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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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재위기간 1837~1901년) 시대 총리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다양한 통계를 인용해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한 사람의 말이라서 그런지 통계의 함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미국 작가 대럴 허프의 <How to lie with statistics>는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된 통계에 관한 대표적 베스트셀러다. 그 역시 책에서 ‘통계야 말로 절대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는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라고 꼬집었다. 통계의 허점과 무분별한 맹신을 경계한 것이다. 그가 제시한 숫자의 오류 중 하나는 전쟁 당시 신병 모집을 위한 광고에 미 해군이 인용한 통계다. 광고는 같은 기간 해군 전사자 수가 1000명당 9명인데 비해 뉴욕 일반 시민 사망자는 1000명당 16명이었다는 숫자를 제시했다. 언뜻 해군 입대가 뉴욕의 평범한 시민으로 사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매우 건강한 20대 장병들과 나이 들어 자연사하는 사람, 영유아들이 모두 포함된 시민을 모집단으로 하는 사망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다.

비행기 사망자 통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2000년의 비행기 사고 사망자가 1950년의 비행기 사고 사망자보다 많다는 통계를 근거로 ‘지난 50년간 비행기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총 비행 거리와 비행 횟수, 비행기 승객 등을 모두 감안해야 정확한 위험도 측정이 가능하다. 숫자는 교묘히 눈속임도 한다. 허프는 어느 상점에 내건 ‘50%+20% 할인’이라는 광고 문구를 예로 든다. 대부분 사람은 할인율이 70%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60%다. 50% 할인을 한 다음에 추가로 20% 할인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통계 숫자를 왜곡하고 왜곡된 숫자에 현혹되는 일이 많다는 얘기다.

통계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실업률, 경제성장률, 평균 연령, 휴대폰 교체주기, 출산율 등은 모두 통계 지표다. 통계는 경제는 물론 사회·정치적 현상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통계는 미래 예측의 핵심 바로미터다. 자기의 주장을 펴는 데도 통계는 설득력있는 논거로 제시된다. 문제는 통계가 수시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의 모집단을 한정해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유도한다든지, 작은 모집단이 마치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둔갑시키기도 한다. 비행기 사고 사망자, 신병 모집 광고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의로 혹은 실수로 빠뜨리면 통계의 의미가 변질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통계는 민주사회를 이끄는 나침반이다. 4, 5면에서 통계를 작성하거나 이해할 때의 주의점과 대표적인 통계 오류 사례 등을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