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칼럼
자유시장경제냐 정부 개입에 의한 수정자본주의냐의 논쟁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케인스로 대표되는 정부개입주의는 레이건과 대처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위축되는가 싶더니 최근에 다시 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촉발제 역할을 했다.지금 세계는 어떨까. 미국 자산운용사 스퀘어어드바이저의 매니징 파트너 로메인 햇철(Romain Hatchuel)은 지금 세계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커다란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8월12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칼럼(The world-wide undermining of free markets)에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물론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유럽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 원칙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봤다.
최근 중국당국은 증시가 급락하자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대주주와 CEO의 보유주식 매각을 금지한 것은 물론 중앙은행이 증권사에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을 공급해주기도 했다. 상장 주식 절반가량의 거래를 금지하기도 했다. 물론 시장경제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중국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 시장에서 자유시장경제 원칙은 공격을 받아왔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자산 가격 부양을 위해, 그리고 시장경제가 필연적으로 겪는 고통을 덜기 위해 시장경제 원칙을 어겨왔다는 것이다.
대표적 시장 개입은 지나치게 싼 대출을 늘려 소비자의 구매력을 높이는 식이다. 2008년 이후 Fed, ECB, 인민은행, 일본은행, 영국 중앙은행은 모두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렸다. 저금리는 소비를 다소 늘리긴 했지만 주로 자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으며 지난 6년간 거의 꾸준히 올랐다.
또 다른 시장 개입책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직접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공공지출을 늘리거나 양적 완화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두 가지로도 충분치 않을 때는 공매도 금지처럼 아예 자산 매도를 금지하는 대책도 취해졌다. 그리스 사태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긴축에 대한 저항도 여기에 속한다. 긴축은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가 돈을 쓰며 개입했던 분야를 줄이고 시장기능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필자는 유례없는 양적 완화, 높은 공공지출, 규제와 빚 탕감 등은 위기가 심각한 때 어느 정도 효용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 개입은 해결책이기보다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초저금리도 그런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모든 경제 문제에 정부 개입을 당연시하는 한국이다. 시장경제 원칙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글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