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고 최경석 쌤의 '술술 읽히는 한국사' (35)
(32) 18세기, 조선의 美 달항아리
(33) 정조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34) 왕의 아버지가 정치를 대신하다
(36) 이 땅의 주인은 농민이다
(37) 제국을 선포하다
(32) 18세기, 조선의 美 달항아리
(33) 정조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34) 왕의 아버지가 정치를 대신하다
(36) 이 땅의 주인은 농민이다
(37) 제국을 선포하다
![[한국사 공부] 최초로 근대 국가를 시도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01.10747429.1.jpg)
조선을 아시아의 프랑스로 만들겠다는 김옥균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정변의 핵심 인물인 김옥균이 남긴 말입니다. 그는 “일본이 동방의 영국 노릇을 하려 하니, 우리(개화당)는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불란서(프랑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이 영국의 17세기의 명예혁명처럼 왕정을 유지하면서도 근대 입헌 체제로 나아가는 것에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프랑스혁명처럼 근대 국민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김옥균은 명확하게 당시 세계 정세와 역사의 흐름을 읽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혁명처럼, 근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득권 세력과 구체제를 강한 의지로 밀어부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조선은 1876년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조약으로 근대 경제 체제, 즉 자유 무역이라는 틀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정치적 근대 개혁을 할 것이냐는 상황이었지요. 안으로는 신분제와 토지 문제 등 여전히 봉건적 걸림돌이 백성들의 삶을 누르고 있었고 밖으로는 서구는 물론 먼저 근대화한 일본과 청 모두 조선을 가만놔두지 않는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3일 천하, 그리고 근대 국가 체제의 개혁 모색

1884년 음력 10월 17일 민영익을 시작으로 조영하, 민태호 등 개화당의 시각으로 보수 기득권 세력이라고 여겨진 이들을 처단하게 됩니다. 다음날에는 고종의 사촌형 이재원을 영의정으로 하고, 나머지 주요 요직은 급진개화파가 차지하는 새 내각을 발표합니다. 홍영식은 좌의정, 박영효는 군사력을 담당하는 전후영사에 그리고 김옥균은 호조참판이 되지요. 눈여겨볼 점은 김옥균이 국가 재정의 실세인 호조참판 자리에 스스로를 임명했다는 것입니다. 근대화의 성공여부가 안정적인 재정 정책에 달려 있다고 본 것이지요. 그리고 격론 끝에 마지막 3일째 국가의 혁신을 위한 정강 14개조를 발표하게 됩니다.
청에 대한 조공 폐지와 인민평등권을 내세운 혁신 정강 14개조
이 14개조는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등이 지향한 근대적 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1조에서 흥미롭게도 흥선대원군의 조속한 귀국과 청에 대한 조공 허례를 폐지할 것을 천명합니다. 개화파는 우선 뭐니뭐니 해도 자주 독립 국가의 위상을 지녀야 근대적 개혁도 가능하다고 본 것이지요. 그래서 임오군란 때 청으로 압송된 흥선대원군의 귀국을 요구하며 청에 대등한 국가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일본의 도움을 무리하게 바라면서까지 김옥균이 원했던 대외적 국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2조에서 문벌 폐지와 인민 평등권 제정을 내세웁니다. 스스로 양반의 자제이자 지배층이면서도 과감하게 신분제의 모순을 철폐하려는 김옥균의 의지가 대단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13조에서는 대신과 참찬이 의정부에 모여 정령을 의결, 반포한다는 조항을 넣어 아직 서구식 의회와 내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근대적 정치 제도의 요소를 나름대로 구현해 보려 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갑신정변이 내각책임제를 지향했다고 보는 근거이기도 하지요. 한편 가장 논쟁적인 조항은 3조로 토지세에 대한 개혁과 탐관 오리의 부정을 막을 것을 천명하지만 당시 다수 농민이 원하는 근본적인 토지 개혁이 아니라고 보는 역사가들이 대다수입니다.
![[한국사 공부] 최초로 근대 국가를 시도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01.10554653.1.jpg)
■ 최경석 선생님
최경석 선생님은 현재 EBS에서 한국사, 동아시아사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진학담당위원도 맡고 있다. 현재 대원고 역사교사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이 크는 인문학 6-역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