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이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한자 병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정부의 한글전용 정책으로 1971년 이후 국한문 혼용은 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도덕이나 사회 교과서 등에 한자어를 한글과 한문으로 나란히 표기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9월 한자 병기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한자 병기는 학문과 언어소통 위한 최소한의 조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고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로 돼 있어 한글 한자를 함께 쓰면 높고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자를 알고 한글을 쓰면 철자법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고 한자는 도덕성이 함양돼 있는 뜻글자여서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자는 영어나 일어와 다른 우리말의 일부로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 위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교총은 “초등학교 한자 병기는 별도의 과목이 신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늘지 않고 국어 사회 등 단어 뜻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습효과 향상이 기대된다”며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글전용 정책이 추진된 이후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적인 언어와 문자 소통에서 일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자 병기는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교총의 김동석 대변인은 “우리나라 말 뜻도 모르면서 쓰는 것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없는 선에서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당대 김창진 교수는 한자 병기 방침이 부족한 조치이고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어기본법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 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한자 혼용의 원칙을 세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한글 병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반대 “학습 스트레스 과중해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대하며 한자 병기 방침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협의회는 “한문 교과가 없는 초등학교의 경우 교과서 한자 병기로 인해 한자교육 학습부담 과중, 사교육비 증가 등 공교육 불신 우려가 초래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면 사람들은 그게 마치 좋은 것이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66%가 반대했고 91%는 한자 사교육 증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3, 4학년이면 학습량이 갑자기 많아진다고 아우성인데 한자 병기를 하게 되면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상당 시간을 한자 가르치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덕 경인교대 교수는 “모국어 발달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자 암기가 우선시되면서 다른 과목 교육까지 파행으로 이끌 위험이 있는 정책을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장은 “한자 병용은 곧바로 한자 혼용으로 이어진다. 이는 알파벳으로서 한글의 우수성을 사실상 빈말로 만들고 한글을 일본의 가나처럼 음절 글자로 쓰자는 주장이 된다”며 병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글 전용 교육은 교육이 사회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모범적인 경우다. 40년 넘게 공들여 쌓아온 탑을 애써 허물어 버리자는 게 초등 한자 병용 교과서”라며 한글 전용을 적극 지지했다.
○ 생각하기 “한자는 우리 언어와 문화의 매우 큰 부분”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심지어 중년 중에도 아주 기본적인 한글 맞춤법을 틀리게 적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실수의 대부분은 한자말인 우리말에서 나타나는데 50대 이상 장년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실수다. 그 차이는 바로 한자 교육 여부에 달렸다. 학창 시절 기본적인 한자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한글 발음이 유사하더라도 전혀 다른 한자로 쓰인 두 가지 말 사이에 모음을 혼동할 일이 없다. 하지만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는 한글 발음이 유사하면, 예를 들어 ‘연애’와 ‘연예’ 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자는 비록 중국에서 유래한 글자이지만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글자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우리의 말 자체가 한자와 연결돼 있는데 이를 완전히 외면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교육 부담 증가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문명을 이루고 이를 다른 세대에 전하기 위해 모든 이들은 배워야 한다. 그래서 학교가 있는 것이다. 힘들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자는 우리 문화요, 언어의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도 한자 교육은 외면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자 교육은 중국어나 일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매우 도움이 된다. 학습 범위 대한 논란은 몰라도 병용 자체를 반대하는 데는 찬성하기 힘들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고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로 돼 있어 한글 한자를 함께 쓰면 높고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자를 알고 한글을 쓰면 철자법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고 한자는 도덕성이 함양돼 있는 뜻글자여서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한자는 영어나 일어와 다른 우리말의 일부로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 위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교총은 “초등학교 한자 병기는 별도의 과목이 신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늘지 않고 국어 사회 등 단어 뜻을 정확히 알 수 있어 학습효과 향상이 기대된다”며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글전용 정책이 추진된 이후 한자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문적인 문장이나 대화는 물론 일상적인 언어와 문자 소통에서 일부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자 병기는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교총의 김동석 대변인은 “우리나라 말 뜻도 모르면서 쓰는 것이 대단히 많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없는 선에서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당대 김창진 교수는 한자 병기 방침이 부족한 조치이고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어기본법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은 ‘한자어는 한자로, 토박이 말은 훈민정음으로 적는다’는 국한자 혼용의 원칙을 세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한글 병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반대 “학습 스트레스 과중해지고 사교육비 부담은 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최근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반대하며 한자 병기 방침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협의회는 “한문 교과가 없는 초등학교의 경우 교과서 한자 병기로 인해 한자교육 학습부담 과중, 사교육비 증가 등 공교육 불신 우려가 초래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면 사람들은 그게 마치 좋은 것이나 당연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66%가 반대했고 91%는 한자 사교육 증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3, 4학년이면 학습량이 갑자기 많아진다고 아우성인데 한자 병기를 하게 되면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상당 시간을 한자 가르치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덕 경인교대 교수는 “모국어 발달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자 암기가 우선시되면서 다른 과목 교육까지 파행으로 이끌 위험이 있는 정책을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장은 “한자 병용은 곧바로 한자 혼용으로 이어진다. 이는 알파벳으로서 한글의 우수성을 사실상 빈말로 만들고 한글을 일본의 가나처럼 음절 글자로 쓰자는 주장이 된다”며 병용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글 전용 교육은 교육이 사회 전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모범적인 경우다. 40년 넘게 공들여 쌓아온 탑을 애써 허물어 버리자는 게 초등 한자 병용 교과서”라며 한글 전용을 적극 지지했다.
○ 생각하기 “한자는 우리 언어와 문화의 매우 큰 부분”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심지어 중년 중에도 아주 기본적인 한글 맞춤법을 틀리게 적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실수의 대부분은 한자말인 우리말에서 나타나는데 50대 이상 장년층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실수다. 그 차이는 바로 한자 교육 여부에 달렸다. 학창 시절 기본적인 한자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한글 발음이 유사하더라도 전혀 다른 한자로 쓰인 두 가지 말 사이에 모음을 혼동할 일이 없다. 하지만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는 한글 발음이 유사하면, 예를 들어 ‘연애’와 ‘연예’ 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자는 비록 중국에서 유래한 글자이지만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글자다.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우리의 말 자체가 한자와 연결돼 있는데 이를 완전히 외면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교육 부담 증가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무엇이든 배우는 것은 힘들다. 그렇지만 문명을 이루고 이를 다른 세대에 전하기 위해 모든 이들은 배워야 한다. 그래서 학교가 있는 것이다. 힘들다는 이유로 배움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한자는 우리 문화요, 언어의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면서도 한자 교육은 외면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자 교육은 중국어나 일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매우 도움이 된다. 학습 범위 대한 논란은 몰라도 병용 자체를 반대하는 데는 찬성하기 힘들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