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월성 1호기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설계상 수명이 다한 만큼 폐쇄해야 한다는 원론 고수 측과 설계 수명과 실제 수명은 다르다는 현실론이 충돌했다. 생글기자 4명이 월성 1호기를 두고 찬반글을 보내왔다.

찬성 / “설계수명 다한 원전을 사용하는 선진국 많다”

[생글기자 코너] 월성 1호기 연장 사용 찬반토론
한국 최초의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인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우수한 운전 성능을 바탕으로 30년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2012년 11월 30년간의 설계수명이 만료돼 1년2개월간 운전이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2009년 계속 운전 신청서를 제출해 앞으로 10년간 더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 연장 사용하기로 했다.

원전의 설계수명 의미는 원전 설비들을 설계하면서 안전 요건 만족 여부를 재확인하는 최소한의 기간이다. 따라서 설계수명이 다했다고 해서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을 심사 후 연장해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캐나다의 22개 원전 중 총 7개가 재심사 과정을 마치고 가동 중에 있으며 미국의 원전은 75% 정도가 20년 추가 운전 승인을 받았거나 승인 단계를 거치고 있다. 월성 1호기와 같이 1970년대에 건설된 미국 내 원전의 경우에는 40년의 설계수명을 마쳤으나 20년 추가 운전이 승인돼 운전 중이다. 이처럼 원전 사용 국가들은 설계수명이 다하면 안전성을 재확인한 후에 계속 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성을 위해 2009년부터 약 2년3개월간 한수원은 5600억원이라는 비용으로 핵심 설비들을 교체하며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지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이동형 발전설비, 별도의 안전주입유로, 피동형 수소제거 장치, 격납건물 여과배기 장치 등을 포함한 대응설비를 크게 강화했다. 이어 방호벽을 증축하고 발전차를 설치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도 설치했다. 핵심 시설의 교체로 월성 1호기는 새 원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탈바꿈했으며 민간 검증단의 검증까지 완료했다. 그리고 1년5개월에 걸쳐 유럽식 스트레스 테스트도 함께 시행하면서 안전성에 신중을 기했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은 국내외의 까다로운 규정들을 통과하면서 증명됐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 적용하는 10년 주기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에 ‘주요 기기 수명평가’와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추가한 엄격한 기준을 가뿐히 통과했다. 지진과 해일 등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대형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의 대응 능력 검증을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 검증단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월성 1호기의 설비용량은 약 68만㎾다. 경북과 대구 시민들이 1년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런 원전의 폐로는 대체 전력원인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는 것을 불러일으킨다. 월성 1호기의 설비용량만큼 LNG(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한다면 연간 6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원전을 연간 300일가량 가동한다면 발전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하는 것이 폐쇄하는 것보다 1395억~3909억원의 이득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해외에서는 에너지 공급과 확보를 둘러싼 경쟁과 분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하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에서는 국산 에너지인 원전의 안정적인 운용은 필수적이다. 또한 국내 에너지 수급 현실을 고려한다면 안전성과 경제성이 입증된 원전 설비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경제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월성 1호기는 계속 운전해야 한다. 과학적 분석이 믿을 만하다면 믿어야 한다.

반대 / “불안한 원전 폐쇄해도 전력 수급에 지장 없다”

[생글기자 코너] 월성 1호기 연장 사용 찬반토론
수명이 끝나 노후 원전이 된 월성 1호기는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노후 원전의 연장 운전은 적자를 불러일으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이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해 2022년까지 가동할 경우 최저 1462억원, 최고 2269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는 수명 연장을 위해 비용을 들이기보다 폐로 절차에 들어가는 게 더 경제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설비용량 67만㎾급인 월성 1호기는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불과해 폐쇄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큰 지장이 없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 신월성 2호기, 신한을 1·2호기 5개의 원전과 신고리 5·6호기 등 건설 준비 중인 원전 2기 등 모두 7기의 원전이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기한인 2022년까지 준공 예정인 것을 고려하면 월성 1호기의 전력 생산량을 제외해도 전력 수급은 충분하다. 굳이 생산효율이 떨어지는 원전을 사회적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운전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신고리 3·4·5·6호기와 신한을 1·2호기에는 표준원전보다 용량이 40%나 많은 3세대 원전 APR 1400으로 구성돼 월성 1호기를 폐쇄하더라도 전력 수급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과 국민의 여론이 기울어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운전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는 원전에 대한 전 세계인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에 국민의 여론 또한 기울었는데, 국민 61%는 원전을 줄이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전기요금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65.5%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론이 이와 같은 쪽으로 기울면서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에도 불안함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월성 1호기는 지난 30년간 39번의 빈번한 고장을 일으켰다. 비록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자력안전위)가 많은 검토로 계속 운전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을지언정 국민과 주민의 안전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월성 1호기의 운전이 안전하다면 원안위는 검증 절차와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지난 원안위 회의에서는 민간 전문가검증단의 안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무시됐으며 회의 절차거 일부 생략됐다. 심지어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중 회의 공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원안위가 월성 1호기에 대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이를 깨끗이 공개함이 옳은 일인데, 이를 숨기는 행위는 의심을 살 만하다. 그리고 월성 1호기는 법적 심사기간인 18개월을 초과해 58개월 동안 심사했다. 이 점에서도 월성 1호기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리 원전이나 월성 1호기처럼 앞으로도 계속 운전을 시행할 것인지에 관해 판단해야 할 원전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월성 1호기도 가동이 중지된 지 2년이나 되었다. 연기 관련 회의가 길어질수록 주민의 불안감은 높아져만 가고 경제적이나 실효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도 이득이 없다. 계속 운전 결정 시즌이 돼 부랴부랴 결정 회의를 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원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소는 핵을 다루는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기에 안전에 안전을 가해도 모자람이 없다. 안전에 대한 여러 논란을 남겨둔 채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한다는 것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