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부터 0~2세 영아를 둔 전업주부 가정은 어린이집 무상보육 지원 시간이 원칙적으로 하루 6~8시간으로 제한된다.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취업·구직 등의 증빙서류를 내서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은 모든 영아에 대해 하루 12시간 보육 지원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무상보육과 관련, “필요한 사람한테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제공해 제도를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개편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 1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전업주부가 아이를 맡기는 것에 대한 물리적인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한 복지부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제한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꼭 필요한 근로시간만큼 보육시설 이용하는 게 타당”
복지부는 “복지가 필요한 국민에게는 정부가 필요한 만큼을 다 제공해줘야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제공되는 부분이 있다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방안도 정부의 복지가 점차 합리화하는 과정이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 시행 중인 지역을 보면 종일반 이용자가 80% 정도, 맞춤형 이용자가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방안 시행 이후 전국적인 이용 비율도 그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대체로 정부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직장맘은 “예외적인 상황은 있겠지만 전업주부의 경우 대체로 8시간 정도 아이를 맡기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업주부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더 많으니 이에 따라 직장맘에게 시간을 좀 더 할애해 준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 다른 주부는 “이런 정책이 나오게 된 데는 어린이집의 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가 종일반이 아닌데 종일반이라 등록해 놓고 지원금을 더 받는 곳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어린이 집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걸러내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고 전업주부들도 더 오랜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육서비스의 본질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근로시간만큼 보육시설을 이용하게끔 지원한다”며 “꼭 필요한 만큼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취업 여부, 소득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전업주부가 시간 많고 한가한 사람이란 생각은 곤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43)은 “애초 정부는 (전업·취업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제 와서 전업주부한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특히 구직 등이 증명되지 않는 사람은 종일반 지원에서 배제되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간사는 “무상보육 합리화 과정과 별개로 정부가 전업주부와 맞벌이 부모의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복지를 줄이려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가정주부는 “전업맘(전업주부)을 너무 차별하는 것 같다. 그냥 애 낳지 말고 밖에 나가서 일이나 할 걸 그랬나 보다. 집에서 놀면서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는 사람으로 잉여 취급을 당한다”며 “(기사와 관련한) 댓글을 볼 때마다 엄마는 상처받는다. 전업맘을 노는 사람, 능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너무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형 육아 커뮤니티에는 “전업주부를 차별하고 직장맘과 편가르기 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4개월 된 아이를 둔 전업주부 최모씨는 “비정기적으로 과외 번역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나 같은 전업주부들은 어떻게 활동을 증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결국 전업주부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는 “워킹맘, 전업주부 다 해봤지만 아이 보고 집안일 하는 게 더 힘들다. 일을 하고 싶어도 취직이 안 된 주부도 있고 전업주부라도 자기 시간 활용할 권리는 있다. 맞벌이는 어린이 집까지 지원하고 외벌이는 무슨 죄라고 어린이집도 못 다니게 해?” 등의 반응이 있었다.
○ 생각하기 “전업맘의 출산 육아에 대한 적극 지원도 필요해”
무상복지의 폐해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던 게 바로 무상보육이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복지 공약을 쏟아내면서 시행에 들어간 대표적 무상시리즈 중 하나다. 직장맘 전업맘 할 것 없이 일률적으로 하루 12시간 보육료가 나오니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맡겨 어린이집 이용률이 2011년 28.6%에서 지난해에는 35.4%로 급격히 높아지기도 했다. 그 결과 무상보육 예산은 2009년 3조6000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10조5000억원대로 불과 6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났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재원은 제한돼 있다. 무상보육 역시 필요성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사실 이보다 더 시급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무상보육 체제에 대한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
결국 누구에게 어디까지 제공하느냐의 문제로 귀속된다. 다만 단순히 전업주부는 시간이 많고 직장맘은 아이 돌보기가 힘드니 무상보육에서 더 혜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직장맘을 위한 무상보육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전업주부의 출산 및 육아를 장려하는 정책 역시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상보육 개정도 이런 큰 그림하에서 좀 더 신중하게 다양한 케이스별 적용 사례를 연구해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복지부는 “복지가 필요한 국민에게는 정부가 필요한 만큼을 다 제공해줘야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제공되는 부분이 있다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방안도 정부의 복지가 점차 합리화하는 과정이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 시행 중인 지역을 보면 종일반 이용자가 80% 정도, 맞춤형 이용자가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 방안 시행 이후 전국적인 이용 비율도 그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장을 가진 엄마들은 대체로 정부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직장맘은 “예외적인 상황은 있겠지만 전업주부의 경우 대체로 8시간 정도 아이를 맡기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업주부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더 많으니 이에 따라 직장맘에게 시간을 좀 더 할애해 준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또 다른 주부는 “이런 정책이 나오게 된 데는 어린이집의 문제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가 종일반이 아닌데 종일반이라 등록해 놓고 지원금을 더 받는 곳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어린이 집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걸러내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고 전업주부들도 더 오랜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육서비스의 본질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근로시간만큼 보육시설을 이용하게끔 지원한다”며 “꼭 필요한 만큼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취업 여부, 소득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대 “전업주부가 시간 많고 한가한 사람이란 생각은 곤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43)은 “애초 정부는 (전업·취업 여부를) 가리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제 와서 전업주부한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특히 구직 등이 증명되지 않는 사람은 종일반 지원에서 배제되는 등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간사는 “무상보육 합리화 과정과 별개로 정부가 전업주부와 맞벌이 부모의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복지를 줄이려고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가정주부는 “전업맘(전업주부)을 너무 차별하는 것 같다. 그냥 애 낳지 말고 밖에 나가서 일이나 할 걸 그랬나 보다. 집에서 놀면서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는 사람으로 잉여 취급을 당한다”며 “(기사와 관련한) 댓글을 볼 때마다 엄마는 상처받는다. 전업맘을 노는 사람, 능력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너무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형 육아 커뮤니티에는 “전업주부를 차별하고 직장맘과 편가르기 하기 위한 조치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4개월 된 아이를 둔 전업주부 최모씨는 “비정기적으로 과외 번역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나 같은 전업주부들은 어떻게 활동을 증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결국 전업주부들만 손해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는 “워킹맘, 전업주부 다 해봤지만 아이 보고 집안일 하는 게 더 힘들다. 일을 하고 싶어도 취직이 안 된 주부도 있고 전업주부라도 자기 시간 활용할 권리는 있다. 맞벌이는 어린이 집까지 지원하고 외벌이는 무슨 죄라고 어린이집도 못 다니게 해?” 등의 반응이 있었다.
○ 생각하기 “전업맘의 출산 육아에 대한 적극 지원도 필요해”
무상복지의 폐해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던 게 바로 무상보육이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앞다퉈 복지 공약을 쏟아내면서 시행에 들어간 대표적 무상시리즈 중 하나다. 직장맘 전업맘 할 것 없이 일률적으로 하루 12시간 보육료가 나오니 ‘안 보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어린이 집에 맡겨 어린이집 이용률이 2011년 28.6%에서 지난해에는 35.4%로 급격히 높아지기도 했다. 그 결과 무상보육 예산은 2009년 3조6000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10조5000억원대로 불과 6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났다.
복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재원은 제한돼 있다. 무상보육 역시 필요성은 부인하기 힘들지만 사실 이보다 더 시급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무상보육 체제에 대한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
결국 누구에게 어디까지 제공하느냐의 문제로 귀속된다. 다만 단순히 전업주부는 시간이 많고 직장맘은 아이 돌보기가 힘드니 무상보육에서 더 혜택을 줘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늘리기 위해 직장맘을 위한 무상보육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전업주부의 출산 및 육아를 장려하는 정책 역시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상보육 개정도 이런 큰 그림하에서 좀 더 신중하게 다양한 케이스별 적용 사례를 연구해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