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연이어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뜨겁다. 여권은 대체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여야 각각 당내 입장은 또다시 갈라져 있어 정치권에서는 말 그대로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 형법 제72조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3분의 1 이상의 형기를 채운 기업인들을 가석방하자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 밖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전무죄, 역차별 등의 이유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기업인 특혜 안 되지만 역차별도 안돼"
김무성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투자를 결심할 수 있는 건 기업 사주밖에 없다”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 죄를 지어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나오라는 게 아니라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 데 나서라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벌을 면해주는 특별사면이 아닌 법무부가 행정행위로 결정하는 가석방 쪽으로 대체로 가닥을 잡은 느낌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례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면·가석방에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기준 형기를 마쳐 가석방 요건이 되는데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것은 특혜보다 더 나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법무부 장관이 형법에 따라 교화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며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업인이 죄를 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기업인이란 이유로 더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잘못”이라며 “가석방 요건이 동등하게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이란 이유로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반대 "지금도 일반 수형자들과 비교하면 특혜"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 정책만으로는 (경제살리기에) 한계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경제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당의 원혜영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나마 지키는 공약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지적한 뒤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제민주화’ 실천이며, 재벌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지금 모범적으로 사는 생계범들도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분들도 나와서 다시 경제 활력이나 대타협을 이루는 데 동참할 수 있는데 왜 기업인만 석방하고 그들은 소외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불공정과 법의 불공평을 가지고 불평한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그동안 가석방 사면복권 문제에 거부반응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에 가석방 문제를 제기하려면 민생사범도 같은 잣대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형법상으론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석방자 가운데 형기의 절반 이하를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든다.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가석방된 5만6828명 가운데 형기의 50% 미만을 채운 수형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아직 형기의 절반이 안 됐는데 가석방한다면 결과적으로 특혜가 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사안별로 따져봐야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함은 매우 중요한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재 벌 기업인들에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맞춤형 판결이 정해져 있다는 냉소도 과거에는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관례 아닌 관례는 2012년 대선과정에서부터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이후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유죄선고를 받고 구속된 것이 바로 그렇다.
사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를 두고 사법부가 과거 ‘재벌 봐주기’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상적 판결을 내리게 됐다고 환영한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경제민주화 열풍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기업인도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구속대상이 아닌 기업인까지도 과도하게 구속되고 징역형을 살게 된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석방 문제에 대한 접근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고 있다. 재벌가 구속을 반기는 쪽에서는 아무리 형법에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가석방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인들만 이 조항을 적용해 가석방시키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반면 가석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실형을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탄 부당한 엄벌주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으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 부분적 타당성은 갖고 있는 주장들이다. 결국 가석방도 일률적으로 적용 여부를 논할 게 아니라 수감자별로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 사실 이런 부분은 사법과 정치가 묘하게 교차하는 영역이다.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고 더 엄벌하는 일도 없어지는, 그런 투명한 양형기준이 하루빨리 정립돼야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현행 형법 제72조는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3분의 1 이상의 형기를 채운 기업인들을 가석방하자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 밖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유전무죄, 역차별 등의 이유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인 가석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기업인 특혜 안 되지만 역차별도 안돼"
김무성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투자를 결심할 수 있는 건 기업 사주밖에 없다”며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라는 차원에서 기회를 줘야 한다. 죄를 지어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나오라는 게 아니라 살 만큼 산 사람들이 나와서 경제를 살리는 데 나서라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부총리 역시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이 벌을 면해주는 특별사면이 아닌 법무부가 행정행위로 결정하는 가석방 쪽으로 대체로 가닥을 잡은 느낌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례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면·가석방에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기준 형기를 마쳐 가석방 요건이 되는데도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것은 특혜보다 더 나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법무부 장관이 형법에 따라 교화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며 조건만 맞으면 누구나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업인이 죄를 지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기업인이란 이유로 더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잘못”이라며 “가석방 요건이 동등하게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이란 이유로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이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반대 "지금도 일반 수형자들과 비교하면 특혜"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 정책만으로는 (경제살리기에) 한계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경제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같은 당의 원혜영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나마 지키는 공약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지적한 뒤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제민주화’ 실천이며, 재벌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지금 모범적으로 사는 생계범들도 그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분들도 나와서 다시 경제 활력이나 대타협을 이루는 데 동참할 수 있는데 왜 기업인만 석방하고 그들은 소외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불공정과 법의 불공평을 가지고 불평한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그동안 가석방 사면복권 문제에 거부반응을 느껴왔기 때문에 이번에 가석방 문제를 제기하려면 민생사범도 같은 잣대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형법상으론 형기의 3분의 1 이상만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석방자 가운데 형기의 절반 이하를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점을 든다. 200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가석방된 5만6828명 가운데 형기의 50% 미만을 채운 수형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아직 형기의 절반이 안 됐는데 가석방한다면 결과적으로 특혜가 된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사안별로 따져봐야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함은 매우 중요한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재 벌 기업인들에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맞춤형 판결이 정해져 있다는 냉소도 과거에는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관례 아닌 관례는 2012년 대선과정에서부터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이후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유죄선고를 받고 구속된 것이 바로 그렇다.
사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를 두고 사법부가 과거 ‘재벌 봐주기’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상적 판결을 내리게 됐다고 환영한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는 경제민주화 열풍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기업인도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구속대상이 아닌 기업인까지도 과도하게 구속되고 징역형을 살게 된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석방 문제에 대한 접근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고 있다. 재벌가 구속을 반기는 쪽에서는 아무리 형법에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가석방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혜택을 받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인들만 이 조항을 적용해 가석방시키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반면 가석방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실형을 살고 있는 것 자체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탄 부당한 엄벌주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충족시켰으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두 부분적 타당성은 갖고 있는 주장들이다. 결국 가석방도 일률적으로 적용 여부를 논할 게 아니라 수감자별로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본다. 사실 이런 부분은 사법과 정치가 묘하게 교차하는 영역이다. 기업인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 되지만 기업인이라고 더 엄벌하는 일도 없어지는, 그런 투명한 양형기준이 하루빨리 정립돼야겠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