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내 스마트폰에 개인비서가 숨어있네
오전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켜자 화면의 인공지능 개인비서가 말을 건넨다. ‘잘 잤어요?’라는 인사와 함께 간밤의 수면시간을 알려준다. 평소보다 30분 더 잤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는데 ‘딩동’ 하고 부른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와 함께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준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주변 맛집을 검색해 보여준다. 퇴근 후 집에 오면 ‘귀가하셨네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스마트폰이 4세대 이동통신(LTE)에서 와이파이로 자동 전환된다.

삶의 편리성을 향상시켜주는 스마트폰의 진화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개인비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 임원이 아니어도 사무실 비서가 제공하는 서비스 못지않은 다양한 밀착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정보 서비스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빅데이터 분석해 생활패턴 파악

SK텔레콤이 지난달 16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공개 시연한 ‘에고(EGGO)’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개인비서 앱(응용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먼저 집이나 직장 마트 헬스장 등 자주 가는 장소를 스스로 인지한다. 시간 날씨 등을 종합해 상황을 60여개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감성적인 기능도 한껏 얹었다. 사용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위로와 격려를 담아낸 ‘힐링 코멘트’가 나온다.

[포커스] 내 스마트폰에 개인비서가 숨어있네
하루 일과를 이동 경로와 함께 일기장처럼 남기는 ‘타임 캡슐’ 서비스와 여행 사진 등을 따로 분류해 앨범으로 저장하는 ‘스페셜 앨범’ 기능도 눈길을 끈다. 장을 볼 품목을 미리 입력해 두면 마트에 도착했을 때 자동으로 알려주는 식의 ‘컨텍스트 메모’도 유용하다.

플랫폼(비미) 방식으로 설계해 확장성도 뛰어나다. 다른 앱 개발사도 SK텔레콤과 협의를 거쳐 에고 솔루션을 응용·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홈과 연계하면 외출과 동시에 모바일 방송 앱이 켜져 집에서 시청하던 드라마를 이어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글로벌 IT 기업 간 경쟁 치열

애플이 최근 발표한 신제품 아이폰6S와 애플TV 등에 탑재된 시리도 더욱 똑똑해졌다. 홈버튼을 길게 누르지 않아도 그냥 ‘헤이 시리’라고 부르기만 하면 명령을 수행할 준비가 끝난다. 특히 주인의 목소리를 판별해 다른 사람의 지시에 반응하지 않는 능력을 갖췄다. 애플TV에서도 보고 싶은 영상 콘텐츠의 장르나 이름을 말로 지시하면 곧바로 실행된다. 리모컨이 따로 필요없다.

구글 ‘나우’는 세계 최대 검색 포털 구글과 지메일, 구글 지도 등 관련 앱을 모두 연결해 작동하는 게 강점이다.

이용자가 호텔 예약 앱으로 호텔을 예약하면 구글 달력에 일정이 자동 등록되고 구글 지도에 해당 호텔 위치와 예약 날짜가 표시된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마시멜로’ 버전에서는 실행 중인 앱을 켜둔 상태에서도 개인비서를 불러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전망이다. 음악을 듣는 도중에 홈버튼을 길게 눌러 “가수의 이름이 뭐지”라고 물어보면 바로 알려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개인비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음성 명령만으로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과 앱을 구동할 수 있는 ‘S보이스’와 ‘Q보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개인비서 서비스에는 대부분 ‘딥러닝’ 기술이 들어가 있다. 딥러닝은 인간의 신경망을 닮은 알고리즘으로, 음성이나 이미지 인식 등에 적합한 솔루션으로 알려졌다. 강수남 SK텔레콤 ICT기술원 매니저는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딥러닝의 특징”이라며 “사용자 마음을 읽어내는 개인비서의 능력도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