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를 뱃지로 적지 않는 까닭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남성 화장실의 소변기 앞에 포스터가 오랫동안 붙어 있었다. 오줌을 소변기 밖으로 흘리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화장실 관리자가 고심 끝에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 밖으로 흘리는 소변량의 80%가 줄어들었다. 소변을 보는 남성들이 ‘조준 사격’을 하는 재미로 파리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런 얘기를 담은 책이 2009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서점가에 깔리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제목으로 쓰인 이 책의 이름은 ‘넛지(nudge)’다.

이번엔 설명을 좀 바꿔보자. ‘팔꿈치로 슬쩍 쿡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란 뜻으로 쓰는 영어 단어는 ‘nudge’다. 이를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답은 ‘너지’다. 국내에서도 ‘넛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지만 우리말 관점에서는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표기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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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팅(marketing), 팩키지(package), 셋트(set), 맛사지(massage), 브릿지(bridge), 캣치(catch).’ 흔히 쓰는 이들 외래어는 모두 틀린 표기다. 외래어를 옮길 때는 자음 표기에서 앞 음절의 받침을 중복해서 적지 않는다는 게 외래어표기법 규정이다. 이에 따라 ‘마켓팅’ ‘팩키지’라 하지 않고 ‘마케팅’ ‘패키지’라 적는다. ‘셋트’나 ‘맛사지, 브릿지, 캣치’도 ‘세트, 마사지, 브리지, 캐치’라고 써야 맞는다. 외래어 표기를 단순화한 것인데, 이는 앞 음절에서 폐쇄되는 받침소리가 뒤따르는 거센소리에 사실상 흡수되기 때문에 굳이 받침으로 적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맥케인(McCain)이 아니라 매케인, 맥킨리봉(McKinley峰)이 아니라 매킨리봉(峰)이라 적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는 접두사 ‘Mac-, Mc-’을 자음 ‘c, k, q’(‘크’ 발음) 앞에 쓸 때 받침 없이 ‘매’로 적기로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예컨대 세계적 경영 컨설팅사 한국법인인 ‘한국맥킨지’가 그런 경우다. 일반적으로 고유명사 표기는 규범에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넛지’를 비롯해 ‘헷지(hedge), 엣지(edge), 뱃지(badge)’ 등도 같은 연장선에서 잘못 표기한 말이다. 이들은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너지, 헤지, 에지, 배지’로 받침 없이 써야 한다. 자칫 한국인이 시각적으로 ‘뱃지’와 ‘넛지’에 익숙하고, 발음 역시 대부분 [배찌] [너찌]식으로 된소리 발음을 한다는 점에서 ‘뱃지’ ‘넛지’라고 쓰기 쉽지만 틀린 표기다. 특히 ‘넛지’는 2009년 국내에 동명의 책이 번역 소개돼 널리 알려지면서 우리 외래어표기 규범을 헷갈리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뱃지나 넛지에 익숙한 것은 전통적으로 학교에서부터 배워온 영국식 영어 교육이 투영된 영향이 큰 것 같다. 또 읽기 위주로 배우다 보니 단어 알파벳을 연상해 표기에 받침을 붙이려는 심리적 동인도 작용하는 것 같다.

‘배지’와 ‘너지’는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외래어다. ‘헤지’는 경제용어로, ‘에지’는 스포츠/패션용어로 비교적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 정규 교육과정에선 외래어표기법을 따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관되고 통일된 표기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외래어도 규범에 맞게 적어야 효율적인 국어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


만만히 보면 큰 코 다치는 '가족이란 이름의 영어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무한도전] ‘웨딩싱어즈’ 마지막 편을 보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단순히 행복한 결혼식의 모습을 넘어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가족’과 관련된 영어 표현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family는 잘 아시는 것처럼 ‘가족’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를 초등학교 수준의 단어라고 무시해서는 정말 큰 일 난답니다. 예를 들어 start a family라고 하면 ‘첫 아이를 얻다’라는 뜻이 됩니다. 물론 ‘가정을 꾸리다’라는 번역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표현은 반드시 ‘(첫) 아이를 낳다’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It runs in the family는 ‘집안 내력이다’는 뜻으로 텝스 문법과 어휘 문제로도 잘 출제되는 표현이랍니다. 또 family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지칭할 때는 복수로 취급하고, 가족을 한 단위로 취급할 때는 단수 동사로 받으므로, 절대 만만히 봤다가는 문법에서 반드시 큰코다칠 수 있는 단어랍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 칼럼 [이름편]에서 알려드린 것처럼, son이 ‘아들’이란 뜻이기 때문에 John의 아들은 Johnson, Jack의 아들은 Jackson이란 이름을 갖게 됐답니다.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또한 Mc나 Mac가 붙어도 아들이란 뜻인데, 그래서 Mcdonald는 donald의 아들이고 MacArthur는 Arthur의 아들이란 뜻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맥아더(MacArthur) 장군이 아더(Arthur)왕의 아들이란 뜻은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아더’보다는 ‘아서’에 발음이 가깝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O’는 ‘손자’나 ‘자손’을 의미하는 단어랍니다. 그래서 O’Neill이나 O’Brian 이란 이름은 원래 Neill과 Brian 집안의 자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답니다.

아예 이름 끝에 Junior를 붙여 같은 집안이라는 것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Senior는 당연히 같은 이름의 손윗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겠지요. 옛날 왕이나 귀족들의 이름뿐 아니라, [Iron Man(아이언 맨)]의 주연 배우 Robert Downey Jr.같은 유명 인사의 이름에서도 이런 사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답니다.

끝으로 제가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으면 ‘큰 사나이’가 되라는 의미로 이름을 ‘배태랑(太郞)’이라고 짓고, 딸을 낳으면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라는 의미로 그리고 늘 배우겠다는 자세를 지니라고 ‘배우리’라고 지으려고 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