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벤처 창업자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벤처 창업 붐 확대방안회의에서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포함, 다양한 지원책이 논의됐다고 한다. 현재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같은 병역특례를 벤처 창업자에게도 주자는 것이다. 전문연구요원제는 이공계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연구기관에서 36개월 근무하면 군복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에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우선 창업부터 하고 보는 젊은이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벤처 창업에 병역특례를 허용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너도나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벤처 창업자에 대한 병역특례 부여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악용 가능성 내세우기보다 일자리 창출 주목해야”
대표적인 찬성론자는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다. 그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제도야말로 벤처산업 활성화에 가장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병역 문제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은 친구들의 창업이 위축돼 있는데 그걸 활성화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벤처 창업이라는 것은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밝혀졌다. 그런데 한국의 벤처 창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하락한 반면 자영업 창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벤처창업 확대가 창조경제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군면제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디서나 된장을 만들다 보면 구더기가 생기는데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더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진행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선진국의 기본적인 규제 유예제도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 신문사가 실시한 찬반 투표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이제는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 군복무만큼 중요해졌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군 면제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한다면 꼭 그렇게 반대만 할 성격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벤처를 창업해 국가발전과 사회 공동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도 이제는 군복무만큼 중요해졌다며 조심스럽게 찬성 의견을 밝혔다.
○ 반대 “군대 안 가기 위한 꼼수 창업 양산될 수도”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창업 생존율은 우리보다 20% 정도 높다. 우리는 창업 후 2년이 지나면 약 50%의 기업이 소멸된다. 한 번 실패하면 회복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20대 초반의 학생이나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요하는 것은 ‘사지’로 이들을 내모는 것과 같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한 신문 기고를 통해 “병역특례를 인정하면 오히려 기업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창업활동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예외 조항을 계속 허용하면 불확실성 증대로 기회주의적 행동이 증가해 벤처생태계가 건전해질 수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를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은 창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의지와 노력, 아이디어가 없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그런데 요즘 정부에서 주는 혜택만을 받으려는 생계형 창업이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의 군입대 회피를 위한 우회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0918jjk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그러지 않아도 한국에서 군대는 과거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다녀왔는데 또다시 이런 제도를 만들어 같은 상황을 반복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병역요원 자체가 부족해지는데 또 다른 병역 특혜를 신설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 생각하기 “벤처 창업 지원은 필요하나 병역특례 제공은 신중해야”
우리나라에서 군필 문제만큼 예민한 분야도 드물다. 수많은 장관 후보자가 자식들의 군 면제 문제로 청문회 등에서 곤욕을 치렀고 지금도 끊임없이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분야다. 벤처 창업을 어떻게든 독려하고 지원해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분쟁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본다. 벤처 창업이 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군대 문제는 그중 일부는 될지 몰라도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입사 등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단체 등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벤처 창업가에게 병역특례를 줄 경우 남녀차별 문제 역시 대두될 수 있다.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병역특례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 내 부처 간 조율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병역특례 부여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하지만 이런 정부 방침에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우선 창업부터 하고 보는 젊은이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벤처 창업에 병역특례를 허용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너도나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벤처 창업자에 대한 병역특례 부여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악용 가능성 내세우기보다 일자리 창출 주목해야”
대표적인 찬성론자는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다. 그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제도야말로 벤처산업 활성화에 가장 큰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병역 문제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은 친구들의 창업이 위축돼 있는데 그걸 활성화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대안이 벤처 창업이라는 것은 미국 영국 등에서 이미 밝혀졌다. 그런데 한국의 벤처 창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으로 하락한 반면 자영업 창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벤처창업 확대가 창조경제의 최대 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군면제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디서나 된장을 만들다 보면 구더기가 생기는데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더기가 만들어지는 것은 진행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선진국의 기본적인 규제 유예제도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 신문사가 실시한 찬반 투표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이제는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 군복무만큼 중요해졌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군 면제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별한다면 꼭 그렇게 반대만 할 성격은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벤처를 창업해 국가발전과 사회 공동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도 이제는 군복무만큼 중요해졌다며 조심스럽게 찬성 의견을 밝혔다.
○ 반대 “군대 안 가기 위한 꼼수 창업 양산될 수도”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창업 생존율은 우리보다 20% 정도 높다. 우리는 창업 후 2년이 지나면 약 50%의 기업이 소멸된다. 한 번 실패하면 회복도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20대 초반의 학생이나 청년들에게 창업을 강요하는 것은 ‘사지’로 이들을 내모는 것과 같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한 신문 기고를 통해 “병역특례를 인정하면 오히려 기업가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창업활동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예외 조항을 계속 허용하면 불확실성 증대로 기회주의적 행동이 증가해 벤처생태계가 건전해질 수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군대를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 창업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했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은 창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의지와 노력, 아이디어가 없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그런데 요즘 정부에서 주는 혜택만을 받으려는 생계형 창업이 많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유층의 군입대 회피를 위한 우회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0918jjk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그러지 않아도 한국에서 군대는 과거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다녀왔는데 또다시 이런 제도를 만들어 같은 상황을 반복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병역요원 자체가 부족해지는데 또 다른 병역 특혜를 신설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 생각하기 “벤처 창업 지원은 필요하나 병역특례 제공은 신중해야”
우리나라에서 군필 문제만큼 예민한 분야도 드물다. 수많은 장관 후보자가 자식들의 군 면제 문제로 청문회 등에서 곤욕을 치렀고 지금도 끊임없이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분야다. 벤처 창업을 어떻게든 독려하고 지원해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분쟁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본다. 벤처 창업이 부진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군대 문제는 그중 일부는 될지 몰라도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입사 등에서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단체 등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벤처 창업가에게 병역특례를 줄 경우 남녀차별 문제 역시 대두될 수 있다.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이 꼭 병역특례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부 내 부처 간 조율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병역특례 부여는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