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기댄 '반시장 입법' 한국을 저성장의 늪에 빠뜨려
정부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가치를 옹호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경제적 자유’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면서 한국 경제를 저성장의 깊은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우려했다.“시장이 풀 문제도 정치가 결정”
조장옥 한국경제학회장은 지난 30일 ‘2017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에 기대는 소수가 끊임없이 반(反)시장 입법을 쏟아내며 경제적 자유를 핍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펠르랭소사이어티는 70년 역사를 가진 세계 자유주의 경제 석학의 모임으로, 2017년 대회는 한국경제신문사 주관으로 내년 5월 서울에서 열린다.
조 회장은 “국민을 대표할 국회는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니라 문제를 영구화하는 집단”이라며 “정치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어떤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일상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자유를 담보하지 못하는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주의 학자들은 경제적 자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올바른 제도가 개인과 국가 번영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유재산권, 경쟁 장려, 사적 계약 보호 등 경제적 자유가 기업가 정신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유주의가 세상을 바꿨다”며 “생산력이 늘고 평균수명이 길어 진 것은 개인의 자유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유주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피케티는 틀렸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경제적 자유의 보장이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오히려 재산권이 잘 보호될수록 소득 불평등은 크게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와 고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지수와 지니계수와의 관계 실증분석’ 연구 결과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경제적 자유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송 교수는 각국의 소득 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경제적 자유 정도를 보여주는 경제자유지수(EFW)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경제적 자유가 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경제자유지수는 세계 88개 자유주의단체가 참여하는 경제자유네트워크(EFN)에서 1970년 개발한 지표다.
송 교수는 “경제자유지수와 지니계수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경제적 자유가 소득 불평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세부지표별로 보면 재산권 보호지수가 높을수록 지니계수가 하락해 소득 불평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교수는 “재산권 보호가 부유층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보다 서민층의 근로유인을 견인하는 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송 교수는 이어 “자유경쟁시장의 규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 조세 정책 등으로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부유세 도입 등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는 처방을 제시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주장과 상반된 것이다.
송 교수는 “경제적 자유가 보장될수록 소득 불평등이 높아진다는 가설은 기각된 셈”이라며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 개입이 과연 타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황정수/오형주 한국경제신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