폐지를 추진 중이다. 병력 자원 감소 추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등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18년부터 해마다 선발 인원을 줄여 2023년에는 아예 없앴다는 구상이다. 국방부는 출생률 저하로 2020년대 초반부터 연간 2만~3만 명의 병력 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는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병역특례 제도가 국가 연구개발 역량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존치돼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병역특례 폐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해야 할까요
○ 찬성

국방부는 1998년 IMF 금융위기 이후 출산율 저하로 20대 남성 인구가 급격히 줄어 군 인력 충원에 비상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2014년 38만 여명이던 20살 남성 인구가 2025년 경에는 현재의 60%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군은 현재 63만 여명인 병력 규모를 2022년까지 10만 명가량 줄일 계획인데 그래도 한 해 2만 명 이상 병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등 각종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대신하는 인원은 한해 2만 8000여 명에 이른다는 것. 국방부는 다만 갑작스러운 병역특례 중단에 따른 산업계와 이공계 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특례 규모를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는 한 방송에서 “이미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것이며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이 되면 20살 남성 인구가 22만명입니다. 현재 50만명의 사병이 있는데 22만명이 100% 군대를 가도 44만명 밖에 안됩니다. 어쩔 수없이 대체복무 전환복무 모두 폐지해야 군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죠. 현실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험 수석 연구위원은 “병역특례 제도는 1970년대 우수한 과학기술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였을 때 만들어진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대상이 점차 확대돼 농어업 분야, 중소기업, 해운수산계까지 포함되면서 선심성 제도가 되어 버렸다”는 입장이다. 그는 도입 당시엔 잉여인력 활용이라는 취지가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반대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수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 R&D 역량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이 제도는 존치되어야 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의 전반적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공계 병역특례는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우수 인재가 모일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병력 자원 부족이라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오랜 기간 산·학·연 분야에 힘이 됐던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연구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한 대기업 연구원은 “산업 발전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제도를 병사 머릿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없앤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이공계 대학원 지원자의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소기업계도 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원은 최근 관련 토론회에 참석, “병역대체 복무제도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가 2013년 기준 총 1조 87억원에 달한다”며 제도 존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병역특례 수요는 1만3000 여명 정도지만 지금도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특례제도가 있어도 중소기업 기피 심리 때문에 연구 인력 구하기가 힘든데 이런 유인책마저 없어지면 기업 운영조차 어렵게 된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교수는 한 언론 기고를 통해 “제도 폐지보다는 화력이나 무기체계를 고도화 하는 등 군 인력구조 개편을 통해 모자라는 군 병력을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생각하기

"일괄 폐지보다는 다른 보완책도 동시에 검토해야"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병역특례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병역 자원 부족이 예상됨으로 병역특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4.5%로, “과학기술계 연구환경과 인력모집에 악영향이 우려됨으로 반대한다”는 의견 38.3%보다 오차범위(±4.3%p) 내인 6.2%p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역특례 제도는 과거 나름의 시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이공계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현재도 결코 줄어들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문제는 군대를 갈 수 있는 젊은이들의 숫자다. 국방부 안은 병력 부족이 심각해지니 병역특례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나름의 필요에 의해 지속시켜온 제도를 모두 없애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좀 신중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상 인력의 숫자는 줄여나가더라도 또 한편으로는 부족한 병력자원을 충원하는 별도의 방안도 동시에 고려해 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모병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나 군 장비의 고도화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병역특례 제도의 폐지 여부만 따질 게 아니라 부족한 병력을 충원하거나 보완하는 다양한 논의를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