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지난 설에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들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상여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대형마트 등에 묻혀 빛을 잃고 있는 전통시장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요즘 신세대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주차 시설 및 점포가 쾌적하게 돼 있다. 전통시장에선 불가능하다. 주말을 이용해 한꺼번에 쇼핑해 차에 싣고 오는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대형마트로 주말 나들이를 가는 소비자들도 많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한다. 차를 몰고 쇼핑을 간 김에 나들이도 한다. 나들이 한 뒤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기도 한다. 대형마트는 시대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대형마트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다. 한 개의 마트에 대략 5만개의 제품이 있다고 한다. 제품 선택폭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 반품도 쉽다. 무엇보다 대형마트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곳곳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굳이 멀리 있는 전통시장에 갈 이유가 없다.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어렵다는 주장이 맞는지도 불분명하다. 전통시장은 이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유통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을 강제로 오라고 한 적이 없다.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가 전통시장의 인기 하락이다.
한때 전통시장이 손님들도 붐빈 적이 있다.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이다. 소비자들이 갈 곳은 전통시장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면 전통시장이 쫓아낸 업종이 있다. 보따리 장사와 동네 장사다. 전통시장 때문에 이들 장사는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고 사라졌다. 이처럼 유통은 진화한다. 보부상-동네 장터-전통시장-동네마트-대형마트 순이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는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벌써 온라인 쇼핑에 먹히고 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도 엄청나게 늘었다. 대형마트들도 안심할 수 없다. 최저가 할인 등으로 손님의 발길을 유혹하는 이유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의 후생에 도움이 되느냐다. 전통시장 주인이나 대형마트 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느냐 이득을 보느냐다. 왜 소비자들이 공급자의 이익을 고려해서 소비활동을 해야 하나. 쇼핑을 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전통시장에 가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전통시장을 포기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다. 전통시장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여러분은 한 달에 몇 번 전통시장에 가나?
긍정적인 신호는 전통시장이 이런 경쟁 덕분에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질퍽한 길을 깨끗하게 만들고,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을 얹고, 지저분한 상점을 규격화해 깔끔하게 했다. 또 전통시장마다 테마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대형마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농산물도 깨끗하게 다듬어 판다.
전통시장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문화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은 전통시장이 잘 보존되기도 한다. 정부 지원도 지원이지만 전통시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문화를 살리려 노력한다. 서촌 통인시장은 대형마트의 푸드코트를 벤치마킹한 ‘도시락 카페’를 운영해 그 시장만의 명물로 만들었다. 양양 전통시장은 특산물인 연어를 주제로 한 ‘연애(愛)공원’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카트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카드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등 불편함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많이 이뤄졌다.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자동적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김나영 생글기자 kkim9272@naver.com
'냄비근성'의 두 얼굴
북한이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수소 핵 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여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일제히 규탄했다. 세계는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간주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은 사드 미사일 배치 논의를 시작했다. 미사일이 발사됨에 따라 국가 안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한편으로는 ‘냄비근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냄비근성이란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듯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금방 흥분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는 기질을 뜻한다. 한국의 국민성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냄비근성은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여러 사례들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동안 나라 전체를 슬픔의 바다로 만들었던 세월호 침몰 사건, 한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가공육 매출을 하루 만에 20%까지 감소시켰던 발암물질 논란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건들. 이런 사건들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몇 달, 길어야 1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이런 속성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때와 더불어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도 그랬다.
이처럼 냄비근성은 부정적인 속성으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각도로 이 특성을 바라보면 냄비근성이란 급격한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이고 과감히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자발적인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월드컵, 세월호 같은 사건에 전국적으로 추모의 물결을 퍼뜨리는 모습은 한편으로 냄비근성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속성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이렇게 보면 이런 특성은 한국 안에서 국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게 해주며, 더 나아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없는 문화라도 자랑스럽게 여길 문화들을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존재하고 있는 속성과 문화를 바람직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이 아닐까. 냄비근성의 이면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 듯하다. 잊어버려야 할 것을 빠르게 훌훌 털어버리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며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며 무모하지 않도록 나아가야 한다. 즉, ‘지킬’이 될 것인지, ‘하이드’가 될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김준영 생글기자 ivyandrew@naver.com
'유니버설 디자인'을 아시나요?
전통적인 의미에서 디자인은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갖는 심미적인 취향을 반영했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고 명품을 완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디자인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디자인을 통해 소통, 배려, 협력 등 진정한 삶의 가치를 구현해 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계층을 위한 디자인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예로 상위 10%가 아닌 나머지 90%를 위한 디자인이 있다. 아프리카의 식수 공급이 어려운 점에서 착안된 휴대용 정수기, 통신장비가 없는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산사태를 이웃에게 알리기 위한 깡통 라디오, 그리고 지뢰로 인해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위한 지뢰제거장치인 마인카폰이 그것이다. 모두 저렴한 비용과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지구촌 사람들을 살리는 방법들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의 생명까지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인 셈이다. 이런 형태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일상생활에 가치를 더하는 모두의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 여겨 작년 11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을 주제로 디자인 전시회를 열었다. 감각 약자, 기억 약자, 소통 약자, 힘과 움직임 약자를 비롯해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제품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주제였다. 독창적이고 심미적인 즐거움도 줄 수 있는 디자인 추구다.
전시회 작품들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미래 지향적이기보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배려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정한 디자인은 명품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제공해주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만 집중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로서 인식하려는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촉구된다.
박민경 생글기자 pmk321@naver.com
지난 설에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들은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을 상여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대형마트 등에 묻혀 빛을 잃고 있는 전통시장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책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요즘 신세대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주차 시설 및 점포가 쾌적하게 돼 있다. 전통시장에선 불가능하다. 주말을 이용해 한꺼번에 쇼핑해 차에 싣고 오는 소비자들에게 전통시장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대형마트로 주말 나들이를 가는 소비자들도 많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한다. 차를 몰고 쇼핑을 간 김에 나들이도 한다. 나들이 한 뒤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기도 한다. 대형마트는 시대 변화에 대응한 것이다.
대형마트에는 다양한 물건이 있다. 한 개의 마트에 대략 5만개의 제품이 있다고 한다. 제품 선택폭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 반품도 쉽다. 무엇보다 대형마트는 접근성이 뛰어나다. 곳곳에 대형마트가 있는데 굳이 멀리 있는 전통시장에 갈 이유가 없다.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이 어렵다는 주장이 맞는지도 불분명하다. 전통시장은 이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유통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을 강제로 오라고 한 적이 없다.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가 전통시장의 인기 하락이다.
한때 전통시장이 손님들도 붐빈 적이 있다. 대형마트가 생기기 전이다. 소비자들이 갈 곳은 전통시장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면 전통시장이 쫓아낸 업종이 있다. 보따리 장사와 동네 장사다. 전통시장 때문에 이들 장사는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고 사라졌다. 이처럼 유통은 진화한다. 보부상-동네 장터-전통시장-동네마트-대형마트 순이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는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벌써 온라인 쇼핑에 먹히고 있다. 해외 직구(직접구매)도 엄청나게 늘었다. 대형마트들도 안심할 수 없다. 최저가 할인 등으로 손님의 발길을 유혹하는 이유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의 후생에 도움이 되느냐다. 전통시장 주인이나 대형마트 주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느냐 이득을 보느냐다. 왜 소비자들이 공급자의 이익을 고려해서 소비활동을 해야 하나. 쇼핑을 하기 위해 엄마와 함께 전통시장에 가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전통시장을 포기한 것은 바로 여러분이다. 전통시장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여러분은 한 달에 몇 번 전통시장에 가나?
긍정적인 신호는 전통시장이 이런 경쟁 덕분에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질퍽한 길을 깨끗하게 만들고,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을 얹고, 지저분한 상점을 규격화해 깔끔하게 했다. 또 전통시장마다 테마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대형마트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더러운 곳으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농산물도 깨끗하게 다듬어 판다.
전통시장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문화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은 전통시장이 잘 보존되기도 한다. 정부 지원도 지원이지만 전통시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 문화를 살리려 노력한다. 서촌 통인시장은 대형마트의 푸드코트를 벤치마킹한 ‘도시락 카페’를 운영해 그 시장만의 명물로 만들었다. 양양 전통시장은 특산물인 연어를 주제로 한 ‘연애(愛)공원’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카트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카드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등 불편함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많이 이뤄졌다.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자동적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김나영 생글기자 kkim9272@naver.com
'냄비근성'의 두 얼굴
북한이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수소 핵 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여서 국제사회는 북한을 일제히 규탄했다. 세계는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간주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한국은 사드 미사일 배치 논의를 시작했다. 미사일이 발사됨에 따라 국가 안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한편으로는 ‘냄비근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냄비근성이란 냄비가 빨리 끓고 빨리 식듯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금방 흥분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리는 기질을 뜻한다. 한국의 국민성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냄비근성은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여러 사례들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동안 나라 전체를 슬픔의 바다로 만들었던 세월호 침몰 사건, 한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가공육 매출을 하루 만에 20%까지 감소시켰던 발암물질 논란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건들. 이런 사건들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은 몇 달, 길어야 1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 이런 속성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때와 더불어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도 그랬다.
이처럼 냄비근성은 부정적인 속성으로 주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각도로 이 특성을 바라보면 냄비근성이란 급격한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이고 과감히 도전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자발적인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월드컵, 세월호 같은 사건에 전국적으로 추모의 물결을 퍼뜨리는 모습은 한편으로 냄비근성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속성으로 보이도록 해준다. 이렇게 보면 이런 특성은 한국 안에서 국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게 해주며, 더 나아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없는 문화라도 자랑스럽게 여길 문화들을 만들어 내는 상황에서 존재하고 있는 속성과 문화를 바람직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이 아닐까. 냄비근성의 이면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 듯하다. 잊어버려야 할 것을 빠르게 훌훌 털어버리고 간직할 것은 간직하며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며 무모하지 않도록 나아가야 한다. 즉, ‘지킬’이 될 것인지, ‘하이드’가 될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김준영 생글기자 ivyandrew@naver.com
'유니버설 디자인'을 아시나요?
전통적인 의미에서 디자인은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갖는 심미적인 취향을 반영했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고 명품을 완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디자인의 의미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디자인을 통해 소통, 배려, 협력 등 진정한 삶의 가치를 구현해 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계층을 위한 디자인에서 벗어난 대표적인 예로 상위 10%가 아닌 나머지 90%를 위한 디자인이 있다. 아프리카의 식수 공급이 어려운 점에서 착안된 휴대용 정수기, 통신장비가 없는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산사태를 이웃에게 알리기 위한 깡통 라디오, 그리고 지뢰로 인해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위한 지뢰제거장치인 마인카폰이 그것이다. 모두 저렴한 비용과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지구촌 사람들을 살리는 방법들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사람의 생명까지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인 셈이다. 이런 형태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일상생활에 가치를 더하는 모두의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를 높이 여겨 작년 11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을 주제로 디자인 전시회를 열었다. 감각 약자, 기억 약자, 소통 약자, 힘과 움직임 약자를 비롯해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이 제품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주제였다. 독창적이고 심미적인 즐거움도 줄 수 있는 디자인 추구다.
전시회 작품들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미래 지향적이기보다 낯설지 않으면서도 배려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진정한 디자인은 명품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보편적인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제공해주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에만 집중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열쇠로서 인식하려는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촉구된다.
박민경 생글기자 pmk3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