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널리 퍼진 책 앞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린왕자』는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큰 사랑을 받은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안응렬 교수가 번역한 이후 100여 종 이상의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작년 12월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왕자>가 개봉되면서 그 한 달 전에 최신 번역본이 또 나왔다. 끊임없이 번역본이 나오고 새로운 독자가 찾는 것은 그만큼 울림이 큰 작품이라는 뜻일 게다.
『어린왕자』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감동도 다르다. 나도 10대에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이미 초등학생 때 이 책을 읽은 친구들도 많을 것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과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만큼 감성이 살아 숨쉬는 10대에 꼭 다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첫 페이지에서 작가 생텍쥐페리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다며 어린이들에게 사과를 구한다. 청소년들에게 아무 인사를 하지 않다니, 좀 섭섭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가 ‘어른들이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 한다’고 타박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온다. 생텍쥐페리는 삶을 도식적으로, 이해타산에 맞춰 생각하지 않는 청소년들은 분명 『어린왕자』를 이해할 걸로 생각했을 게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 왕뱀?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거쳐 지구에 왔다. 여러 별에서 오간 대화를 음미하며 나라면 어린왕자에게 어떤 답변을 했을까 상상해보라. ‘덧없다’와 ‘길들인다’에 대한 나의 해석과 책 속의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고 갈피갈피마다 숨어 있는 질문과 답변을 음미하면 신비로움이 새어나올 것이다.
일곱 번째로 방문한 지구별에서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관계와 존재, 책임을 알아간다. 어린왕자처럼 신중하고 의미있게 삶을 대한다면 나의 꽃 한 송이가 있는 어떤 별을 찾기 위해 밤마다 하늘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마음을 가꾸는 것은 각자 몫
휙휙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른을 뺨칠 정도로 죄질이 나쁜 청소년 범죄가 늘어가는 마당에 꽃은 뭐고 별은 뭐야,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진다 해도 마음을 촉촉하게 가꾸어 나가는 건 우리의 몫이다. 마음이 하는 소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삶의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다.
마지막에 어린왕자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내 별은 너무 멀어서 이 몸을 가지고선 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겁거든요”“낡은 껍데기 같은 건 하나도 슬플 게 없잖아요”라고 했던 어린왕자의 말을 떠올린 비행사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흔적을 찾지 못한다.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무사히 돌아갔을까? 아니면 죽은 것일까?
어린왕자가 사라지는 장면이 작가의 마지막과 닮았다고 해서 이 작품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비행사였다. 1900년에 태어난 그는 21세에 군에 징집되어 조종사 훈련을 받았고 23세 때 군용기 조종 면허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비행 중 부상을 입어 바로 비행사의 꿈을 접었다. 『비행사』『야간비행』 같은 작품을 발표한 뒤 34세에 에어프랑스에 입사한다. 36세에 장거리 비행 중 리비아 사막에 추락, 베두인족에게 극적으로 구조되었는데 이때의 경험이 『인간의 대지』와 『어린왕자』를 집필하는 데 영감을 준다.
작가, 2차대전 마지막 비행서 실종
생텍쥐페리가 떠나고 2년 후, 프랑스에서 『어린왕자』가 출간되었고 그의 이름과 초상화는 프랑스 국립묘지와 50프랑 지폐에 새겨졌다.
나의 순수를 측정해보고 싶다면, 내 마음에 꽃과 별을 담고 싶다면 어린왕자와 대화를 나누어 보라. 『어린왕자』와 같은 명작을 쓰고 싶은 친구는 비행사이자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생애까지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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