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나파륜'은 살아있다

[영·수야! 놀자]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2008년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이른바 ‘금융위기’였다. 한국 역시 주가와 원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경제 한파에 떨어야만 했다. ‘서부포람(西富泡濫).’ 서브프라임 사태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 한 신문에 소개되면서 알려진 이 용어는 한자를 이용한 조어다. ‘서양의 부(富)가 거품으로 넘쳐난다’쯤으로 풀이되는 이 말은 서브프라임과 발음도 비슷하면서 의미에서도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절묘한 음역어였다.

우리 외래어표기법은 외국어를 현지 발음에 가깝게 한글로 적는다는 게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1986년 나온 현행 외래어표기법이 자리 잡기 전,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비슷한 소리로 음역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음역어는 소중한 가치를 안고 있는, 우리말 역사를 보여주는 거울인 셈이다. ‘서부포람’같이 일반명사에도 쓰였지만, 지난 호에서 살폈듯이 국명 등 지명과 인명을 옮기는 데 주로 사용됐다.

‘나파륜(拿破崙), 피택고(皮宅高), 색사비아(索士比亞), 야소(耶蘇), 석호필(石虎弼)….’

암호처럼 보이는 이 말들의 정체 역시 음역어이다. 모두 외국 인명을 한자로 옮기고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나파륜은 나폴레옹, 피택고는 피타고라스, 색사비아는 셰익스피어다. 지금은 이런 이름을 쓰지도 않고, 기억하는 이도 없겠지만 지난날 우리말에서 쓰이던 이름이다. 이 중 나파륜과 피택고, 야소는 당당히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다. 야소는 예수(Jesus)를 음역한 말이다. 예전에 개신교를 ‘야소교’라 부른 적이 있었다. 1928년 나온, 당시 항간에 떠도는 민간어원설을 풀이한 책인 《사천년간 조선이어 해석(四千年間朝鮮俚語解釋)》에도 이 말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우리말에서 자리잡아 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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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에 이르면 비교적 낯익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 말글 역사에서 ‘석호필’이 부각된 것은 두 차례다. 가까운 예는 2006년 국내에서 방영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서였다. 특히 주인공으로 나오는 천재 건축가 ‘스코필드’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극성 팬들은 그에게 한국어 이름을 붙여줬는데 ‘석호필’이 그것이다. 스코필드에서 석호필을 끌어낸 것은 음절구조와 발음을 고려한 절묘한 차음이다. 우리 말글사에는 이보다 앞서 이미 100여 년 전에 ‘원조 석호필’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때 세브란스의전 교수로 들어온 영국 출신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가 그다. 한국에서의 그의 헌신적 활동은 의료, 선교, 독립운동 지원 등으로 이어졌다. 한국을 조국처럼 사랑한 그가 스스로 지은 이름이 ‘석호필’이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3·1 독립만세운동을 세계에 알린 그를 ‘3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음역어 가운데는 완전히 우리말 속에 뿌리를 내려 여간해 그 정체를 알기 힘든 경우도 있다. ‘섭씨, 화씨’가 그것이다. 온도 단위의 하나로 ‘℃’로 적는 이 ‘섭씨’는 고안자인 스웨덴 셀시우스의 중국 음역어인 ‘섭이사(攝爾思)’에서 온 말이다. 첫 글자 ‘섭’을 따고 거기에 ‘씨(氏)’를 붙여 만든 것이다. 또 다른 온도 단위인 ‘화씨’는 고안자인 독일의 파렌하이트의 중국 음역어 ‘화륜해(華倫海)’에서 유래했다. 섭씨나 화씨는 본래 셀시우스 온도, 파렌하이트 온도를 취음해 줄여 쓰는 말이지만 말 자체가 경쟁력을 가져 지금은 각각 단어가 돼 우리말 속에 자리 잡았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여행텝스·토플…영어는 결국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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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원 선생님은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

학생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자면,

1. 텝스랑 토플 중 어느 것을 공부해야 하나요?

2. 수능과 내신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3. 정말 한두 달 만에 텝스 800점대 학생이 900점을 넘을 수 있나요?

등인데,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느 것을 공부해도 상관없습니다.

2. 어휘, 문법, 듣기, 독해 공부를 꾸준히 하시면 됩니다.

3. 네, 다만 하루에 10시간 이상 텝스만 공부하면 됩니다.

뭔가, 대단한 답을 기대했던 우리 학생들의 실망한 모습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은 없지만, 이 부족한 강사가 드릴 수 있는 - 비록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 최선의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 시험이라고 해봤자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TOEFL)

Test Of English for International Communication (TOEIC)

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 (TEPS)

인데 결국 다 영어 시험(Test Of English)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영어의 기본을 무시한 채, 각 시험에 맞는 점수 따기 요령만을 배우려고 하니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겠지요.

제가 오전에 성균관대에서 토익을, 오후에 고려대에서 토플을, 저녁에 한영외고에서 텝스를 가르쳤을 때, 제 지인들은 전문성 없는 강사라고 하나같이 저를 놀려 댔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하나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영어(언어)는 (영어)단어들의 모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단어들이 누구랑 쓰이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어떤 순서로 쓰이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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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 없이, 다리를 만진 사람은 통나무(토플)라 말하고, 귀를 만진 사람은 부채(토익)라 말하고, 꼬리를 만진 사람이 밧줄(텝스)이라 말한다면, 어느 누구도 코끼리(영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한 사람은 없는 것입니다~!!!

영어 공부는 단어를 1)문장 속에서, 2)덩어리째, 3)소리로 익히는 훈련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 시시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 당연한 원칙이 영어 시험에서 고득점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말씀을 드리며 부족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 배시원 선생님

배시원 선생님은 호주 맥쿼리대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배시원 영어교실 원장을 맡고 있다. 고려대 등 대학과 김영 편입학원, YBM, ANC 승무원학원 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