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017년 말로 정해진 사법시험 폐지 시한을 2021년까지 4년 더 유예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이미 관련법에 의해 폐지키로 한 사법시험을 몇년 더 존속시키자는 것이다. 법무부는 국민 다수가 사시 존치를 주장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로스쿨 관계자들과 학생들은 물론 대다수 법조인들이 폐지될 것으로 알고 있는 사법고시를 갑자기 더 존속시키겠다고 하자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 찬성 “국민 다수가 사시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를 유예한 배경으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80% 이상이 사시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국회에 사법시험 존치안을 포함,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들이 계류중인데 이들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사법시험 폐지반대 전국대학생 연합은 “로스쿨 교수 자녀가 부모가 재직 중인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부산대 로스쿨 등 7개 로스쿨에 입학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들은 “윤후덕·신기남 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에 대한 청탁뿐만 아니라 로스쿨 교수, 고관대작 자녀 등에 대한 ‘로스쿨 음서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며 “국민과 ‘흙수저’ 대학생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아버지가 로스쿨 교수로 있는 해당 로스쿨에 지원한 자녀가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시민단체 바른기회연구소와 함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 85%가 찬성하는 사법시험 존치가 국민의 뜻이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 기회의 평등과 한국사회의 희망을 되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방침도 아니며 현행처럼 사시와의 병행을 4년간 유지해 로스쿨에 내재된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임에도 로스쿨 측은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런 것이 과연 법률가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반대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었던 날벼락 같은 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로스쿨 재학생들로 구성된 법조단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법무부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현재 로스쿨은 이미 6000명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또한 6000명의 재학생이자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는 이 나라 법조계의 미래”라며 “나아가 우리의 사법체계와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 실현의 첨병이다. 로스쿨을 제외하고 법조계를 더 이상 논할 수 없으며 로스쿨이 무너지면 이미 7년간 수 조원을 투자하느 서울대를 비롯해 이 나라 모든 주요 대학들의 교육 시스템이 같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어 “단 3%(사법시험 합격률)의 성공을 위해 2만 명의 고시생들이 단 하나의 시험에만 매달리는 ‘고시 망국’ 현상이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나아가 법조인이 되어서도 로스쿨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이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법조 분열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결정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전에 룰 세팅이 된 걸 다시 바꾸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국회의 고유권한인 법을 바꾸는 일에 대해 법무부가 멋대로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법률에 문제가 있었다면 의학계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시 의대 체제로 되돌린 것처럼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공론화 과정 없이 사시가 폐지될 쯤 갑작스럽게 방침을 바꾸는 것은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 생각하기 “법무부가 혼선만 부추겨…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로스쿨에 대한 찬반 공방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10년전부터 지속돼왔다. 사실 그간의 논란 내용을 따져보면 양측의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겉으로는 개천에서 용이 나니 못나니, 사시 폐인이 되니 못되니, 전문성이 부족하니 아니니 등의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치졸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두 제도는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문제점은 있다. 문제는 어느 제도를 택하든, 이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다. 이미 관련법에서 로스쿨을 도입키로 했고 사법고시 폐지 날자까지 정해진 마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무부가 난데 없이 4년 유예하자는 안을 덜컥 내놓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법조인 양성 시스템과 관련된 혼란과 혼선을 막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법무부가 인용한 여론조사라는 것도 1000명 정도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며 질문 중 상당 수가 사시 존치를 유도하는 식이어서 전혀 공정성을 가진 조사라고 보기도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번 법무부의 발표로 사시 준비생은 물론 로스쿨 학생들, 로스쿨 관계자는 물론 다른 국민들 모두가 혼란스럽게됐다.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차라리 로스쿨을 없애든지 사시 폐지를 확정하든지 해야지 이렇게 애매하게 혼란과 혼선만 부추기는 게 말이되나.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 찬성 “국민 다수가 사시 유지에 찬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를 유예한 배경으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80% 이상이 사시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국회에 사법시험 존치안을 포함,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들이 계류중인데 이들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사법시험 폐지반대 전국대학생 연합은 “로스쿨 교수 자녀가 부모가 재직 중인 로스쿨에 입학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부산대 로스쿨 등 7개 로스쿨에 입학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이들은 “윤후덕·신기남 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에 대한 청탁뿐만 아니라 로스쿨 교수, 고관대작 자녀 등에 대한 ‘로스쿨 음서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며 “국민과 ‘흙수저’ 대학생들은 서류심사와 면접이 당락을 좌우하는 로스쿨 입학 과정에서 아버지가 로스쿨 교수로 있는 해당 로스쿨에 지원한 자녀가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시민단체 바른기회연구소와 함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 85%가 찬성하는 사법시험 존치가 국민의 뜻이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 기회의 평등과 한국사회의 희망을 되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로스쿨을 폐지하자는 방침도 아니며 현행처럼 사시와의 병행을 4년간 유지해 로스쿨에 내재된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찾자는 것임에도 로스쿨 측은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런 것이 과연 법률가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반대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었던 날벼락 같은 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로스쿨 재학생들로 구성된 법조단체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법무부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현재 로스쿨은 이미 6000명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또한 6000명의 재학생이자 예비 법조인을 양성하고 있는 이 나라 법조계의 미래”라며 “나아가 우리의 사법체계와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 실현의 첨병이다. 로스쿨을 제외하고 법조계를 더 이상 논할 수 없으며 로스쿨이 무너지면 이미 7년간 수 조원을 투자하느 서울대를 비롯해 이 나라 모든 주요 대학들의 교육 시스템이 같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어 “단 3%(사법시험 합격률)의 성공을 위해 2만 명의 고시생들이 단 하나의 시험에만 매달리는 ‘고시 망국’ 현상이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나아가 법조인이 되어서도 로스쿨 출신과 사법시험 출신이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법조 분열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결정에 대해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전에 룰 세팅이 된 걸 다시 바꾸려면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국회의 고유권한인 법을 바꾸는 일에 대해 법무부가 멋대로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법률에 문제가 있었다면 의학계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시 의대 체제로 되돌린 것처럼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공론화 과정 없이 사시가 폐지될 쯤 갑작스럽게 방침을 바꾸는 것은 날벼락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 생각하기 “법무부가 혼선만 부추겨…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로스쿨에 대한 찬반 공방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10년전부터 지속돼왔다. 사실 그간의 논란 내용을 따져보면 양측의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겉으로는 개천에서 용이 나니 못나니, 사시 폐인이 되니 못되니, 전문성이 부족하니 아니니 등의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치졸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두 제도는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문제점은 있다. 문제는 어느 제도를 택하든, 이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다. 이미 관련법에서 로스쿨을 도입키로 했고 사법고시 폐지 날자까지 정해진 마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무부가 난데 없이 4년 유예하자는 안을 덜컥 내놓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법조인 양성 시스템과 관련된 혼란과 혼선을 막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법무부가 인용한 여론조사라는 것도 1000명 정도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며 질문 중 상당 수가 사시 존치를 유도하는 식이어서 전혀 공정성을 가진 조사라고 보기도 힘들다.
결과적으로 이번 법무부의 발표로 사시 준비생은 물론 로스쿨 학생들, 로스쿨 관계자는 물론 다른 국민들 모두가 혼란스럽게됐다.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차라리 로스쿨을 없애든지 사시 폐지를 확정하든지 해야지 이렇게 애매하게 혼란과 혼선만 부추기는 게 말이되나.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