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금지 약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일로부터 향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약물에 엄격한 잣대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박태환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2014년 9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3월 자격 정지 징계가 끝났기 때문에 아직 3년이 지나지 않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태환이 고의로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며 그동안 국위를 선양한 점을 감안해 올림픽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박태환은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26을 기록하며 우승했다. 올 시즌 세계랭킹 4위의 호기록이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박태환 올림픽 출전 허용해야 할까요
○ 찬성 "정계 후 다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은 이중처벌"

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상임위원인 임성우 변호사는 최근 스포츠문화연구소 주최로 열린 박태환 올림픽 출전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 체육회 규정은 이중처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변호사는 “도핑과 관련해서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공통 코드를 마련했고 이에 따른 징계를 받았는데 대한체육회가 이와는 별도의 징계로 국가대표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는 설명이다.

박태환의 스승인 노민상 감독은 그동안 박태환이 해온 노력 등을 이야기하며 “박태환을 리우로 보내서 좋은 결과를 내보는 것이 내 마지막 꿈이자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노 감독은 2차 선발전에서 FINA A기준기록을 통과한 남자 선수가 박태환뿐인 점을 거론하면서 “체육회 규정 개정은 박태환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리처드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74·캐나다)은 “리우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면 CAS에 바로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며 “박태환에게 WADA에서 내린 징계 이외에 또 다른 징계가 내려진 것은 국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처벌이라는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를 수영강국 대열에 올려놓은 국민 영웅이었다”면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상처를 줬으나 고의가 아니었다. 이미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처벌을 받았고 국내외에 이와 비슷한 이중 처벌 사례에서 규정을 변경해 올림픽에 출전한 선례도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 반대 "특정인을 위해 규정을 개정할 수는 없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대해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개정 사유가 없다"며 "대한체육회에서 제정한 규정을 박태환 선수로 인해 개정할 이유는 없다. 현재로서는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현재 저희 체육회 입장에서는 기록은 기록, 규정은 규정이라고 말씀드리겠다"면서 "약물복용은 반사회적인 일이다. 약물복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징계를) 강화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선수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이중처벌 논란을 반박했다.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인 박지훈 변호사는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자격만 정지한 것이지 선수로서 자격까지 박탈한 것은 아니다”며 이중처벌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국가대표라는 무게를 고려해 선수의 도덕성을 보겠다는 것이므로 국제 기준이 끼어들 여지는 없
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평론가 최동호 씨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은 체육회가 국민에게 보내는 개혁 의지이자 시그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태환 선수 논란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태환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의 길을 터준다면 오히려 특혜라고 생각해 반발하는 국민 여론이 폭발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대하는 측은 박태환 선수의 재능이 아까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을 위해 대한체육회 규정을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제 스포츠계가 약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도 내세운다.

○ 생각하기 "이번 일과 별개로 규정 개정 논의해야"

2011년 10월 생긴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와 IOC 간 다툼에서 당시 CAS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소위 ‘오사카 룰’은 이중처벌이므로 무효이며 더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IOC는 결국 해당 규정을 없앴고,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박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주장하는 측이 자주 인용하는 대목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는 그야말로 ‘권고’일 뿐 구속력은 없다고 본다. 사실 현 단계에서 대한체육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나름의 타당한 이유는 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평소 논란이 있어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라면 상관없는데 리우 올림픽을 몇 달 앞두고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선수의 출전 여부가 걸려 있다는 데 있다. 체육회 규정을 개정하면 특정인을 위한 개정으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체육회는 이 점을 가장 경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한체육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박태환 선수 건과 관련, 현 규정을 유지하기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적으로 규정 개정을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