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에너지다 - (3) 원전은 안전한가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말이 미신일까 아닐까. 정답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그런가? 잠시 원시시대로 돌아가보자. 원시인들에게 불은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을까? 불은 대부분의 원시종족에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불은 산과 들판, 부족마을을 다 태워버렸다. 불은 처음부터 안전한 에너지가 전혀 아니었다. 조상들은 무섭다고 불을 피했을까. 정반대다. 불을 제어하고 관리해 ‘안전한 에너지’로 만들었다. 위험만 강조한다면, 불을 사용해선 안 된다.석유·가스 사고보다 적어
같은 질문을 원자력에 해보자. 원자력은 안전한가? 불과 비슷한 답변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우리가 각종 통계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바라본다면 원자력은 석탄과 석유, 가스보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는 다른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명과 신체, 재산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석탄 광산재해, 광부질환, 석탄사용 중 이산화탄소 중독, 석유유정 굴착사고, 폭발사고, 석유와 가스 화재 등이다. 미국 의학협의의 공식 보고서는 무려 1989년에 “원자력이 우수한 건강증서로 용인될 정도로 안전하다(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고 썼다. 석탄화력발전에서 죽은 사망자는 원자력에 비해 18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미국 국립암협회가 199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원자력 발전시설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암 사망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도 실패했다. ‘근본자원’을 쓴 줄리언 사이먼은 “서방세계의 안전기록을 보면 원자력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명 손실은 평균적으로 다른 종류의 에너지보다 적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이유는 주로 정책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것”이라며 원자력 안전성을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을 때 방사선 노출을 우려한다. 이는 자기 마을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를 못 짓게 하는 이유가 된다. 님비(Not In My Back Yard)현상이 그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원자력 잠수함과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한 사람들이 안전하지 않았다는 믿을 만한 기록은 없다.
자연 방사선보다 적다
핵분열은 방사선을 만들어내고 그 방사선은 생명을 위협하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맞다. 원자로에 사용하는 핵연료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이 공포증가에 한몫한다. 사람들은 원자력이라고 하면 으레 원자폭탄을 떠올린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은 물론 엄청난 위력으로 인명 피해를 낳았다. 원자로와 원자폭탄은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한다는 점에선 같다. 하지만 원자폭탄은 우라늄-235, 원자로는 우라늄-238을 97%가량 쓴다. 차이점은 핵분열이 즉각 일어나느냐에 있다.
우라늄-238은 핵분열을 억제한다. 원자폭탄처럼 뻥 터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양의 성냥이 한 통에 들어 있는 것이 원자폭탄이라면, 원자로는 성냥 한 개 한 개가 따로 떨어져 낱개로 있는 것과 비슷하다. 성냥 하나에 불을 붙이면 타오르다 사그라드는 것과 같다. 성냥 사이 사이에 칸막이도 있다. 개별적으로 전원을 꺼버리는 안전장치도 있다.
방사선은 어떻게 차단할까. 방사선을 내는 물질인 방사성동위원소를 가두거나, 나온 방사선을 잘 흡수하는 물질을 사용하는 방법을 현대 기술로 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핵분열로 잘게 쪼개진 상태지만 그래도 무거운 물질이다. 현대 기술은 이 물질을 잡아서 가두는 방법을 쓴다. 또 두꺼운 천이나 막으로 빛이 새는 것을 막듯, 원자로도 여러 겹의 방호벽으로 방사선 빛이 새는 것을 막는다. 원전 연료를 둘러싼 1벽, 핵연료봉을 둘러싼 2벽, 25㎝ 두께의 3벽, 6㎝ 철판의 4벽, 120㎝의 철근콘크리트 5벽이 그것이다. 원자핵이 쪼개질 때 나오는 가스는 금속껍질로 만들어진 피복재로 차단한다. 만일 이 모든 차단벽을 뚫고 나오는 방사선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방사선 수치 이하일 것이라고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자신한다.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길
원전은 불처럼, 가스처럼, 휘발유처럼 위험하다. 하지만 현대기술로 얼마든지 통제 가능한 위험이다. 주목할 만한 원전 사고가 한국에선 발생하지 않은 이유다. 무조건적 낙관론자가 문제이듯, 종말론적 비관론자도 문제다. 과학적 사고에 근거한 ‘이성적 낙관주의자’가 돼보자. 물론 사고는 늘 조심해야 한다. 1부 마지막 편에선 핵폐기물과 환경에 대해 알아본다.
■우라늄 외에 지구에는 몇 개의 원소가 있을까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지구에서 발견되는 원소 중 하나다.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지구에는 몇 개의 원소가 존재할까. 92개다. 물질을 아무리 잘게 쪼개도 원소 수는 100개도 안 된다.
이 원소들이 이리저리 뭉쳐져 만들어진 것이 지구다. 지구가 가진 모든 물질은 우주로부터 왔다. 빅뱅으로 흩어진 물질이 응집과 폭발을 반복하면서 태양계와 지구가 만들어졌다.
지구는 빅뱅으로 우주가 만들어진 지 100억년가량 뒤에야 형성됐다.과학자들은 원소가 92개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모양이다. 생물학자들이 인간과 침팬지의 유사성이 95% 이상이라는 데 놀랐듯이. 가장 가벼운 원소는 물론 수소다. 다음이 헬륨이다. 헬륨을 흡입하면 목소리가 웃기게 변한다. 석탄을 만드는 원소는 탄소다. 탄소는 모든 물질의 어머니 격으로 통한다. 가장 무거운 원소는 무엇일까. 바로 원자력 에너지를 만드는 우라늄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