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잊지 말자 '구K-1'
2009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미디어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야당이 국회를 점거한 채 여야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새벽 국회사무처는 농성 중이던 야당 의원과 당직자 등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해 경위 30여명을 전격 투입했다. 농성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야당 측은 다양한 ‘폭력 기술’을 선보이며 저항했다. 육탄돌격과 멱살잡이는 초보적인 기본기였다. 목조르기를 비롯해 안면 강타, 헤드록 등 현란한 격투기 기술이 등장했다. 그중 압권은 분을 못 이긴 한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을 찾아가 탁자 위로 날아오르며 이단옆차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의 전말이다.
국회 폭력은 이미 그 전부터 쇠사슬과 전기톱이 동원됐는가 하면 해머가 등장하고 나중엔 최루탄이 터지는 등 ‘조폭 수준’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즈음을 전후해 우리 네티즌은 폭력 국회의원들을 발음이 비슷한 ‘구K-1’이란 말로 빗대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퍼 날랐다. 이 말은 ‘국케이원, 구케이원, 국K-1, 국K1’ 등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파됐는데 모두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이종격투기 ‘K-1’에서 따온 것이다. ‘나라 국(國)’에 K-1을 합성해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을 비꼰 조어다.
‘국K-1’은 수사학적으로는 일종의 동음이의어(칼랑부르) 수법에 의한 말장난이다. 언론에서 만들어 쓴 ‘弗難집’(불난집: 외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빗댄 말), ‘雪雪기다’(설설기다: 눈이 많이 와 교통대란이 일어난 상황), ‘연봉錢爭’, ‘외국錢力’ 따위의 말과 같은 유형이다. ‘연봉錢爭’이니 ‘외국錢力’이니 하는 표현은 각각 ‘戰爭’이나 ‘戰力’이란 말을 비틀어 쓴 것이다. ‘돈싸움’ ‘돈의 힘’이란 의미를 암시하는 상징어다. 본래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면서 ‘언어적 긴장’을 유발해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있다.
이런 식의 말장난은 우리말 진흥과 육성이란 관점에서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론 언어 사용의 일탈인데, 우리말 조어법을 벗어나 기존 언어 체계의 질서를 흔들고 의사소통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이나 네티즌이 즐겨 쓰는 조어방식이란 점에서 우리말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적 용법이기도 하다.
‘2MB’도 같은 선상에 있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 등장한 이 말은 물론 ‘이명박’을 가리키는 기호다. ‘MB’는 ‘명박’을 뜻하는 영문 머리글자이고 ‘2’는 성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MB는 원래 데이터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기호로, ‘메가바이트’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컴퓨터 프로세스의 속도를 나타내는데 1970년대 메가바이트의 개념이 쓰이기 시작했으니 지금의 컴퓨터 기술 수준으로 보면 엄청나게 느린 속도이다. 2008년 촛불시위 현장의 ‘2MB’는 거기서 유추해 ‘이명박’을 공격하기 위한 말로 쓰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발목을 잡은 ‘2MB’는 원래 한 해 전 대선 때 당시 한나라당이 제작한 홍보용 동영상에 나오는 용어였다. 이명박을 띄우기 위한 말이 부메랑이 돼 반(反)이명박 구호로 돌아왔으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만큼은 국회가 ‘국K-1’은 물론 ‘방탄국회’니 ‘식물국회’니 ‘불임국회’니 하는 불명예스러운 조어 탄생의 온상이 되지 않았으면 싶다.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난상토론하는, 그래서 좋은 의미에서 ‘싸우는 국K-1’을 보고 싶다. 그러려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선량들을 잘 고르는 일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거꾸로 읽어도 같은 문장 재미난 영어 回文들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처럼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뜻이 같은 단어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시 합시다’처럼 앞부터 읽어도, 뒤부터 읽어도 뜻이 같은 문장도 있는데 이런 것을 회문(回文)이라고 합니다.
‘다들 잠들다’ ‘다시 합시다’처럼 간단한 문장부터 ‘여보 마이클 이마 보여’ ‘네가 본 스리랑카랑 리스본 가네’와 같은 복잡하면서도 재밌는 회문을 우리말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도 eye, level, rotator처럼 거꾸로 읽으나 바로 읽으나 뜻이 같은 단어와 문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와 문장들은 영어로는 palindrome(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영어 속 다양한 palindrom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문장으로는 ‘Nurses run(간호사들이 뛴다)’ ‘Madam, I’m Adam(부인, 저는 아담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Was it a rat I saw(내가 본 것이 쥐인가)?’, 혹은 ‘Was it a cat I saw(내가 본 것이 고양이인가)?’처럼 간단한 단어로 만들 수 있는 표현도 많답니다.
조금 더 난도를 높여서 ‘Was it a bar or a bat I saw(내가 본 것이 막대기야 아니면 배트야)?’와 같은 문장을 구성할 수도 있고, ‘No lemon, no melon(레몬도 없고 멜론도 없다)’와 ‘Never odd or even(절대로 홀수도 아니고 짝수도 아니다)’와 같은 재밌는 표현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예들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좀 더 재미있는 놀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anagram(철자 순서를 바꾼 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the eyes/they see처럼 글자를 재배열해 연관된 의미의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구성하는 게임이랍니다.
rose(장미)/eros(사랑의 신), listen(듣다)/silent(조용한)과 같은 기초적인 단어부터 dormitory(기숙사)/dirty room(더러운 방), astronomers(천문학자)/moon starers(달을 보는 사람)처럼 조금 더 어려운 표현까지 다양한 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palindrome과 anagram을 찾아본 뒤, 나만의 문장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재미와 함께 영어 공부에도 꽤 도움이 된답니다~!!!^^*
2009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미디어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야당이 국회를 점거한 채 여야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새벽 국회사무처는 농성 중이던 야당 의원과 당직자 등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해 경위 30여명을 전격 투입했다. 농성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야당 측은 다양한 ‘폭력 기술’을 선보이며 저항했다. 육탄돌격과 멱살잡이는 초보적인 기본기였다. 목조르기를 비롯해 안면 강타, 헤드록 등 현란한 격투기 기술이 등장했다. 그중 압권은 분을 못 이긴 한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을 찾아가 탁자 위로 날아오르며 이단옆차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의 전말이다.
국회 폭력은 이미 그 전부터 쇠사슬과 전기톱이 동원됐는가 하면 해머가 등장하고 나중엔 최루탄이 터지는 등 ‘조폭 수준’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즈음을 전후해 우리 네티즌은 폭력 국회의원들을 발음이 비슷한 ‘구K-1’이란 말로 빗대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퍼 날랐다. 이 말은 ‘국케이원, 구케이원, 국K-1, 국K1’ 등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파됐는데 모두 당시 한창 인기를 끌던 이종격투기 ‘K-1’에서 따온 것이다. ‘나라 국(國)’에 K-1을 합성해 싸움질만 하는 국회의원을 비꼰 조어다.
‘국K-1’은 수사학적으로는 일종의 동음이의어(칼랑부르) 수법에 의한 말장난이다. 언론에서 만들어 쓴 ‘弗難집’(불난집: 외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빗댄 말), ‘雪雪기다’(설설기다: 눈이 많이 와 교통대란이 일어난 상황), ‘연봉錢爭’, ‘외국錢力’ 따위의 말과 같은 유형이다. ‘연봉錢爭’이니 ‘외국錢力’이니 하는 표현은 각각 ‘戰爭’이나 ‘戰力’이란 말을 비틀어 쓴 것이다. ‘돈싸움’ ‘돈의 힘’이란 의미를 암시하는 상징어다. 본래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면서 ‘언어적 긴장’을 유발해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있다.
이런 식의 말장난은 우리말 진흥과 육성이란 관점에서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론 언어 사용의 일탈인데, 우리말 조어법을 벗어나 기존 언어 체계의 질서를 흔들고 의사소통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이나 네티즌이 즐겨 쓰는 조어방식이란 점에서 우리말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적 용법이기도 하다.
‘2MB’도 같은 선상에 있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 등장한 이 말은 물론 ‘이명박’을 가리키는 기호다. ‘MB’는 ‘명박’을 뜻하는 영문 머리글자이고 ‘2’는 성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MB는 원래 데이터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기호로, ‘메가바이트’를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컴퓨터 프로세스의 속도를 나타내는데 1970년대 메가바이트의 개념이 쓰이기 시작했으니 지금의 컴퓨터 기술 수준으로 보면 엄청나게 느린 속도이다. 2008년 촛불시위 현장의 ‘2MB’는 거기서 유추해 ‘이명박’을 공격하기 위한 말로 쓰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발목을 잡은 ‘2MB’는 원래 한 해 전 대선 때 당시 한나라당이 제작한 홍보용 동영상에 나오는 용어였다. 이명박을 띄우기 위한 말이 부메랑이 돼 반(反)이명박 구호로 돌아왔으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셈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만큼은 국회가 ‘국K-1’은 물론 ‘방탄국회’니 ‘식물국회’니 ‘불임국회’니 하는 불명예스러운 조어 탄생의 온상이 되지 않았으면 싶다.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난상토론하는, 그래서 좋은 의미에서 ‘싸우는 국K-1’을 보고 싶다. 그러려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선량들을 잘 고르는 일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거꾸로 읽어도 같은 문장 재미난 영어 回文들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처럼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뜻이 같은 단어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시 합시다’처럼 앞부터 읽어도, 뒤부터 읽어도 뜻이 같은 문장도 있는데 이런 것을 회문(回文)이라고 합니다.
‘다들 잠들다’ ‘다시 합시다’처럼 간단한 문장부터 ‘여보 마이클 이마 보여’ ‘네가 본 스리랑카랑 리스본 가네’와 같은 복잡하면서도 재밌는 회문을 우리말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도 eye, level, rotator처럼 거꾸로 읽으나 바로 읽으나 뜻이 같은 단어와 문장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와 문장들은 영어로는 palindrome(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영어 속 다양한 palindrome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문장으로는 ‘Nurses run(간호사들이 뛴다)’ ‘Madam, I’m Adam(부인, 저는 아담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Was it a rat I saw(내가 본 것이 쥐인가)?’, 혹은 ‘Was it a cat I saw(내가 본 것이 고양이인가)?’처럼 간단한 단어로 만들 수 있는 표현도 많답니다.
조금 더 난도를 높여서 ‘Was it a bar or a bat I saw(내가 본 것이 막대기야 아니면 배트야)?’와 같은 문장을 구성할 수도 있고, ‘No lemon, no melon(레몬도 없고 멜론도 없다)’와 ‘Never odd or even(절대로 홀수도 아니고 짝수도 아니다)’와 같은 재밌는 표현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예들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좀 더 재미있는 놀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anagram(철자 순서를 바꾼 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the eyes/they see처럼 글자를 재배열해 연관된 의미의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구성하는 게임이랍니다.
rose(장미)/eros(사랑의 신), listen(듣다)/silent(조용한)과 같은 기초적인 단어부터 dormitory(기숙사)/dirty room(더러운 방), astronomers(천문학자)/moon starers(달을 보는 사람)처럼 조금 더 어려운 표현까지 다양한 예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palindrome과 anagram을 찾아본 뒤, 나만의 문장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재미와 함께 영어 공부에도 꽤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