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칼럼
위안화 평가절하가 최대 뉴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났다. ‘위안화 쇼크’가 혹시 또 다른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다.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담당 총괄대표 루치르 샤르마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는 8월18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A global recession may be brewing in China)에서 중국이 세계 경기침체의 진앙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그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평균 8년에 한 번 세계 경기침체가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위기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국 증시 폭락은 다음 경제위기가 ‘메이드 인 차이나’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샤르마는 지난 세계 경기침체기의 공통점을 미국 경기침체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미국인이 소비를 줄이면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이런 사정이 바뀌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기여하는 바가 3분의 1 정도까지 높아진 것이다. 17%가량인 미국을 앞질렀다. 유럽과 일본은 각각 10% 미만이다. 세계 경제성장의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부채(공공·민간)는 최근 급증, GDP에 대한 비중이 2008~2013년 사이에만 80%포인트 높아져 최근에는 300% 정도다. 신흥국 중 이렇게 급속하게 부채가 늘어난 사례는 거의 없으며 부채 급증만큼 한 나라의 경기침체 내지는 금융위기를 잘 예측해주는 지표도 없다는 게 샤르마의 견해다.
중국은 7%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값싼 대출로 버블을 만들어내기를 반복했고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붐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버블은 하나씩 붕괴되고 있으며 수출마저 급감, 갑작스런 위안화 평가절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7% 성장률도 사실 여러 지표를 종합해보면 5% 정도일 것이라는 해석도 한다.
올 상반기 세계 경제는 2% 정도 성장했는데 이는 2009년 중반 이후 최저치다. 신흥국 성장률은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보다도 낮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지 않으려면 중국 경제가 더 악화되지 않고 미국 등이 선방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필자의 전망이다. 지금 세계 경기는 침체 직전에 있는데 중국 성장률이 1~2%포인트 정도만 낮아진다면 경기침체는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지 않아도 국내 경기지표도 줄줄이 부진해 ‘9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 동향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