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널리 퍼진 책 앞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린왕자』는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큰 사랑을 받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안응렬 교수가 번역한 이후 100여 종 이상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작년 12월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가 개봉되면서 그 한 달 전에 최신 번역본이 또 나왔다. 끊임없이 번역본이 나오고 새로운 독자가 찾는 것은 그만큼 울림이 큰 작품이라는 뜻일 게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순수하고 신비한 이야기…'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삶의 무게 극복](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21413.1.jpg)
『어린왕자』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동도 다르다. 나도 10대에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이미 초등학생 때 이 책을 읽은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과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만큼 감성이 살아 숨쉬는 10대에 꼭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첫 페이지에서 작가 생텍쥐페리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다며 어린이들에게 사과를 구한다. 청소년들에게 아무 인사를 하지 않다니, 좀 섭섭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가 ‘어른들이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 한다’고 타박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생텍쥐페리는 삶을 도식적으로, 이해타산에 맞춰 생각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분명 『어린왕자』를 이해할 걸로 생각했을 게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왕뱀?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어린왕자가 들려주는 순수하고 신비한 이야기…'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삶의 무게 극복](https://img.hankyung.com/photo/201601/AA.11121415.1.jpg)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거쳐 지구에 왔다. 여러 별에서 오간 대화를 음미하며 나라면 어린왕자에게 어떤 답변을 했을까 상상해보라. ‘덧없다’와 ‘길들인다’에 대한 나의 해석과 책 속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갈피갈피마다 숨어 있는 질문과 답변을 음미하면 신비로움이 새어나올 것이다.
일곱 번째로 방문한 지구별에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관계와 존재, 책임을 알아간다. 어린왕자처럼 신중하고 의미있게 삶을 대한다면 나의 꽃 한 송이가 있는 어떤 별을 찾기 위해 밤마다 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마음을 가꾸는 것은 각자 몫
휙휙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른을 뺨칠 정도로 죄질이 나쁜 청소년 범죄가 늘어가는 마당에 꽃은 뭐고 별은 뭐야,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진다 해도 마음을 촉촉하게 가꾸어 나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마음이 하는 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삶의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다.
마지막에 어린왕자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내 별은 너무 멀어서 이 몸을 가지고선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낡은 껍데기 같은 건 하나도 슬플 게 없잖아요”라고 했던 어린왕자의 말을 떠올린 비행사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흔적을 찾지 못한다.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어린왕자가 사라지는 장면이 작가의 마지막과 닮았다고 해서 이 작품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사였다. 1900년에 태어난 그는 21세에 군에 징집되어 조종사 훈련을 받았고 23세 때 군용기 조종 면허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비행 중 부상을 입어 바로 비행사의 꿈을 접었다. 『비행사』『야간비행』 같은 작품을 발표한 뒤 34세에 에어프랑스에 입사한다. 36세에 장거리 비행 중 리비아 사막에 추락, 베두인족에게 극적으로 구조되었는데 이때의 경험이 『인간의 대지』와 『어린왕자』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준다.
작가, 2차대전 마지막 비행서 실종

생텍쥐페리가 떠나고 2년 후, 프랑스에서 『어린왕자』가 출간되었고 그의 이름과 초상화는 프랑스 국립묘지와 50프랑 지폐에 새겨졌다.
나의 순수를 측정해보고 싶다면, 내 마음에 꽃과 별을 담고 싶다면 어린왕자와 대화를 나누어 보라. 『어린왕자』와 같은 명작을 쓰고 싶은 친구는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생애까지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