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서 환율만큼 중요한 거시경제 변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율이란 자국 화폐와 외국 화폐의 교환비율이다. 즉 세계시장에서 자국의 상품 또는 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환율은 국가 간의 교류가 어느 정도 규모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변수다. 이런 환율이 우리 경제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그만큼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 대외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연평균 16.2%(실질가치 기준) 증가해 왔다. 이 같은 증가 추세를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비교해 보면,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1인당 실질 GDP가 30배 가까이 증가하며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1인당 수출액은 무려 2000배 넘게 늘었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대외지향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수출을 좌우하는 요인인 환율은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어떻게 한 나라의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거나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서는 우리 돈을 달러로 바꿔야 한다. 이런 행위는 달리 표현하면 우리 돈을 주고 달러를 산다고 한다. 이때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동일한 외화를 더 많은 돈을 내고 구매한다는 의미와 같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에서 1달러에 2000원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1달러 지폐를 1000원을 더 주고 구매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외화의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이고,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외화 가격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환율 변화는 상품의 수출과 수입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주요하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일 때 외국인이 1달러를 들고 국내에 방문한다면 그는 1000원만큼의 구매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환율이 1달러에 2000원일 때 국내에 방문할 경우 구매력이 두 배가 된다. 이는 다시 말해 국내 물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는 의미이며, 국내 기업은 수출 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하기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와 수입 상품의 가격을 오르게 하는 요인이다.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상승하면 해외에서 1달러어치 원자재를 사오기 위해서는 이제 1000원이 아니라 2000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 인상은 물가 인상을 유발하거나 수입 자체를 줄어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는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 또 외국 돈을 빌려온 경우에 환율이 상승하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난다. 환율이 떨어지면 우리나라의 수출은 불리해지지만, 수입 원자재 가격은 하락해 국내 물가가 낮아진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원자재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된다. 실제로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환율이 더 빠르게 떨어지면 국내 석유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환율이 시기별로 우리 경제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먼저 광복 이후 우리 정부가 선택한 환율 기조는 저환율 정책이었다. 우리나라는 비록 독립은 했지만, 나라살림을 꾸려 나갈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본인 기업가, 기술자들이 철수해 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기초적인 공산품을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그나마 가동이 가능한 공장 등 산업 시설을 돌리는 데 필요한 기초 자원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즉, 달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해외 원조자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원조만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저환율 정책을 선택했다. 그것은 저환율 기조가 보다 많은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수차례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들로부터 환율 인하 요구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지속적으로 저환율 기조를 유지하면서 보다 많은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6·25전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UN군에 빌려준 차입금이 있었는데, 환율을 올리게 되면 이들로부터 받는 액수가 줄어든다. 하지만 저환율 기조를 유지할 경우 이들로부터 더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었다.

저환율 기조는 1960년대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은 급변하면서 함께 변하게 된다. 1960년대 들어 해외로부터 받는 원조 자금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만이 살 길이었다. 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 어떻게든 외화를 벌어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수출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수출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자재를 구매할 때 세금을 면제해주고, 수출을 많이 한 기업들에 장려금을 주었다. 심지어 수출 관련 서류인 신용장만 은행에 갖고 가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조치들과 함께 환율 또한 수출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조정했다. 1964년 5월3일 달러당 130원에서 255원으로 올리면서 고환율 기조를 선택한 것이다.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율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지난 2011년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1조달러를 돌파했고, 세계에서 9번째 무역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사실은 우리 경제에서 대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반증함과 동시에 우리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환율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함도 함께 제시해준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