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蟲)어휘 문화’…우린 모두 벌레가 되었다
요즘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신조어가 있다. 남을 비하할 때 ‘OO충’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다. 여기서 충이란 ‘벌레 충(蟲)’을 뜻한다. 아무 어휘에다가 ‘충’이라는 글자만 가져다붙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파생어도 무궁무진하다. 처음에는 남을 비하할 때에만 쓰였다.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이르는 ‘무뇌충’,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트의 이용자를 가리키는 ‘일베충’, 식사예절을 지키지 않고 밥을 쩝쩝거리면서 먹는 ‘쩝쩝충’.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심지어 비판 대상이 아님에도 충이 붙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공장소에 아기들을 데려와 난동이 일어나면 뻔뻔한 태도를 고수하는 ‘맘충’.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히 반성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의 존재를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반성할 만한 행동이 아닌가. 이뿐만이 아니다. 고뇌하며 표정이 굳어지고 남이 하지 않는 올바른 말을 하려 할 때, 이를 ‘진지충’으로 불러버린다. ‘충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어떤 행동이 옳은지, 나쁜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어떤 행동을 하든 벌레가 돼버린다. 가장 심각한 점은 이런 단어들이 귀에 익어가면서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무디게 한다. 사람들은 급기야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잊은 채 스스로를 벌레라고 칭하는 자조적인 태도를 지니게 됐다. 토익을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열정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토익충’이라 부른다. 하루하루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신은 그저 ‘노력충’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비관하기 일쑤다. 사람은 벌레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벌레라고 일컫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해버린다. 그레고르 잠자는 이유도 모른 채 벌레로 살아간다. 어쩌면 그레고르 잠자는 우리가 아닐까. 하나쯤은 붙을 수 있는 충 어휘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벌레가 돼버렸다.
남궁솔 생글기자(대전용산고 2년) nksory@naver.com
행복한 굶주림, 기아체험
방글라데시에는 매일 12시간씩 벽돌을 나르는 10살 안팎의 수많은 어린이가 있다. 그들의 일당은 단돈 1300원,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그들에게 학교는 꿈꿔 본지도 오래다.
이런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 기아체험이다. 경기 수원 대평중학교는 지난 10월31일 학교 체육관에서 재학생을 상대로 기아체험을 했다. 2011년부터 ‘친구를 위해 친구와 함께 행복한 굶주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빈곤, 질병, 전쟁 등의 어려움으로부터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주변에 이런 현실을 알리는 것이 이 행사의 주된 취지다. 이날 행사는 월드비전 경기지역본부 주최로 세계 시민 교육, 몸으로 느끼는 빈곤체험(빈곤 퀴즈 물 부족 체험, 불평등 피구, 영양죽 체험) 등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경험했다. 2015년에 모인 행사 후원금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나마굼바초등학교의 교실 추가 건축과 루사카초등학교의 우물, 화장실 공사에 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김서현 학생(2년)은 “한두 끼밖에 굶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한평생 굶주리고 사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또 오지인 학생(2년)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에선 모든 인류가 배불리 먹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충분한 식량이 있음에도 이것이 공평히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계인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앞으로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이 알고, 직접 느꼈다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안선제 생글기자(대평중 2년) sunje1021@naver.com
과연 인간은 합리적일까?
일반적으로 인간은 동물과 다른 이성이란 것을 지니고 있고 경제학의 기반인 비용과 편익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범한 여러 편향과 오류, 왜곡 등을 보면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과거 분서갱유의 사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함으로써 인간의 기본권인 사상의 자유를 막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드러낸다. 인간에게 합리성이란 조건은 전제되면 안 된다. 인간은 사고의 과정에서 편향과 오류, 왜곡된 생각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인간은 편향된 사고를 한다. 앞서 언급한 분서갱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소규모 표본에 대한 과장된 믿음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인간은 선택의 순간에 합리성을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회를 제일 덜 할 만한 것’ 또는 ‘가장 정당화하기 쉬운 것’을 선택한다. 또 인간은 처음 입력한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닻 내림 효과를 선택에 적용한다. 허술한 증거로 인과관계를 만들고 그것을 신뢰함에 따라 나타나는 오류 또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나타내는 요소다. 오류에는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자신이 그런 결과를 예견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후 확신 편향이 있다. 사후 확신 편향은 재판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재판에서 사람들은 사후 확신 편향에 의해 결과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피고에게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경험과 기억의 불일치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왜곡된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재인 양 믿는다. 사람들은 기존의 기억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이 정보에 그들만의 논리성을 덧붙여 왜곡된 기억을 형성하고 이를 믿는데, 이런 기억들은 흔히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다.
인간의 잘못된 사고 과정은 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합리성을 막기 위해 인간은 객관적인 설명 의무를 가져야 하고 특히 사후 확신 편향의 예방을 위해서는 과거에 덜 집착해야 한다. 인간은 객관적인 시선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또 사고 과정에서 자신의 만족과 편리만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류시형 생글기자(인천국제고 2년) hytechart@naver.com
작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겠지요
최근 전북 전주시 인문사회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21명의 학생과 KBS 방송국을 방문했다. 방송국 입구에는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산가족들의 친필 메모도 계단 위로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TV를 활용한 최초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다. 1983년 6월30일 밤 10시15분부터 1983년 11월14일 오전 4시까지 138일에 걸쳐 453시간45분간 진행됐고, 이를 통해 1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에서 국제 기록물에 대해 지정하는 문화유산으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기록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0월10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소식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10월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2박3일씩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공식적인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2000년 8월15일을 시작으로 올해가 20회째다. 1차 상봉에서는 약 400명, 2차 상봉에서는 약 250명의 남측 이산가족이 선정돼 상봉의 기회를 가졌다. 평생을 서로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가족을 만난 이들에게는 2박3일의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그것도 남한에 있는 6만여명의 이산가족 중 1%만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
북한은 남한과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것을 꺼린다. 북한 이산가족들이 남한의 가족을 만나며 자본주의에 물드는 것을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이번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마련된 것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국가다. 교과서에서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통일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 강화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진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민족이기 때문임을 보여줬다.
이지현 생글기자(전주 기전여고 2년) sarah411@naver.com
요즘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신조어가 있다. 남을 비하할 때 ‘OO충’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다. 여기서 충이란 ‘벌레 충(蟲)’을 뜻한다. 아무 어휘에다가 ‘충’이라는 글자만 가져다붙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파생어도 무궁무진하다. 처음에는 남을 비하할 때에만 쓰였다.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이르는 ‘무뇌충’,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트의 이용자를 가리키는 ‘일베충’, 식사예절을 지키지 않고 밥을 쩝쩝거리면서 먹는 ‘쩝쩝충’.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용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심지어 비판 대상이 아님에도 충이 붙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공장소에 아기들을 데려와 난동이 일어나면 뻔뻔한 태도를 고수하는 ‘맘충’.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히 반성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머니의 존재를 벌레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반성할 만한 행동이 아닌가. 이뿐만이 아니다. 고뇌하며 표정이 굳어지고 남이 하지 않는 올바른 말을 하려 할 때, 이를 ‘진지충’으로 불러버린다. ‘충 문화’가 확산됨으로써 어떤 행동이 옳은지, 나쁜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어떤 행동을 하든 벌레가 돼버린다. 가장 심각한 점은 이런 단어들이 귀에 익어가면서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익숙함은 소중함을 무디게 한다. 사람들은 급기야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잊은 채 스스로를 벌레라고 칭하는 자조적인 태도를 지니게 됐다. 토익을 공부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열정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토익충’이라 부른다. 하루하루 노력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신은 그저 ‘노력충’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비관하기 일쑤다. 사람은 벌레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벌레라고 일컫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는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자기 바퀴벌레로 변해버린다. 그레고르 잠자는 이유도 모른 채 벌레로 살아간다. 어쩌면 그레고르 잠자는 우리가 아닐까. 하나쯤은 붙을 수 있는 충 어휘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벌레가 돼버렸다.
남궁솔 생글기자(대전용산고 2년) nksory@naver.com
행복한 굶주림, 기아체험
방글라데시에는 매일 12시간씩 벽돌을 나르는 10살 안팎의 수많은 어린이가 있다. 그들의 일당은 단돈 1300원,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힘든 그들에게 학교는 꿈꿔 본지도 오래다.
이런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 기아체험이다. 경기 수원 대평중학교는 지난 10월31일 학교 체육관에서 재학생을 상대로 기아체험을 했다. 2011년부터 ‘친구를 위해 친구와 함께 행복한 굶주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매년 진행된 이 행사는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빈곤, 질병, 전쟁 등의 어려움으로부터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주변에 이런 현실을 알리는 것이 이 행사의 주된 취지다. 이날 행사는 월드비전 경기지역본부 주최로 세계 시민 교육, 몸으로 느끼는 빈곤체험(빈곤 퀴즈 물 부족 체험, 불평등 피구, 영양죽 체험) 등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경험했다. 2015년에 모인 행사 후원금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는 나마굼바초등학교의 교실 추가 건축과 루사카초등학교의 우물, 화장실 공사에 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김서현 학생(2년)은 “한두 끼밖에 굶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한평생 굶주리고 사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또 오지인 학생(2년)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에선 모든 인류가 배불리 먹을 만큼 충분한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충분한 식량이 있음에도 이것이 공평히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계인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앞으로 미래를 짊어져야 할 청소년들이 알고, 직접 느꼈다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안선제 생글기자(대평중 2년) sunje1021@naver.com
과연 인간은 합리적일까?
일반적으로 인간은 동물과 다른 이성이란 것을 지니고 있고 경제학의 기반인 비용과 편익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범한 여러 편향과 오류, 왜곡 등을 보면 인간은 비합리적이다. 과거 분서갱유의 사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함으로써 인간의 기본권인 사상의 자유를 막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드러낸다. 인간에게 합리성이란 조건은 전제되면 안 된다. 인간은 사고의 과정에서 편향과 오류, 왜곡된 생각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인간은 편향된 사고를 한다. 앞서 언급한 분서갱유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은 소규모 표본에 대한 과장된 믿음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인간은 선택의 순간에 합리성을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회를 제일 덜 할 만한 것’ 또는 ‘가장 정당화하기 쉬운 것’을 선택한다. 또 인간은 처음 입력한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닻 내림 효과를 선택에 적용한다. 허술한 증거로 인과관계를 만들고 그것을 신뢰함에 따라 나타나는 오류 또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나타내는 요소다. 오류에는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자신이 그런 결과를 예견한 것으로 착각하는 사후 확신 편향이 있다. 사후 확신 편향은 재판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재판에서 사람들은 사후 확신 편향에 의해 결과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을 피고에게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린다.
경험과 기억의 불일치로 인해 사람들은 새로운 왜곡된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재인 양 믿는다. 사람들은 기존의 기억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이 정보에 그들만의 논리성을 덧붙여 왜곡된 기억을 형성하고 이를 믿는데, 이런 기억들은 흔히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형성된다.
인간의 잘못된 사고 과정은 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합리성을 막기 위해 인간은 객관적인 설명 의무를 가져야 하고 특히 사후 확신 편향의 예방을 위해서는 과거에 덜 집착해야 한다. 인간은 객관적인 시선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또 사고 과정에서 자신의 만족과 편리만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류시형 생글기자(인천국제고 2년) hytechart@naver.com
작별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겠지요
최근 전북 전주시 인문사회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21명의 학생과 KBS 방송국을 방문했다. 방송국 입구에는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산가족들의 친필 메모도 계단 위로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TV를 활용한 최초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다. 1983년 6월30일 밤 10시15분부터 1983년 11월14일 오전 4시까지 138일에 걸쳐 453시간45분간 진행됐고, 이를 통해 1만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에서 국제 기록물에 대해 지정하는 문화유산으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기록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10월10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소식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10월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2박3일씩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공식적인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은 2000년 8월15일을 시작으로 올해가 20회째다. 1차 상봉에서는 약 400명, 2차 상봉에서는 약 250명의 남측 이산가족이 선정돼 상봉의 기회를 가졌다. 평생을 서로 그리워하며 살아왔던 가족을 만난 이들에게는 2박3일의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그것도 남한에 있는 6만여명의 이산가족 중 1%만 만남의 기회를 얻었다.
북한은 남한과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 것을 꺼린다. 북한 이산가족들이 남한의 가족을 만나며 자본주의에 물드는 것을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이번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마련된 것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단국가다. 교과서에서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통일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 강화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진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한민족이기 때문임을 보여줬다.
이지현 생글기자(전주 기전여고 2년) sarah4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