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칸트·니체…서양 사상을 한 눈에
재미있게 쓴 '철학 읽는 법' 한경BP 출간
‘서양 사상을 줄줄 꿰고 싶다.’ 학생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꿈이다. 서양 사상사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이름을 듣는 순간, 철학자가 주창한 주의주장의 핵심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경BP가 발간한 ‘철학 읽는 법’은 이런 꿈에 응답하는 책이다. “당신도 1분 안에 데카르트를, 3분 안에 서양철학을 설명할 수 있다”고 감히 선언한 책이다. 독자들은 이런 책을 구매할 때 망설인다. “인터넷에 나도는 정보를 적당히 짜깁기한 것은 아닐까?” “제목만 그럴듯하고 내용은 수박 겉핥기식이 아닐까?”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가 바로 사이토 다카시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저자다. 일본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현재 메이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철학 역사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대중적 글쓰기’로 유명하다.

‘철학 읽는 힘’은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했듯이, 259쪽 분량 안에 서양 사상을 개괄적으로 훑고 있다. 저자는 서양 사상이 세 가지 산맥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줄기를 나눠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배려다.

제1산맥은 소크라테스 이후 2500년에 걸쳐 뻗어 내리는 ‘제1산맥’이다. 여기에는 소크라테스는 물론 그의 제자 플라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기독교가 등장한다. 저자는 제1산맥을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이라고 통칭한다. 제2산맥은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에서 탈출한 ‘인간 이성의 시대’다. 데카르트, 칸트, 헤겔이 등장한다. 제3산맥은 현대사상이다. 니체, 다윈, 프로이트, 마르크스,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후설, 소쉬르, 레비스트로스가 나온다.

서양 사상은 이렇게 세 개의 산맥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그 속에 흐르는 주제는 하나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의 본질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왕성한 욕구다. 이런 욕구는 이전의 원리를 공격해 새로운 원리를 세우는 과정으로 충족됐다. 플라톤의 이데아와 기독교의 신으로 세계 본질을 얘기했던 제1산맥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발견한 근대 사상에 의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았다. 이성을 추구하는 주체인 인간이 기독교의 천동설을 극복한 시대가 바로 제2산맥 기간이다.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어떤 의미인지를 제2산맥을 오르면서 이해하게 된다. 데카르트와 칸트, 헤겔이 등장인물이다.

철학은 플라톤 시대와 칸트 시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선언이 제3산맥에 있다. 두 번째 산맥을 때려 부수려는 사상이 현대사상이다.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세계와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까? 니체, 프로이트, 다윈, 마르크스 등은 이전 철학을 부정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다카시는 부정의 힘을 추구하려는 정신이 서양철학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고 했다. 니체 등은 우리의 이성과 합리주의 배후에 있는 것을 찾으려 했다. 합리적이지 않은 무엇인가에 의해 세상이 움직인다는 시각이다. 니체는 그것을 ‘힘에의 의지’에서 찾았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마르크스는 ‘경제’, 소쉬르는 ‘언어라는 체계’, 헤겔은 ‘역사’라는 것으로 설명하려 했다.

259쪽에 담아낸 내용이 깊지는 않다. 하지만 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가격 1만4000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