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주식을 사면 증시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라는 격언이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필부필부의 아들딸인 10대들까지 주식을 사들일 정도로 주식시장이 과열돼 있다.”(미국 마켓워치)

중국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대규모 글로벌 개발 프로젝트, 지방정부의 이자부담 경감 등 중국 정부의 경기확장 정책이 증시 상승을 안정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작용 걱정하며 벌써부터 ‘돈 빼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뉴스] '앗 뜨거워' 중국 증시…거래액 미국의 4배 '폭발'
상하이종합지수 지난해부터 70% 상승

중국 증시 오름세는 수치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53% 급등했고 올 들어서도 3개월 동안 17%가량 올라 3800선을 돌파했다. 선전종합지수 역시 올 들어 약 21% 상승했다.

거래액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중국 증시에서는 하루 거래액이 1조위안(약 175조원)을 넘는 날이 많다. 지난달 30일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를 합친 증시 거래액은 1조3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올 들어 하루평균 거래액이 500억달러(약 54조2500억원) 안팎이다.

증시 활황의 가장 큰 원동력은 개인들의 참여다. 개인은 대세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 아래 너나 할 것 없이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1주일에 100만개 이상의 주식 계좌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개인투자자들이 얼마나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는지 잘 알려준다.

중국 정부 돈 풀기 대책, 증시 호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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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매료된 이유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때문이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 침체를 막겠다는 의도다. 현재 금리는 5.35%로 2010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두 번째 주택 구매 시 주택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등에 내야 하는 계약금 비율은 기존 60~70%에서 30~40%까지 인하된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 국민연금 성격의 사회보장기금도 주식과 채권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에 돈이 더 몰릴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글로벌 개발 프로젝트도 증시 부양에 한몫 단단히 했다.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1조400억위안이다. 올해 3000억~4000억위안이 투자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정부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저금리 채권을 새로 발행해 기존 고금리 대출과 바꿀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국유기업 개발 정책 발표도 앞두고 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성공적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금융회사인 맥쿼리는 “최근 증시가 강한 랠리를 펼쳤지만 증시가 과거 10년간 극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올해 상하이종합지수가 최대 5000선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외국인은 과열 우려에 차익실현

중국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락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시난증권은 “최근 상하이 증시가 단기 급등한 만큼 조만간 주식을 팔고 돈을 챙기려는 차익실현 매물이 생겨나면서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외국인들은 벌써부터 발을 빼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홍콩계 상장지수펀드(ETF)가 6억2000만달러를 현금화하는 등 1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나가고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사들이는 형국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추가 도약 여부는 경기 부양 효과가 얼마나 가시적으로 드러나느냐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제지표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중소기업 상황을 반영해 발표해는 HSBC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9.6을 기록했다. 지수가 50보다 낮다는 것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늘어나는 유동성으로 중국 증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지, 도약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을지 세계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종서 한국경제신문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