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양성화를 염두에 둔 법무부의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우영 교수에게 의뢰한 관련 용역 결과인 ‘로비활동 법제화 방안’에서 이 교수는 “입법자에게 대중의 반응을 전달하고 입법과정에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는 로비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로비스트 양성화는 한국 사회의 다원화와 의회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따라 로비스트 양성화 내지는 합법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과거 오래전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돈 많은 재벌의 로비를 공공연히 허용하는 꼴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제대로 로비를 할 수 있게되는 만큼 위화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로비스트 양성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되고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어든다”
법무부 용역을 맡은 이우영 교수는 “민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든 한국 정치구조 특성상 입법과정에서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다”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로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승민 글로벌입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로비활동이 비공개된 비경쟁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알 길도 없고 참여도 제한돼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이뤄지는 로비에 대해 공개되고 경쟁적인 환경을 만들면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되고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이 조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일부에서 로비스트 합법화가 불법적인 로비나 부정한 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불법과 부정한 거래는 지금도 그렇듯이 계속 처벌 대상이며 여기에 더해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조 위원은 “정치자금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은 높지만 로비 활동 공개에 관한 인식은 낮다”며 “국민들이 지금까지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그 필요성을 공감해야 로비의 제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과거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커튼 뒤에서 이뤄지는 로비 활동과 폐해에 대해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로비 활동을 공개적으로 보장하되 투명하게 알려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반대 “힘있는 집단만 유리해지며 음성적 로비 사라지지도 않을 것”
반대하는 쪽은 “로비가 합법화되면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제도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은 기회를 매수하거나 더 많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현실에서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런 입장을 대표한다. 그는 “로비 합법화는 힘 있는 집단에 대한 이익 추가 보장과 힘 없는 다수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로비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로비는 제도권 정치의 보완일 뿐 이를 대체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정당정치부터 공고화하는 게 우리 사회의 과제며 건전한 제도권 정치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로비스트들의 입법이 활개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 교수는 로비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더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지지도 않는다며 로비 합법화에 반대한다. 그는 “한국 국회처럼 많은 입법 절차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비 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음성적 로비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합법적인 틀을 이용해 음성적이고 은밀한 로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불법 로비를 완전차단 못하더라도 관련 법은 필요”
로비스트법의 필요성이 논의된 게 20년도 더 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 국회의 제도개선 차원에서 시작됐던 사안이다. 방위산업, 고속철도 같은 조단위의 국책사업이 진행되면 어김없이 뒤따랐던 불법 로비활동의 근절책으로도 논의됐으나 늘 흐지부지돼 버렸다. 수차례 논의되어 왔지만 계속 무산됐던 것은 부정적 여론과 변호사 업계의 반대 때문이었다. 현행 변호사법은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을 불법’으로 규정, 합법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로비는 합법화 양성화 여부와 관계 없이 존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관련 법을 만들고 양성화해 일정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100% 양성화되거나 불법 로비가 근절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법이 100% 지켜지지 않는다고 법이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비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일정한 규율을 정하는 것이 차선책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논의를 거쳐 세세한 규정을 만들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로비 관련 법과 규정이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낫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과거 오래전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돈 많은 재벌의 로비를 공공연히 허용하는 꼴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만이 제대로 로비를 할 수 있게되는 만큼 위화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로비스트 양성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되고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어든다”
법무부 용역을 맡은 이우영 교수는 “민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기 힘든 한국 정치구조 특성상 입법과정에서 자원 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다”며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로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승민 글로벌입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에서는 로비활동이 비공개된 비경쟁시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민들은 알 길도 없고 참여도 제한돼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어차피 이뤄지는 로비에 대해 공개되고 경쟁적인 환경을 만들면 국민의 알권리도 충족되고 부정부패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이 조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일부에서 로비스트 합법화가 불법적인 로비나 부정한 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데 그렇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불법과 부정한 거래는 지금도 그렇듯이 계속 처벌 대상이며 여기에 더해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조 위원은 “정치자금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은 높지만 로비 활동 공개에 관한 인식은 낮다”며 “국민들이 지금까지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그 필요성을 공감해야 로비의 제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과거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커튼 뒤에서 이뤄지는 로비 활동과 폐해에 대해 적절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로비 활동을 공개적으로 보장하되 투명하게 알려 국가의 중대한 결정이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반대 “힘있는 집단만 유리해지며 음성적 로비 사라지지도 않을 것”
반대하는 쪽은 “로비가 합법화되면 사회 구성원들이 법과 제도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은 기회를 매수하거나 더 많은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결국 현실에서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런 입장을 대표한다. 그는 “로비 합법화는 힘 있는 집단에 대한 이익 추가 보장과 힘 없는 다수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로비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로비는 제도권 정치의 보완일 뿐 이를 대체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정당정치부터 공고화하는 게 우리 사회의 과제며 건전한 제도권 정치가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로비스트들의 입법이 활개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 교수는 로비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더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지지도 않는다며 로비 합법화에 반대한다. 그는 “한국 국회처럼 많은 입법 절차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비 활동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입법 과정이 투명해지거나 공정해질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음성적 로비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는다. 오히려 합법적인 틀을 이용해 음성적이고 은밀한 로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생각하기 “불법 로비를 완전차단 못하더라도 관련 법은 필요”
로비스트법의 필요성이 논의된 게 20년도 더 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 국회의 제도개선 차원에서 시작됐던 사안이다. 방위산업, 고속철도 같은 조단위의 국책사업이 진행되면 어김없이 뒤따랐던 불법 로비활동의 근절책으로도 논의됐으나 늘 흐지부지돼 버렸다. 수차례 논의되어 왔지만 계속 무산됐던 것은 부정적 여론과 변호사 업계의 반대 때문이었다. 현행 변호사법은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을 불법’으로 규정, 합법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로비는 합법화 양성화 여부와 관계 없이 존재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관련 법을 만들고 양성화해 일정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100% 양성화되거나 불법 로비가 근절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법이 100% 지켜지지 않는다고 법이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비가 불가피한 것이라면 일정한 규율을 정하는 것이 차선책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논의를 거쳐 세세한 규정을 만들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로비 관련 법과 규정이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낫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